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人사이드] 계명-목요철학원 백승균 원장 "목요철학은 내일을 위한 강좌…미래사회 시민의식 기초 될 것"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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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0-14 08:25  |  수정 2023-11-29 15:13  |  발행일 2020-10-14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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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균 계명-목요철학원 원장이 '목요철학 세미나' 40년 역사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계명대 제공〉

1980년 계명대 철학과 교수들이 시작한 '목요철학 세미나'가 지난 8일로 40주년을 맞았다. 지난 40년간 매주 목요일이면 어김없이 열린 목요 철학 세미나는 전인미답의 길을 가고 있다. 유수한 국내외 인문·철학자들이 목요철학 세미나 강단에 선 것을 자랑스러워한다. 백승균(84) 계명-목요철학원 원장은 국내 대학은 물론 전 세계에서도 기념비적인 기록이라 할 40년 역사의 목요철학 세미나의 산증인이다. 목요철학 세미나의 산파역으로 시작해 30년이 지난 2011년부터는 대학 안팎에서 청소년과 대학생, 그리고 일반시민을 위한 세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인문포럼으로 확대시켰다. 백 원장은 고려대 대학원에서 서양철학을 전공했고, 독일 프랑크푸르트(M)대에서 수학했으며, 튀빙겐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계명대 철학윤리학과 석좌교수, 계명-목요철학원장, 대한철학회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목요철학 세미나 탄생 당시 시대상이 궁금하다.

"1954년 계명대가 영문학과와 함께 철학과를 개설했다. 70년대 후반부터는 서양철학을 전공하러 외국으로 떠났던 60~70년대의 유학생들이 귀국하여 대학교수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소위 한국철학계의 제2세대들이 다양한 국가에서 자신들의 철학을 가지고서 한국학계로 들어온 것이다. 종전의 철학 제1세대들은 대체적으로 일본유학파들이었다. 특히 서양철학 분야에서는 그들의 영향을 받아 독일철학이 한국철학계의 주류를 형성했고, 독일철학 가운데서도 칸트·헤겔 등의 관념론 철학이 대세를 이루었다. 물론 영미철학도 빼놓을 수 없긴 했으나 미약한 상태였다. 젊은 40대의 교수들이 각자 자신들의 주장을 가지고 선후임자 없는 철학과에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한자리에 모였으니 시끄럽지 않을 수 없었다. 무리하게 표현하면 젊은 신진교수들이 학생들 앞에서 제각각 잘났다고 자랑하는 것이고, 어떻게 보면 일종의 철학적 이념논쟁의 자리가 되기도 했다. 계명대는 1980년 미국에서 분석철학을 전공한 김영진 교수가 철학과에 새로 임용되면서 미국의 새로운 언어분석학을 가지고 유럽관념철학에 대한 적나라한 비판으로 맞서기도 했다."


1980년 '방과 후 철학 세미나'로 시작
인문학 소통으로 대학가 돌풍 일으켜
지적 사유활동 공유 시대적 요청으로
2011년 인문포럼 탈바꿈 학교밖 진출

급격한 속도로 바뀌는 4차 産革시대
'사람·자유의 가치' 깨닫게 돕는 역할


▶원장께서 그때 목요철학 세미나를 구상한 것으로 알고 있다.

"목요철학 세미나는 1980년 계명대 철학과의 40대 교수들 간의 철학적 자기주장으로부터 시작됐다. 80년대 이후 한국사회는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민주화의 열풍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대학생들의 시위가 이어졌다. 이러한 소용돌이 속에서 바로 그해 1980년 1학기 말에 나는 학과 교수들이 모인 자리(변규용·김영진·백승균)에서 "2학기부터 수업은 정규교과과정에 따라서 정상수업을 하고, 방과 후 오후 6시에서 8시까지 '철학세미나'를 통해 자신이 내건 철학의 주제를 한 시간 발표, 한 시간은 토론으로 하자"는 제안을 했고, 이에 변규용 교수와 김영진 교수가 동의하여 연장자 순서로 마침내 1980년 10월8일부터 '철학 세미나'를 시작하게 됐다. 참으로 우리에게는 1980년이 갈림목이었다. 강좌의 방향은 흥미 위주가 아니라 학문 위주로 가되 정치경제로 할 것인가 혹은 인문사회로 할 것인가가 문제였다. 우리는 인문사회에로의 길을 택했고, 그 후 대학 내에서 30년 그리고 대학 밖 사회, 즉 대구시립중앙도서관에서 10여 년, 모두 40년을 '인문사회'라는 한길로 달려왔다. 물론 대학 내에서 30년 동안 이런저런 경우 정치적 성향의 강사들이 참여하기도 했었다."

▶계명대에서 시작된 점이 가치가 있다.

"1980년대의 대학가에는 다양한 지적 욕구가 차고 넘쳤다. 그러나 그러한 욕구를 충족시켜줄 만한 공간들도 없었고 주체들도 없었다. 심지어 교수들의 자기주장에 대한 비판과 토론에는 익숙하지도 않았다. 그저 교수들의 일방적 강의에 학생들은 집단적으로 청강할 뿐이었다. 철학과에서마저도 교수는 판서하고, 학생은 필기하는 것이 당시 대학 강단의 전부였을 정도였다. 따라서 강의실은 침묵으로 일관했고, 때로는 엄숙하기까지 했다. 그러니 대학 전체가 조용할 수밖에 없었고, 조용한 대학이 학구열이 높은 일류대학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계명대의 목요철학 세미나는 대학사회에서 돌풍을 일으킬 만했고, 또한 그만큼 교수들의 학문적 역량과 지적 여건 모두를 갖추고 있었다."

▶목요철학 세미나의 소중한 가치 중의 하나가 시민들에게 강좌를 개방한 것이다.

"2010년대 들어서 목요철학 세미나는 대학과 사회의 경계가 무너지고 모든 학문의 경계성마저 사라진 포스트모던시대의 현실에서 대학공간에만 남아있을 필요가 없었다. 따라서 대학인들뿐만 아니라 모든 시민을 위한 새로운 사회를 향해 출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지적 사유 활동을 체계적으로 대학 밖의 시민들과 함께 공유함이 시대적 요청이기도 했다. 대학 안에서는 교수와 학생이 함께하는 대학인들의 사고가 중요했으나, 대학 밖에서는 다양한 계층의 시민의 삶이 더욱 중요했다. 때문에 대학 밖의 사회에서 필요한 형식은 자기주장이 가능한 강단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광장이어야 했고, 인간 삶의 현장을 체계적이고 다원적으로 바라보고 상호소통이 가능한 형식이어야 했다. 비로소 지적 독자성의 '자기' 주장에서 사회적 실천성의 '우리' 주장이 새로운 인문학적 담론의 패턴으로 등장한 것이다. 신일희 총장의 지원으로 마침내 2011년 2월8일 계명대 대학본부는 전체 교무회의에서 '계명-목요철학원'의 설립을 정식 안건으로 채택해 통과시킴으로써 종전 학과 차원의 목요철학 세미나에서 대학의 공식 부속기관으로 승격됐다. 2011년 '목요철학 세미나'가 대학공간에서 대구시내의 광장(대구시립중앙도서관→수성구 범어도서관)으로 진출하게 됨에 따라 지금까지의 명칭을 '목요철학 인문포럼'으로 개칭했다."

▶현 시대에서 목요철학 강좌가 가진 의미는 무엇인가.

"목요철학 인문포럼은 오늘을 위한 강좌가 아니라 내일을 위한 강좌다. 오늘의 입장에서 보면 사실 인문학이라는 것이 배부르지도 않고, 손에 잡히지 않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배부르지 않을지라도 이것이 누적이 되면 미래 사회의 시민의식을 위한 기초가 될 수 있다. 미래는 '각(覺)'하는 사람에게는 다가오지만, '각(覺)'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다가오지 않는 것이다."

▶4차 산업시대 일반인들이 철학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목요철학 인문포럼은 두 가지 궁극적 목표를 지향한다. 하나는 '사람됨의 가치'를 추구하는 일이며, 또 하나는 '자유함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그 속도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세상이 탈바꿈한다 해도 인간존재 자체가 곧 기술 내지 기계일 수는 없다. 사람은 아무리 늙어도 어떤 형편에 처해 있어도 누구나 동심(童心)은 그대로 간직한다. 그런 초심의 영역을 우리가 인간 삶 전체의 근원성으로 설정하자는 것은 비록 먼 길을 돌아서 간다 하더라도, 돌아서 가는 그 길이 곧 새로운 지름길임을 '각(覺)'하고 '탈(脫)'하는 것이기 때문이며, 나아가 미래를 선취하고 내일을 오늘에서 사람답게 사는 현실적 실천성이기 때문이다. 그런 실천성이 곧 우리에게는 인문학적 실천성이다. 오늘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철학적 반성으로서 비판적 능력이자 직관의 능력을 갖추는 것은 우리 자신을 근원적 생동성으로 탈바꿈케 하여 인간 삶의 본래성을 되찾게 하는 일이 될 것이다. 이에 대한 인문학적 실천성을 실현하는 것이 '사람됨의 가치'와 '자유함의 가치'를 '각(覺)'하도록 돕는 것이 저희 '목요철학 인문포럼'의 시민사회에서의 역할이자 임무라고 생각한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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