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의 봄은 올 것인가]〈하〉 60년 군부통치에 저항하는 시민들...'미얀마 민주화' 염원 담은 빨간 풍선 하늘로 날리다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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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3-25   |  발행일 2021-03-25 제10면   |  수정 2021-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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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양곤 시내에서 쿠데타 항의 시위대가 계속되는 유혈사태와 관련해 유엔의 개입을 촉구하며 미얀마의 민주화 염원을 담아 빨간색 풍선을 하늘에 띄우고 있다. 연합뉴스

미얀마는 현재 60년 군부통치를 종식시키기 위한 중대국면에 접어들었다. 번번이 좌절된 그동안의 민주화 운동을 반면교사 삼아 이번만큼은 절대 군부 쿠데타에 굴복할 수 없다는 결의로 가득 차 있다.

미얀마 국민은 군부의 온갖 탄압에도 불구하고 끈질긴 민주화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불행하게도 지금까지 합법적인 선거와 비폭력 시위로 평화적인 민주화 운동을 전개했지만 군부의 무력과 통제로 염원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군부 쿠데타에 맞선 이번 시민불복종운동은 군부 쿠데타 세력의 강경 대응에도 불구하고 전혀 위축되지 않고 임시정부 구성, 소수민족군이 참여한 무장 투쟁 움직임 등 강력한 저항을 펼치고 있다.

민주 정치세력의 중심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과 윈민 대통령이 가택 연금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비폭력 시위와 임시정부를 중심으로 한 반군부 저항은 전혀 위축되지 않고 있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미얀마 국민은 60년 민주화 투쟁의 결실을 위해 국제사회가 적극 동참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2015년 총선서 승리한 NLD
50여년만 첫 민주 정부 구성
지난해 선거서도 압승했지만
불안한 군부 재검표 요구하며
지난 2월 쿠데타로 정권 장악

"이번에는 군부에 굴복못해"
시민들 즉각 비폭력으로 저항
의사·직장인등 다양한 계층
불복종운동 동참하며 투쟁

젊은 Z세대 SNS로 실상 알려
군부의 폭력·억압 디지털 폭로
국제사회에 동참·지지 호소


미얀마2
한국에서 미얀마 실상을 알리고 국제연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딴 툿 우 동국대 교수에게 미얀마 현지에서 보낸 온 사진이다.


◆첫 민주 정부 구성

2015년 11월 총선에서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 (NLD)이 상·하원 전체 657석 가운데 390석으로 과반수(59.4%)를 차지한 반면, 군부는 선거와 관계없이 확보된 의석인 166석(25.2%)을, 통합발전당은 42석(6.4%)을 차지하는 게 그쳤다. 결국 통합발전당은 총선 패배를 인정했으며, NLD는 군부 쿠데타 후 50여 년 만의 투쟁 끝에 첫 민주 정부를 구성했다.

아웅산 수치 NLD 고문은 50여 년 동안 방치됐던 정치·사회·경제의 해묵은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집권 기간인 2015년부터 2020년까지 6년 동안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미얀마 국민은 문민정부에 대한 신뢰는 흔들림이 없었다.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어 6년 뒤인 지난해 11월8일 총선에서 아웅산 수치 고문이 이끈 NLD가 다시 압승을 했다. NLD는 연방의회에서 상원 224석 가운데 138석, 하원 440석 가운데 258석으로 총 396석을 차지했다. 미얀마군과 연계된 통합단결당(USDP)은 상원 7석과 하원 26석으로 총 33석만 차지하면서 완패했다. 군부는 선거에 관계없이 상원 56석과 하원 110석을 확보했다. NLD가 선거로 획득 가능한 75% 의석 중 무려 83% 이상을 차지하면서 전체 의석의 62.4%를 확보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군부는 부정선거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군부는 유권자 명부에 오류가 있고 860만명가량 실제와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군부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어떤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투명하게 선거를 치렀으며 국제사회에서도 공정한 선거로 인정받고 있다고 반박했다. 군부는 법적 이의기간이 지난 올 1월28일에 재검표와 의회의 개회 연기를 요구했다. 문민정부가 국민 지지를 바탕으로 의회에서 헌법 개정을 통해 군부집권의 길을 봉쇄할 움직임을 보이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생트집을 잡은 것이다.

◆군부 또 쿠데타

불안을 느낀 미얀마 군부는 끝내 지난 2월1일 아웅산 수치 고문과 대통령 윈민을 비롯한 정치지도자들을 체포 및 구금하는 쿠데타를 일으켰다. 부통령인 우민쉐가 서명해 1년간 국가비상 사태를 선포하고 1년 후 새로운 민주적 선거를 통해 정권을 이양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군총사령권에게 입법·행정·사법권이 이양되면서 군총사령관이 실질적인 국가통수권자가 되면서 군부통치를 재개했다.

하지만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키고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했지만 어디에도 정당성의 근거가 없었다. 2008년 헌법 제 417조 및 418조에 따르면 국가비상사태는 부통령인 아닌 대통령이 선포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부통령이 선포 가능하다는 조항이 어디에도 없음에도 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이다. 법률전문가들은 비상사태 선포 후 대통령이 직접 총사령관에게 정권을 이양해야 하는데 2008년 군부가 스스로 제정한 헌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군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대통령 윈민을 국가재난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으며, 아웅산 수치 고문은 쿠데타 당일 자택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불법 수입된 미등록 휴대용 무전기 6개에 대한 혐의를 제기했다. 또 구금 중인 아웅산 수치 고문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조치 위반 혐의를 추가 적용하고 미화 55만달러에 대한 뇌물혐의도 추가했다.

◆즉각적 시민불복종운동

미얀마 국민은 쿠데타가 벌어진 지난 2월1일부터 시민불복종운동(CDM: Civil Disobedience Movement)을 시작했다. 여기에는 미얀마 산업은행 직원, 의사, 간호사, 교사, 대학 교직원, 국가철도 직원 등 다양한 계층에서 CDM에 참여했다. 비폭력 대규모 시위가 확산되고 이들 다양한 계층의 공무원들의 CDM 참여로 인해 국정 운영 중단 및 체제 지속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군부 쿠데타 후 희생자가 속출하고 있다. 군과 경찰의 무차별 폭력과 체포, 그리고 시위를 진압하기 위한 지지세력 투입, 군과 경찰의 발포 등으로 양곤은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

군부의 강경진압에도 불구하고 고위 공직자들의 동조와 더불어 이번 민주화 항쟁의 특징은 소위 'X·Y·Z'세대의 연대, 즉 전 국민의 결집에 있다.

미얀마에서 젊은 Z세대는 정부를 투표로 선출한 경험과 디지털 기술로 군부의 폭력과 억압에 대한 저항을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하고 있다. 중년층인 Y세대는 군부독재와 민간정부의 통치를 모두 경험하고, 외국 경험과 외국어를 능숙하게 하기 때문에 민주화 항쟁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데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노령층인 X세대는 군부독재 체제에 대한 오래된 경험을 통해 군부의 진압전략과 행동 예측이 가능해 군부행동을 무력화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지난 60년간 군부에 속아온 국민은 '쿠데타 1년 뒤 선거를 통한 민정 이양'이라는 군부의 낡은 레토릭(이야기)을 더 이상 믿지 않고 이번에는 임시정부 구성 등으로 군부에 대한 저항을 멈추지 않을 태세다.

◆임시정부 수립

이번 쿠데타가 군부독재의 4기 집권으로 이어져서는 절대 안된다는 국민의 염원에 힘입어 임시정부 성격의 연방의회대표위원회(CRPH-committee representing pyidaungsu hluttaw)가 지난 2월5일 출범했다. 아웅산 수치 고문과 윈민 대통령의 손발이 묶인 상황에서 군부에 맞서 민주화 투쟁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예전 민주화 운동과 대비되는 움직임이다. NLD 소속 국회의원 15명이 주도했으며 소수민족을 대표하는 정당 소속 의원 2명이 합류했다. 미국 메릴랜드주에서 국제관계사무소 개설 후 국제사회에 공식 정부로 인정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3월 초에는 9개의 부처의 장관을 임명하며 정부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임시정부는 소수민족 출신 의사인 사사 박사를 유엔 특사로 임명한 후 군부에 정치인 석방, 잔악한 군의 폭력과 살인 중단, 이에 대한 처벌 요구, 시민 저항권 부여와 민주주의 회복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에 군부는 사사 유엔 특사를 상대로 구속영장을 발부한 상태다.

초 모 툰 주 유엔 대사도 임시정부에 합류했다. 초 모 툰 대사는 지난달 26일 유엔 총회에서 연설을 통해 쿠데타를 비판하고 임시정부 편에 설 것임을 밝혔다.

군부 쿠데타에 저항해 대응할 수 있는 임시정부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주목할 점은 미얀마 내 소수민족이 이번 임시정부에 참여하면서 군부에 무력투쟁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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