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에도 이런 기업이 .8] <주>천년기업

  • 오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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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3-03 15:52  |  수정 2021-08-18 14:22  |  발행일 2021-03-04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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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천년기업 성주 공장에서 재활용 합성수지를 사용해 인도용 투수(透水)블록이 생산되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ong@yeongnam.com

재활용 합성수지를 사용해 인도용 투수(透水)블록을 제작하는 기업이 경북에 있다. 경북 성주에 위치한 <주>천년기업은 재활용합성수지(폐PET)와 골재만을 혼합해 공원과 학교, 주택가에 적합한 보도용 바닥재를 생산하는 아이디어 기업이다. 2018년 조달청 새싹(START-UP)기업으로 지정된 이후 꾸준히 사업역량을 키워가고 있는 천년기업을 찾아 제품의 특징을 알아보고 아이디어 기업만의 고충도 들어봤다.

지난 2일 찾은 천년기업 생산 공장에는 직사각형의 투수블록이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18초 마다 한 개씩 생산되고 있었다. 천년기업에서 생산 중인 투수블록은 언뜻 보기엔 일반 블록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원자재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시멘트와 골재를 섞어 제작하는 일반 블록과 달리 천년기업은 재활용 페트 조각과 골재만으로 블록을 제작해 자원 순환에 앞장서고 있다. 김태현 천년기업 대표는 "시멘트를 원료로 사용하지 않아 일반 보도블록과 달리 시멘트 함유량이 0%이며, 골재와 재활용 합성수지가 적절한 비율로 구성돼 버려진 자원을 재활용 하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천년기업은 10㎜로 분쇄된 재활용 합성수지와 골재 등을 가열하고 압축해 투수블록을 제작하고 있다. 특히 막걸리병과 같은 재활용률이 현저히 낮은 잡색 합성수지를 주요 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정부의 탈(脫) 플라스틱 대책에도 도움이 된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플라스틱 폐기물을 오는 2025년까지 20% 감축하고 폐자원의 재활용·재사용 비율을 더욱 높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김 대표는 환경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천년기업과 같이 폐자원을 활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의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저희 투수블록으로 1㎡를 까는데 1.5ℓ페트병이 27개가 들어간다"며 "폐자원을 활용한 각종 사업은 앞으로 더욱 각광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년기업의 투수블록 재료 구성은 석회석 재질의 골자가 68%, 재활용합성수지가 32% 차지한다. 시멘트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중량은 동일 부피 대비 20%가량 가볍다. 하지만 투수성과 내구성은 일반 제품에 비해 더욱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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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시멘트 블록(왼쪽)과 <주>천년기업이 개발한 투수(透水)블록. 손동욱기자 dingong@yeongnam.com


천년기업에서 제작한 투수블록은 입자 사이에 빈틈을 나타내는 공극률이 37.56%로, 우수한 투수성을 갖췄다. 투수성을 평가한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의 조사에 따르면 천년기업의 투수블록의 투수계수는 5.2㎜/s로, 일반제품에 비해 5배 가량 성능이 뛰어났다. 내구성도 우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세명대 토목공학과가 천년기업 투수블록과 타 제품을 대상으로 날씨 변화에 따른 내구성 저하 현상을 측정하는 동결융해저항성을 평가한 결과, 천년기업의 투수블록의 동결융해저항성이 타 제품보다 60%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품에 대한 우수성이 입증되면서 천년기업의 투수블록은 대구시와 충북 제천시 등에 납품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대구 수성고에 576㎡ 규모로 납품·시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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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주천년기업 대표. 손동욱기자 dingong@yeongnam.com


천년기업의 향후 목표는 조달청의 우수조달제품으로 등록되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는 재활용합성수지를 사용해 선도적으로 투수블록을 제작하는 기업이 없고 관련 인프라도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영세규모의 천년기업이 정부의 까다로운 인증 및 평가 절차를 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김 대표는 "각 기관마다 요구하는 사항이 다르고 너무 포괄적이다 보니 우리와 같은 아이디어 제품이 활성화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없지 않다"며 "정부의 R&D 사업에 많은 아이디어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해 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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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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