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내 의도대로 조절할 수 없는 자율신경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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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30 07:43  |  수정 2020-06-30 08:16  |  발행일 2020-06-30 제17면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몸이 반응
腦시상하부는 자율신경 조절 역할
정서를 통제하는 기관으로 불려
마음·몸의 반응 조화로워야 건강

곽호순
곽호순 〈곽호순 병원장〉

몸 따로 마음 따로일 수가 없다.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몸도 따라 반응한다. 마음과 몸이 조화롭게 반응한다면 건강한 것이고 마음의 뜻을 몸이 잘 알아차리지 못하면 무엇인가 불편한 일이 생긴다. 이 오묘한 진리는 의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가슴이 두근거리고 눈동자가 커지며 손에 땀이 나고 호흡수도 빨라지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다. 사랑하는 마음 따라 당연히 몸이 반응하는 까닭이다. 사랑하는 마음은 뇌의 가장 중심부에 있는 '시상하부'라는 곳에서 느끼게 된다. 이 '시상하부'를 우리는 '정서를 통제하는 기관'으로 부른다. 이 시상하부는 자율신경계와 호르몬을 조절하는 기능으로 마음과 몸을 연결한다.

자율신경은 (내 의도대로 조절을 할 수 없도록) 자율적으로 기능하는 신경이다. 내 마음을 감출 수는 있어도 자율신경의 반응을 감출 수는 없다. 내 몸이라고 해서 내 의도대로 모든 것을 조절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해야 겨우 팔을 뻗어 물건을 집어 오는 것이나 원할 때 산책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는 것 정도다. 내 생명을 유지하는 중요한 장기의 조절은 자율 신경이 맡아서 한다. 이 자율 신경은 오직 내 의도 안에 숨어 있는 무의식을 알아차리면서 움직인다. 사랑하는 사람이 아닌데 억지로 사랑하는 척을 하려 해도 몸은 그렇게 설레는 반응을 하지 않는다. 반대로 사랑하는 마음을 감추고 태연한 척을 하고 싶어도 몸은 설레는 반응을 한다. 왜 그런지 가슴이 두근거리고 귓불이 발개지며 호흡도 빨라지고 손에 땀이 난다. 그래서 마음을 감추고 싶어도 다른 사람 눈에는 다 보인다. 내가 깊이 감춰 둔 내 무의식을 자율신경이 알아차려서 몸을 반응시킨다. 내가 원한다고 심장의 박동을 조절할 수 있는가. 내가 생각하는 대로 혈압을 조절하거나 생리를 조절하거나 혹은 호흡수를 조절하거나 소화액의 분비량을 조절해 낼 수 있는가. 불가능하다. 이런 중요한 일들을 바로 자율 신경이 한다. 시상하부는 이 자율 신경을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정서를 통제하는 기관으로 불린다.

시상하부는 호르몬도 조절한다. 이 호르몬 역시 마음속의 무의식을 알아차려 반응한다. 호르몬은 성 행동, 섭식 행동과 같은 원초적 행동 그리고 신진대사, 생식과 성장 같은 중요한 신체 기능을 조절하는 화학 물질인데 이것이 마음의 원래 뜻을 알아차려 그에 맞는 반응을 한다. 사랑하고 미워하고 두려워하고 화를 내고 행복해하고 우울해할 때 호르몬은 그 뜻을 알아차려 그에 맞는 화학물질로 혈류 속으로 분비된다. 이 화학물질들은 원하는 장기에 가서 그 반응을 하게 만든다. 특히 콩팥 위에 위치한 부신이라는 곳에서는 스트레스와 관련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코티솔'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해낸다. 이는 자율신경계와 같이 협력해 이 위기를 싸울 것인가 도망갈 것인가 같은 중요한 상황에서 그에 맞는 반응을 한다. 남성호르몬, 여성호르몬, 갑상선 호르몬, 췌장 호르몬 등이 다 마음의 뜻을 알아차려 반응하는 호르몬이다. 마음을 감추고 싶어도 호르몬 분비는 감출 수 없고 그래서 몸과 마음은 하나다.

정리하자면,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몸이 반응한다. 그래서 마음 가는 곳에 몸이 간다. 마음을 잠시 감출 순 있어도 몸의 반응은 마음속의 진실대로 나타난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싫은 반응을 할 수 없고 두려운 상황 앞에서 평화로운 행동을 할 수 없다. 마음과 몸의 반응이 조화롭다면 그 사람은 건강한 사람이다. 그러나 이유 없이 불안하고 두렵고 긴장되고 식은땀이 나고 가슴이 두근거리면 이를 '신경성신체장애'라고 한다.

곽호순 〈곽호순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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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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