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관련 비밀 이용해 사익 취득땐 최대 징역 7년"

  • 김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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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28   |  발행일 2020-09-28 제3면   |  수정 2020-09-28
'이해충돌방지법案' 취지·내용·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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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들의 직무와 관련된 사익 추구가 문제가 되면서 이해충돌방지법이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왼쪽부터 이해충돌 논란을 빚은 손혜원 전 국회의원, 김홍걸 국회의원, 추혜선 전 국회의원, 박덕흠 국회의원. 연합뉴스
'이해충돌 방지'는 공직자의 친·인척이 이해관계가 있는 직무를 할 경우 공직자가 해당 업무에서 제척되도록 하는 것이다. 쉽게 공직자의 공사(公私) 구분을 법으로 정해 부정부패를 막자는 것. 이해충돌 상황 그 자체가 부패행위도 아니고 반드시 부패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지만, 공익과 사익이 충돌하는 이른바 '이해충돌'을 사전에 방지하도록 법으로 정하자는 게 취지다. 이해충돌 상황을 방치하면 공공정책 결정의 합법성과 공정성에 대한 국민 신뢰가 깨지고, 정부의 정책에도 지장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법률안에선 이 법의 목적을 '공직자의 직무수행과 관련한 사적 이익 추구를 금지함으로써 공직자 등의 공정한 직무 수행을 보장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권익위가 제출안 법률안은 직무상 비밀을 이용해 금전적 이익을 취한 경우 최대 징역 7년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대표적인 이해충돌 논란 사례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전남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아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손혜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손 전 의원은 전남 목포의 도시재생 사업 계획을 미리 파악해 차명으로 부동산을 사들인 혐의를 받고 있다.

법원은 국회의원의 직무와 '이해 충돌'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해충돌'을 회피하지 않은 점에 대해선 관련법이 없어 부동산실명법과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이와 관련, 검찰은 "검찰은 "손 의원이 2017년 5월 목포시청으로부터 개발 정보가 담긴 서류를 받았고, 같은 해 9월 국토교통부로부터 '도시재생 뉴딜 사업 공모 가이드라인 초안' 등 비공개 자료를 받았다"며 손 전 의원이 공무상 알게 된 비밀을 활용해 부동산을 구매했다고 주장했다.

최근 민주당을 탈당한 김홍걸 의원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이면서 '남북경협 테마주'로 분류되는 현대로템 주식 8천718주(1억3천800만원가량)을 보유한 것으로 밝혀져 이해충돌 논란이 일자 처분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현대로템은 철도차량과 방위산업 장비를 만드는 회사로 주식 시장에서 대표적인 남북경협주로 평가받고 있다.

공직자 公私 구분 법으로 정해
부정부패 사전 통제하자는 것
대상은 공직자·국공립 교직원

직무관련 범위문제 공방 일 듯
제한 방식 놓고도 충돌 가능성
"21대 국회 개혁성 가늠 시험대"


박덕흠 (전 국민의힘) 의원은 건설업계 출신으로 대한전문건설협회 중앙회장을 지냈다. 2015년부터 5년 동안 국토교통위원회에 있었고 국토위 간사까지 역임했다. 국토위에서 활동하는 동안 그의 가족이 대주주로 있는 3개 건설회사가 국회 피감기관인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산하 기관으로부터 수천억원의 공사 수주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추혜선 전 정의당 의원은 국회를 떠난 직후 피감기관에 취업하며 이해충돌 논란이 일었다. 추 전 의원은 20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정무위원회에서 활동했지만 지난 총선에서 낙선한 뒤 LG유플러스 비상임 자문으로 취업했다. 논란이 일자 추 전 의원은 지난 6일 사임했다.

◆형식·적용 범위가 쟁점

이 법의 가장 큰 쟁점은 '입법형식 및 법 적용 범위'다. 별도의 독립 법률로 제정할 것인지, 기존 법률을 개정하는 방식으로 공직자 이해충돌방지 조항을 삽입할 것인지가 문제다.

부정청탁금지법과 이해충돌방지법의 입법 목적의 차이를 고려하면, 별도의 제정법으로 입법하는 게 적절하다는 입장과 최초 국회에서 하나의 법안으로 발의되었던 부정청탁금지법을 개정하는게 맞다는 입장이 대립한다.

권익위 제출안은 전자인 제정법의 형태다. 부정청탁금지법은 사후 제재에 방점이 찍혀있지만, 이해충돌방지법은 사전 통제에 중점을 두고 있어 별도 입법으로 제정해야 한다는 것이 권익위 입장이다.

공직자의 범위도 문제다. 부정청탁금지법의 적용 대상은 공무원을 포함해 공공기관과 공직 유관단체 임직원, 국·공립학교 교직원, 사립학교 임직원, 언론사 임직원인 반면 이해충돌방지법 권익위 제출안은 공직자와 국·공립학교 교직원만 대상으로 한다.

국회 정무위는 보고서에서 "사립학교 임직원과 언론사 임직원을 대상에 포함시키는 문제는 제도의 필요성과 기본권 제약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입법 정책적인 판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직무관련 범위'를 정하는 문제를 놓고도 공방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

권익위 제출안은 '직무관련자'를 공직자의 행위로 이익 또는 불이익을 '직접적으로' 받는 개인이나 법인, 단체로 정의했다. 간접적·반사적 이익 또는 불이익을 받는 대상까지 직무관련자에 포함하면 그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마지막 쟁점은 '사적 이해관계가 발생할 시 직무수행 제한 방식'이다.

권익위 제출안은 기본적으로 '선신고 후조치' 방식을 취하고 있다. 사적 이해관계가 개입될 소지만으로 자동적으로 제척 등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공직자의 신고나 회피신청에 따른 직무참여 일시 중지, 직무 재배정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를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미국의 경우 공직자가 재정적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사안을 회피하지 않고 참여하는 것을 금지한다. 캐나다 역시 이해충돌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스스로를 제척하도록 하고 있고, 영국의 '장관행동강령'은 이해충돌을 야기할 수 있는 사안을 서면으로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공직 임용과 인사 이동 시 공무와 충돌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사적 이해관계를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신고하는 절차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21대 국회 문턱 넘어설까

이해충돌방지법은 19·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입법에 실패했다.

19대 때는 정부가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이해충돌 방지 규정이 제외된 채 일명 '김영란법'인 청탁금지법만 통과됐다. 20대 국회에선 유사한 법률안이 8건이나 제출됐는데도 상임위에 상정조차 하지 못했다.

민주당은 정기국회 안에 반드시 이해충돌방지법을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김남국 의원이 상임위 직무와 관련해 사적 이익 추구행위를 할 경우 징계하는 내용의 국회법·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내는 등 당 소속 의원들의 관련법 발의도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정치개혁 태스크포스(TF) 관계자는 "제척과 기피 제도와 관련해 국회직은 일반 공직자와는 다르기 때문에 심도있게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표창원 전 민주당 의원은 "국회의원에게 어느 정도 모호한 이익 추구가 허용된다는 관행적 요소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지금껏 제정하지 못한 것"이라며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은) 21대 국회의 개혁성을 가늠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현기자 sh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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