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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대 법학부 교수·대구시민센터 이사장 |
이순신을 욕되게 하고 싶지 않다. 이순신은 조선이라는 무기력한 나라를 위해 그리고 굶주리고 있는 조선의 백성을 위해 노량 앞바다 해전을 대승으로 이끌고 왜군과의 전쟁을 끝냈다. 그리고 순국했다. 인간 이순신을 떠올리면 지금 우리가 직면한 현실은 부끄럽고 안타깝다. 우리는 남북의 분단, 대구경북의 분리 그리고 의성·군위의 분열을 겪고 있다.
한반도는 광복 이후 미국과 소련에 의해 정치적 그리고 산업적으로 분단되었고 6·25전쟁 이후에는 우리 민족에 의해 군사적, 사회문화적 그리고 민족적으로 더욱 첨예하게 분단되었다. 광복 이후 75년, 6·25전쟁 이후 70년이 지나는 동안 남북은 톱질하듯 크고 작은 충돌과 갈등을 주고받으며 열지 않아도 될 불행과 혼돈의 박을 열었다. 그 와중에 우리 민족은 머리 깨지고 피 흘리는 피해를 보았고 주변국들은 자못 진지한 얼굴로 걱정과 우려를 하면서도 내심 이해득실을 따지며 즐겼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안보 보좌관이었던 존 볼턴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은 이를 증언하고 있다. 남북한의 애증, 미국과 일본의 짬짜미 속에서 우리 국민은 놀아나야 했다.
대구경북의 분리도 이제 40년이 되어 간다. 1981년 경상북도 대구시가 대구직할시로 승격되어 분리되면서 시작된 경북과 대구의 따로 살림은 중앙집권제 행정체제에서 분할을 통한 종속성의 확대와 심화로 이어졌다. 인구가 결국 경쟁력인 세계적 추세 속에서 인구 2천600만명이 넘는 서울수도권은 지역의 인재와 기업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어 버렸고 대구와 경북은 도토리 키재기를 하며 아웅다웅이다. 국책사업을 유치해서 지역의 인재를 키우고 산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대구경북의 협력은 네돈 내돈을 따지며 한 푼이라도 더 내지 않기 위해 티격태격이고 사업유치도 하기 전에 유치하고 난 뒤 사업비 배분을 두고 실랑이를 벌인다.
이에 더해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지와 관련한 군위와 의성의 분열을 보면 기가 차고 숨이 막힌다. 오늘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부지 선정을 위한 실무위원회가 열린다. 그리고 다음 달 초에는 국방부 장관이 주관하는 이전부지 선정위원회를 개최한다. 순조롭게 절차가 진행된다면 1936년 일제강점기 때 동촌에 비행장이 들어선 지 84년 만에 그리고 1958년에 공군기지로 K-2가 창설된 지 62년 만에 대구비행장이 둥지를 옮기게 될 장소가 결정된다. 2013년에 '군 공항의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된 지 7년 만이다. 그런데 지난 1월 주민투표에서 의성 비안과 군위 소보의 공동후보지가 높은 점수를 받았음에도 군위군이 단독후보지만을 고수하면서 사달이 났다. 지역의 미래가 걸린 일이라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가 문제의 해결을 위해 백방으로 뛰며 의성과 군위 군수를 설득하고 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우리는 나뉨으로 인해 사지(死地)의 한복판에 서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자기를 버려야 한다. 이순신은 12척의 배로 명량해전에 출동하기 전날 밤 부하들에게 "죽으려 하면 반드시 살고, 살려 하면 반드시 죽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죽음을 전제로 하는 일자진(一字陣)을 통해 대승을 이루었다. 역사는 분단 한국의 리더, 분리된 대구경북의 정치인과 공무원들 그리고 분열된 의성과 군위의 주민들에게 불신과 정치적 이해관계, 이기주의를 버리도록 요구하고 있다. 국가와 지역이 사는 길은 자신의 것을 순순히 버리고 대의를 따르는 통합에 있다. 불의하고 타락한 세상에서도 자신을 희생했던 이순신에게서 우리는 뭘 배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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