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진중권 한 명 몫을 못하는 미래통합당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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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29   |  발행일 2020-06-29 제26면   |  수정 2020-06-29
혼자 야당 노릇 다했다에
동의 않을 수도 없는 현실
추미애-윤석열 충돌에도
존재감 없는 야당 의원들
'진중권 특수'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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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본부장

"솔직히 총선 앞두고 1월, 2월 야당 노릇은 저 혼자 하지 않았습니까."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4·15 총선 직후 열린 미래통합당 토론회에서 한 말이다. 참석자 상당수가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보수 야당 노릇을 혼자 다했다는 진중권은 원래 좌파 논객이었다. 당적부터 민주노동당→진보신당→정의당을 거쳤다. 노회찬·유시민과 함께 정의당 팟캐스트 '노유진의 정치카페'를 진행하기도 했다.

조국 사태 때 진중권은 "진보가 거의 기득권이 돼 버렸다는 느낌이 든다"라며 실망과 분노를 표시했다. 동양대에 사표를 던지고 "내가 돈이 없지 가오('폼'의 속어)가 없나. 이젠 자유다"라고 선언한 뒤 문재인정권을 향해 거침없는 독설을 퍼붓고 있다. 주로 살아 있는 권력 주변의 표적이나 보수 야당에도 간혹 직격탄을 날린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비판한다고 해서 '모두 까기'로 불린다.

최근 진중권은 '추미애 까기'에 집중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연일 말 폭탄을 쏟아내자 가장 열성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윤석열 공격이) 문재인 대통령 뜻이거나 (추미애 본인이) 차기 대권 주자를 노리는 것"이라고 분석을 단다. "일진 같다. 과거에 껌 좀 씹으신 듯"이라며 태도를 지적하기도 한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윤석열을 협공하며 추미애를 지원사격하자 "집단 이지메가 6·25 때 인민재판을 보는 것 같다"라고 했다.

추미애의 윤석열 공격에 대해선 범여권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정의당은 "추미애의 표현이 너무 저급하다. 전형적인 꼰대 스타일"이라고 했다. 추미애와 대구 동향인 민주당 조응천 의원조차 "추미애 언행에 말문을 잃을 정도다. 정부·여당과 문재인 대통령에게 부담이 된다"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이처럼 진중권과 범여권 정치인들이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 때리기를 "무리하다"고 지적하는데, 정작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에선 별다른 목소리가 없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개개인의 인성이 문제라고 본다"라는 정도의 말만 했다. 윤석열 때리기의 최종 목표가 검찰총장 자진사퇴이고, 그건 곧 정권을 겨냥한 수사의 마감을 의미함을 누구나 읽을 수 있는데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한다.

그렇게 존재감이 없으니 그들을 모아놓고 '나 혼자 야당 역할 다한다'라고 했던 진중권이 이젠 마음껏 조롱한다. 김종인의 '백종원 대권 주자 영입론'에 통합당 장제원 의원이 발끈했다가 진중권의 타박을 들었다. 장제원은 "세간엔 통합당 후보를 놓고 '백종원보다 임영웅이지' 등 조롱 섞인 농담이 돌고 있다"라고 했다. 그러자 진중권은 "어이가 없다. 그 당에서 백종원이나 임영웅보다 나은 놈 있으면 나와 보라. 주제 파악을 해야 한다"라고 일갈했다.

이 말을 들은 통합당 의원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할까. 아니면 왜 우리가 요리사나 트로트 가수보다 못하냐며 속으로 불쾌해하고 있을까. 어느 경우든 핵심은 백종원·임영웅이 아니라 진중권이 조롱 섞인 질책을 해도 별 할 말이 없어진 지금의 통합당 현실이다. 총선 후에도 정가에서 '진중권 특수'가 여전한 것 역시 통합당 의원 103명이 많은 국민의 욕구·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통합당이 제 자리를 찾아야 진중권이 나서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온다.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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