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갈등 한복판에 선 檢, 정치적 독립·중립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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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28   |  발행일 2020-07-28 제27면   |  수정 2020-07-28

어제 오후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검찰총장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의 권고안을 예고한 것을 놓고 파문이 일고 있다.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을 훼손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다른 한편에서는 검찰 개혁을 위한 긍정적 조치로 인식한다. 양측의 명분이 어떠하든 이 갈등의 본질은 정치적이다. 검찰을 사이에 둔 보수와 진보 간 지긋지긋한 싸움의 한 장면일 뿐이다. 국민은 그렇게 본다. 이 신물 나는 오랜 싸움으로 검찰이 정치에 심각하게 오염되고 있다. 검찰은 지금의 오염된 자리에서 속히 벗어나 공정한 법 집행자로서의 원래 자리로 되돌아가야 한다.

권고안의 핵심내용은 검찰총장 권한의 축소다. △총장의 수사지휘권 분산 △총장의 검사 인사 의견진술 절차 개선 △검찰총장 임명 다양화 등이다. 누가 봐도 '윤석열'을 겨냥하는 게 역력하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권고안을 수용하는 형식을 빌려 조만간 검찰 인사를 단행할 것이다. 인사 방향은 '윤석열 힘 빼기'가 될 것이다.

검찰이 정치에 오염된 것은 일차적으로 정치권의 잘못이 크다. 정치인의 자기관리 실패 탓도 있지만, 정치적 갈등을 정치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검찰에 가져가는 꼼수를 부렸다. 이런 악습이 부메랑 되어 정치가 검찰 눈치를 보는 결과를 초래했다. 자승자박이다. 검찰 또한 반추할 것이 많다. 정치의 위험성을 경계하는 데 소홀했다. 권한을 절제하지도 못했다. 검찰개혁의 목소리가 왜 나오는가. 검찰의 힘이 강한데, 그 강한 힘이 제대로 작동되느냐에 대한 의구심에서 출발한 것이다. 과잉·별건·표적수사에 국민 원성이 높았다. 정치적 의도가 엿보이는 수사란 의심도 받았다. 내부 고발자 역할을 자처해온 임은정 부장검사가 1년 전 윤석열 검찰총장 내정자에게 했다는 고언을 곱씹어봐야 한다. "우병우 라인이 대윤 라인이고, 대윤 라인이 소윤 라인인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 몇몇 검사들이 약간 솎아지긴 했지만, 정치 검사들이 여전히 잘나가고 있고, 앞으로도 잘나갈 거라는 걸 검찰 내부에서는 모두 알고 있다." 검찰 개혁을 위해서는 정치적 독립과 함께 정치적 중립, 과도한 권한 행사의 억제가 동반돼야 함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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