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영의 시중세론] 2021, 대구경북에는 메가플랜이 필요하다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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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1-15   |  발행일 2021-01-15 제22면   |  수정 2021-01-15
랜선으로 만든 초광역 시대

비전 없으면 변화의 희생양

대구경북 통합 사업 추진해

행정관할구역 등 구태 탈피

경제규모 늘리고 힘 합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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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대 법학부 교수 〈사〉대구경북학회장

새해의 시작은 없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계속되고 있을 뿐이다. 전투 지휘관들은 노란색 재난상황복을 입고 매일 방송매체를 통해 전황을 브리핑한다. 전날 지역별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전투희생자를 의미한다. 코로나19 예방백신과 치료제는 전쟁을 끝내기 위해 도입되는 신형무기로 소개되고, 백신 확보 물량이나 전 국민 접종계획은 전쟁을 수행하는 전략계획이다. 예방백신 확보와 전 국민 생활지원금으로 정부의 예산 지출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코로나19에만 매몰돼 전쟁 이후 국가적 비전과 플랜이 없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불안하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개인과 집단은 전쟁에서 질 수 있지만 인간은 전쟁에서 패배한 적이 없다. 역대 모든 파멸적 전쟁에서도 결국 인간은 살아 남아 현재의 문명과 번영을 이루어왔다. 코로나19 또한 시간의 문제일 뿐 인류 승리의 역사로 남을 것이다. 문제는 전쟁 그 이후다. 14세기 중반 흑사병으로 유럽은 인구의 3분의 1이 희생되고 세상의 종말이라는 절망적 상황에 놓였지만 유럽인들은 흑사병과의 전쟁을 극복하고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다. 르네상스는 사회 질서의 대변혁과 문화예술의 대부흥을 의미한다.

유럽과 아시아·태평양의 거의 모든 국가가 전쟁의 참화로 고통을 받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는 마셜플랜으로 폐허가 되어버린 유럽의 도시들을 되살렸다. 마셜플랜을 통해 유럽의 16개 국가들은 분리된 경계와 경쟁 그리고 대립과 반목을 극복하고 하나의 유럽으로 통합하는 슈망플랜을 가질 수 있었다. 프랑스 외무장관이었던 로베르 슈망의 플랜을 통해 유럽이 통합되지 않았다면 개별국가로서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등이 각각 미국, 중국 등과 대등한 위치에서 경제적 그리고 국제정치적 파워를 가질 수 없었을 것이다.

지금 세계 여러 나라들은 국가 간의 경쟁이 아닌 메가시티 권역경쟁을 하고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세계적 대도시는 중심도시와 주변도시가 통합해 하나의 권역을 이루는 스케일링(scaling), 즉 규모 확대로 도시의 효율성을 높이고 더 나은 주민의 삶을 도모하고 있다. 서울의 경쟁력도 인구 규모에 있고 런던, 베를린, 파리, 샌프란시스코 등은 주변 권역과 통합적 행정구역을 형성해 도시의 규모를 확대하고 일자리와 교통의 편의성을 늘렸다. 또한 문화적 다양성의 확보와 함께 대중문화 소비 기회가 확대되고 보건복지 등의 접근성 향상이라는 효과를 거두었다.

지난해 30년 만의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으로 수도권인 수원, 고양, 용인 외에 유일하게 지방도시로서 인구 100만 이상의 특례시 지위를 갖게된 창원도 그 효과를 보았다. 창원시 보고서에 따르면 통합 3년간 기업체 763개, 근로자 6천명가량이 늘었고, 복지예산은 전체 예산의 25%에서 31%로 증가했으며, 대중교통 수단인 버스노선 또한 145개가 확대되고 정거장은 569개가 증설되는 등 가시적 균형발전 성과와 재정역량의 증대가 이뤄졌다. 지방중소도시로서 마산과 진해 그리고 창원으로 분리돼 있었다면 경기도의 주요 도시와 같은 위상을 차지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제 우리도 대구경북의 통합이라는 메가플랜으로 코로나19 이후를 이끌어야 한다. 컴퓨터의 랜선으로 경계없이 연결되는 초광역의 시대다. 행정관할구역이라는 구시대적 경계로 사람과 돈 그리고 기업의 활동이 제한되어서는 안된다. 대구경북이 통합된 규모의 틀을 만들지 못하고 직면한 문제에 개별적 접근법을 계속 추구하다가는 커다란 시대변화의 희생자가 돼 끔찍한 결과를 빚어낼지도 모른다. 스케일링의 힘을 믿어야 한다.
대구대 법학부 교수 〈사〉대구경북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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