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닥터헬기의 하루…7년간 중증환자 2천309명 이송

  • 피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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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03   |  발행일 2020-07-11 제5면   |  수정 2020-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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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닥터헬기<안동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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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닥터헬기<안동병원 제공>
나는 이탈리아 태생이다. 이름은 AW-109 그랜드 뉴(Grand New)이지만 대부분 닥터헬기라 부른다.

지난 2013년 7월, 보건복지부와 경북도는 응급환자들의 응급처치 및 신속한 이송을 위해 안동병원에 응급의료 전용 헬기를 배치하고 중증 응급환자 골든타임 사수라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했다.

새벽 4시50분, 부지런히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이다. 항공정비사가 작은 전선 하나까지 살피며 컨디션을 체크하고, 의료진은 응급의료 장비의 점검·약품의 수량 및 유효기간 등을 꼼꼼하게 확인한다.

일반 친구들과 달리 EMS(응급의료헬기)인 나는 자동심폐소생술기·활력 징후 측정 모니터·인공호흡기·초음파기·흡인기 등 10여 종의 장비가 있고, 생명 배낭에 30여 가지 응급의약품을 품고 다닌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를 '하늘 위 응급실'이라고 한다.

조금 이른 시간이지만 밥을 먹는다. 여름에는 기압, 뜨거운 열기 등으로 겨울보다 먹는 양을 조금 줄인다. 해가 뜨는 일출시간 전에 모든 준비를 마치고 집(격납고)에서 나와 임무를 시작한다. 응급 대기 상황에서 즉시 출동할 수 있도록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오전 10시48분. 운항통제센터에서 출동 지시가 떨어졌다. 목적지는 경북 의성 안계다. 거리는 53㎞로 이륙 후 도착까지 12분이 걸렸다.

외상성 뇌출혈 환자였다. 분초가 생명과 연결되고 신속한 치료가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는 무서운 질환이다.

권순광 응급의학과 전문의, 서수정 간호사, 공태훈 기장, 정연우 부기장, 그리고 환자 등 모두 5명을 태웠다. 다소 무겁다. 누구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태양열로 이글거리는 지표는 36도에 달하지만, 상공은 다행히 기온이 조금 떨어진다. 시원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지만 5명을 태우고 시속 300㎞로 날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나 경북 닥터헬기는 2013년 7월5일 임무를 시작해 지난 7년간 2천309명 환자를 이송했다.

질환별로 중증외상환자 657명(28.5%), 뇌질환 505명(21.9%), 심장질환 327명(14.2%) 순이었고 기타 820명(35.5%)은 증상이 다양하다.

남성이 1천452명(62.9%)으로 여성 857명(37.1%)보다 많았고, 나이는 70대 612명(26.5%), 60대 467명(20.2%), 80대 437명(18.7%), 50대 414명(17.9%)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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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닥터헬기<안동병원 제공>

하루 평균 이동 거리는 약 100㎞, 그동안 지구 7바퀴를 돌았다. 안동병원을 중심으로 영주·봉화·문경·예천·영양·청송·의성·군위 지역은 10~15분에 도착하고 문경·상주·울진·영덕·포항·성주 지역은 20분 내외로 날아간다.

한 사람의 소중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안동병원 항공의료팀 30여 명이 365일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의료팀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14명을 비롯해 응급 구조사·간호사가 있고, 운항팀에는 조종사 5명을 비롯해 항공정비사·운항관리사·지원팀 등 11명이 근무한다.

닥터헬기 이송비용은 무료다. 덕분에 많은 사람이 고마워하지만, 가끔 환영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열심히 일하는 소리가 거슬린다고 항의하지만 '닥터헬기는 생명의 소리'라는 인식이 늘어나면서 지금은 상당수가 이해하고 배려해준다.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안동병원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나를 비롯해 전남(목포한국병원)·인천(가천대길병원), 강원(원주세브란스병원)·충남(단국대병원)·전북(원광대병원)·경기(아주대병원)에서 나의 동료들이 활약하고 있다.

뜨겁던 태양이 지면서 하루를 마무리한다.

나의 근무시간은 일출부터 일몰까지다. 휴일은 없다. 야외활동이 많은 휴일이 더 바쁜 편이다. '불금'이지만 일찍 자고 바쁜 주말 근무를 준비해야겠다.

피재윤기자 ssanaei@yeongnam.com

 

"응급의학 전문의 탑승, 환자 소생확률 높여…이송비용은 무료"
■ 닥터헬기 담당 안동병원 응급의학과 정주원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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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의료 취약지 많은 경북
닥터헬기 도입 중요성 커져

 

 ▶경북지역 닥터헬기 추가 도입이 필요하나.
 "경북은 면적이 넓고 타 시·도에 비해 산악지형이 많아 응급환자를 지상으로 이송 시 1시간 이상 소요되는 응급의료 취약지가 많다. 특히 교통사고 사망률과 중증외상환자 사망률이 전국평균보다 높기 때문에 닥터헬기의 중요성이 높고, 전국 7개 응급의료헬기 가운데 경북이 가장 활발하게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닥터헬기 내엔 인공호흡기·제세동기·초음파 장비·동맥 혈액 검사기·심정지 시 자동흉부압박장치·약물 등을 갖고 현장으로 출동한다. 소방·해양경찰 등의 헬기와 가장 큰 차이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탑승해 10~25분이면 울릉도를 제외한 경북권역 어느 곳이든 날아간다. 중증응급환자의 경우 1분 1초가 매우 중요한데, 의료진을 먼저 만남으로써 환자의 진단과 치료계획이 세워지고 다급한 처치의 경우 현장과 헬기 내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소생확률이 상당히 높아진다."


 ▶헬기이송 가운데 기억에 남는 사연은.
 "특별한 기억이라기보다 긴박한 조치로 생명을 구한 여러 사례가 생각난다. 울진에서 출혈이 심각해 헬기 내부를 피로 물들였던 환자분, 포항에서 조기진통으로 고속도로에서 119 요청으로 헬기 이송해 무사히 출산한 분도 있었다. 또 공사장에서 추락해 철근이 복부에 박힌 채로 이송해 건강하게 퇴원한 분, 상주에서 예초기 칼날이 심장에 박혀 심장 수술 받은 분, 영주에서 설날 아침에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긴급이송 후 퇴원하신 분 등 헤아릴 수 없다. 닥터헬기와 의료진의 노력으로 지금도 가족과 함께하고 있다. 이런 분들을 생각하며 오늘도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열심히 하늘을 날고 있다


 ▶닥터헬기의 장점과 아쉬운 점은.


 "헬기 내에서 병원과 교신해 치료계획을 세우고 병원 도착 즉시 전문과목별로 의료진을 대기시켜 도착 즉시 치료가 실시간으로 이뤄진다. 심장·뇌·외상 환자 등 중증환자를 언제든지 치료할 수 있는 전담의료진과 시설·장비를 가동해 시너지 효과가 더욱 큰 장점이 있다. 아쉬운 점은 기상 영향으로 출동을 하지 못할 때다. 병원 통계를 보면 요청 건수 대비 날씨 탓으로 출동하지 못한 경우가 13% 정도다."


 ▶현장근무자의 애로사항은.


 "헬기는 강풍이나 갑작스러운 기류변화로 멀미도 나고 롤러코스터 타는 만큼 위험한 상황도 겪지만 이젠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닥터헬기는 정부의 공공 의료사업으로 이송비용이 무료인데, 현장에 출동해 보면 보호자 분들이 돈 걱정으로 완강히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또 요즘은 거의 없지만 초기엔 닥터헬기가 착륙할 수 있는 인계점이 평평하다 보니 농작물을 펴서 말린다든지, 일부 행락객이 텐트를 치는 등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피재윤기자 ssanae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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