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영의 시중세론] 행정통합에 대한 세론과 습속

  • 박진관
  • |
  • 입력 2021-03-19   |  발행일 2021-03-19 제22면   |  수정 2021-03-19
행정통합 홍보 활발하지만

논의 범위·수준 등 '제한적'

통합철학에 대한 고민없이

지역이익 탓에 반대하기도

이성적 관점서 담론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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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대 법학부 교수〈사〉대구경북학회장

대구경북의 행정통합 논의가 불안함 속에 활활 타오르고 있다. 성주군과 군의회는 지역 유력 일간지에 행정통합을 지지하는 공익광고를 게재하는가 하면, 안동에 가면 행정통합을 반대하는 현수막을 시내 여러 곳에서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지역별 찬반 의사표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언론과 시·도민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함이 존재하는 것은 논의의 범위와 수준이 제한적이라는데 기인한다. 행정통합 기본계획안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세 차례 온라인 대토론회 형식으로 시·도민에게 소개되었다. 하지만 온라인 환경에 익숙하거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의 불균형적 정보 접근의 문제가 있었다. 전체 토론회 영상과 주요 내용을 중심으로 편집된 동영상을 유튜브와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의 홈페이지에 올렸지만 조회 수가 각각 몇천 회에 그친 이유다. 물론 언론 보도를 통해 더 많은 시·도민이 행정통합에 관한 소식을 접하고 있지만 깊이 있는 내용을 알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온라인 참여자와 현장 참여를 선호하는 시·도민이 함께하는 토론회를 대구권(엑스코), 동부권(포항), 서부권(구미), 북부권(안동)으로 나누어 진행했지만 이 또한 코로나 방역수칙 준수를 위해 참여자의 수를 제한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상황의 연속이었다. 물론 모든 시·도민이 참여하고 깊이 있게 이해하는 통합논의는 이상에 불과하다. 그래도 보다 다양한 주체들이 통합논의에 참여하는 범위의 확대는 여전히 아쉽고 더욱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보다 더 걱정스러운 건 행정통합 관련 논의 수준에 발전이 없다는 것이다. 대구경북이 직면한 현실로서 인구와 경제 위기에 대한 절박한 심정에 온도 차이가 있기 때문인지 통합의 철학과 정신에 대한 고민은 없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특별법 불가론을 제기하거나, 손에 쥘 수 있는 지역 이익에 대한 보장이 없어서 반대한다는 의견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정치적 소통과정도 아니고 담론의 수준에도 이르지 못한 습속의 표현일 뿐이다. 특히 신공항건설은 특별법 없이 추진되는 것이 정상인데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이라는 입법 괴물을 통한 추진을 정상으로 생각하고, 행정통합의 경우 현행 법률에 따라 특별법 제정을 통한 통합이 정상인데 특별법이 안될 것이라는 괴물 같은 주장을 하는 것은 패배주의적 습속 때문이다.

민주사회에서 정치적 그리고 사회적 권력은 강제력이 아니라 의사소통을 통해 유지된다. 의사소통이란 행정통합과 같은 현안에 대하여 상세히 분석하고 자신의 이념과 소신에 기초하여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담론화하는 것이다. 행정통합은 참이 아니라는 명제를 관철하려면 정리와 공리의 수준에서 자기 정당성을 입증해야 한다. 사회적 공리가 공동체에 의하여 지지되는 세론을 바탕으로 해야 함은 당연하다. 세론이란 시장바닥에 나도는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이 행동하는 방식, 특히 타자 또는 새로운 현상과의 관계를 맺는 이성적 방식 속에 존재한다. 하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감정적으로 몸에 밴 습속을 세론으로 포장하기도 한다. 예컨대 세론은 희망과 신뢰 그리고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바람직한 가치로 언급하지만, 현실에서는 희망처럼 될까? 믿었다가 바보 되면 나만 손해, 이불 밖은 위험해! 하면서 포기하는 행태는 습속 때문이다.

어쨌든 연푸르게 새싹이 돋아나는 나뭇가지마다 봄빛은 가득한데 책상물림 먹물쟁이의 소심한 마음속에 아직은 때가 아닌가 하는 씁쓸함의 그늘이 진다.
<대구대 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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