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車부품기업 오너에게 듣는다 .1] 김상태 <주>PHC 회장

  • 임성수,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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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2-17 07:44  |  수정 2021-04-29 15:02  |  발행일 2021-02-17 제13면
"오래된 기업 타성에 젖을 가능성 커…신생업체보다 곱절 더 노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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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태 PHC 회장이 "가정·기업·사회가 모두 행복하려면 사람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전기차, 수소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시대가 성큼 다가오면서 자동차 산업에도 많은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대구경북 주력산업 중 하나인 자동차부품 업계도 미래차 시대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영남일보는 자동차산업의 초석인 차부품 개발 및 생산에 앞장서고 있는 대구경북 자동차부품 기업 오너들을 만나 미래차 시대에 대한 준비 및 노력, 지역 대표 기업으로의 성장을 이끈 경영철학 등에 대해 들어본다.

평화정공〈주〉·〈주〉평화발레오·〈주〉카펙발레오의 대표이사 회장을 맡고 있는 김상태(68) PHC 회장은 대구상공회의소 사회공헌위원장을 2013년(초대 위원장)부터 8년째 맡고 있을 정도로 기업의 사회공헌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지역 기업 모두가 힘든 시기를 보냈던 지난해 대구상의 회원 기업들로부터 전년보다 5억원(68%)이나 더 많은 12억3천여 만원의 성금을 모아 연말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지난 9일 평화정공 계열사인 〈주〉VPHC(대구 성서산단) 공장에서 김 회장을 만났다.

회사 수명을 계속 이어가려면
경영진·직원 모두가 혁신해야

업무 수행 정직하고 정당하게
채용때 건전한 정신 필히 체크

전직원 봉사 회사발전 원동력
노사 관계 자연스럽게 좋아져


▶자동차부품업과의 인연은.

"자동차부품에 대해 관심이 별로 없었던 시절인 1971년, 부친이 평화크랏치공업을 설립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됐다. 1982년 평화크랏치공업(PHC 전신)에 입사하면서 자동차부품업과 본격적인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올해로 벌써 만 40년이나 됐다. 입사 이후 1990년 부친이 돌아가시면서 본격적으로 경영을 시작하게 됐고, 이후 30년 넘게 PHC 임직원과 함께하고 있다."

▶평화정공, 평화발레오, 카펙발레오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한다면.

"평화정공은 차 트렁크를 포함한 도어시스템 개발 및 생산 회사로, 전신은 1985년 설립된 평화화성〈주〉이다. 현대차, 기아차, 한국지엠, 르노삼성, 쌍용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회사들이 주요 납품처일 뿐 아니라 테슬라, GM, 포드, 혼다, 닛산, 도요타, BMW 등 유명 해외 완성차 회사에도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평화발레오와 카펙발레오는 프랑스 발레오사와 합작한 회사로, 자동차 엔진 동력을 변속기로 전달하기 위한 변속기 핵심 부품을 제조하고 있다."

▶미국 등 해외에도 공장을 많이 설립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미국에는 앨라배마·디트로이트 등 3개 지역에 공장이 가동 중이고 체코·슬로바키아 등 유럽과 일본·중국·인도 등 아시아권에도 '평화' 이름의 자동차부품 공장이 현지에서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이들 공장에서는 현지 완성차에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대구상의 사회공헌위원장으로 역할이 큰 것으로 아는데.

"사회공헌위원장을 맡은 지 8년째가 됐는데, 위원회의 목적 자체가 기업들의 사회공헌 확산이다 보니 우선 참여 기업 수를 늘리는 것을 첫 목표로 잡고 많은 기업인을 만났는데 많이 놀랐다. 주위에 모르게 사회공헌을 하는 기업들이 예상보다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5억원이라는 큰 돈이 추가로 모금된 것도 이들 기업인의 자발적인 노력에 따른 것이어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별히 사회공헌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는지.

"특별한 계기라고는 할 수 없지만 민주화 이후 1990년대 노동운동이 확산되면서 기업 현장은 다소 혼란스러웠다. 근로자와 경영진이 하나라는 인식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우선 근로자들의 동의를 구해야 했는데 모두 흔쾌히 'OK'라는 답을 받았다. 곧바로 실천하기 위해 근로자들과 함께 경북 고령에 있는 '들꽃마을' 봉사활동을 다니기 시작했다. 이후에는 매주 근로자 7명씩 조를 맞춰 1박2일 봉사로 이어졌다. 봉사활동 성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직원들 스스로가 인성·정신이 중요하다는 걸 새삼 실감하며 보람이라는 소중한 마음까지 가지게 되면서 노사 관계 또한 자연스럽게 좋아졌다. 지금은 봉사활동이 자발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회사에서는 필요한 경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직원 전체 봉사활동의 성과라면.

"회사 발전에 원동력이 되고 있다.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대구상의 사회공헌위원장을 맡게 된 것도 회사 봉사활동이 계기가 됐다. 하지만 지금 와 생각하면 사실 좀 부담스럽다. 역할을 제대로 못해서 미안하고, 많이 부족해 매번 아쉽다. 매번 (위원장)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마땅히 후임도 없는 상황이라 남은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

▶40년 한길을 걸어왔고 30년 이상 경영을 했는데, 지금과 같은 사세 확장의 비결은.

"다른 건 없고 천직이라고 생각하고 미래를 생각하면서 준비한 것이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사실 운도 많이 따랐다."

▶경영철학이 있다면.

"특별한 경영철학 같은 것은 없다.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정도 기업도 사회도 행복해야 한다. 행복하려면 사람이 원천, 우선이 돼야 한다. 정신이 건강해야 프로가 나온다. 우리 회사 핵심가치 또한 '건전한 정신'이다. 건전한 정신은 다른 게 아니고 정직하고 정당한 절차와 방법으로 업무를 수행하며 겸손하게 행동하는 것이다. 회사도 겸손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직원 채용 시에도 건전한 정신을 반드시 체크한다."

▶미래차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준비는 어떻게.

"지금 잘 돼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고 미래가 더 중요하다. 기업 역사가 오래된 것은 좋은 것 하나도 없다. 회사 수명을 20년, 30년 계속 이어가려면 혁신, 다시 말해 새로 태어나야 하는데 쉽지 않다. 대단히 어렵다. 새로 시작하는 것이 훨씬 더 쉽다. 스스로는 아니라고 하지만 경영진과 직원 모두 자신도 모르게 타성에 젖을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산업의 경우 지금까지 거의 한 방향으로만 왔다. 하지만 앞으로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것이다. 기존 회사들은 다시 태어나기 위해 신생 회사보다 곱절은 더 노력해야 한다. 사실 불안하기도 하다. 그래서 재교육과 스스로 자극을 주려고 노력한다. 다른 산업도 마찬가지다. 내일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과거 잘했다는 건 의미 없다. 현재와 미래가 중요하다. 늘 새로운 출발이라는 생각으로 각오를 다진다."

▶대구경북 경제가 많이 어렵다. 위기 극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기업이 활성화돼야 하는데, 무엇보다 스스로 흥이 나게 해주어야 한다. 예로 과거 작은 수출기업에도 수출탑을 수상하며 큰 행사를 마련해 힘을 내게 해준 것을 들 수 있다."

임성수기자 s01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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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경북본사 1부장 임성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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