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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수범 법률사무소 조은 대표변호사 |
LH(한국토지주택공사) 임직원들의 땅투기 적발을 계기로 활발해진 토지 불로소득 환수 논의를 보면서 생각나는 영화 두 편이 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와 '매트릭스(1999)'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에는 미래의 범죄를 예언하는 세 명의 예언자가 나온다. 세 명은 보통 같은 꿈을 꾸지만, 가끔 한 예언자가 다른 꿈을 꾸면 그 예언자의 '소수의견'은 오류로 인식되어 삭제되는데, 누명을 쓰게 된 주인공 톰 크루즈가 이 소수의견에 주목해 사건을 풀어가고, 결국 영화는 다수의견이 예언한 것과 다른 결말로 끝난다. '매트릭스'는 기계가 만든 '가상현실'에 갇혀 사육당하는 인간의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 키아누 리브스는 편안한 가상현실에 안주할 수 있는 '파란 약' 대신 '빨간 약'을 먹고, 모험 끝에 결국 기계의 지배를 벗어나게 된다.
헌법재판관 중에도 토지 불로소득을 방치하면 지금과 같은 미래가 올 것이라고(?) '소수의견'을 낸 재판관들이 있었다. 1998년 개발이익환수에관한법률 위헌결정에서 정상 지가(地價) 상승분을 초과하는 불로소득적 개발이익을 객관적인 기준을 적용해 강력하게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홀로 합헌의견을 낸 김문희 재판관과, 1999년 택지소유상한에관한법률 위헌결정에서 6대 대도시의 택지 소유상한을 200평(660㎡)으로 제한하는 것은 부동산 투기로 인한 부의 집중을 고려할 때 합리적이고 불가피한 수단이라고 강조하며 홀로 합헌 의견을 낸 이영모 재판관 등이다. 위 두 사건에서 헌법재판소의 다수의견은 불로소득적 개발이익을 환수할 필요성과 대도시의 택지 소유상한을 제한할 필요성 자체는 인정된다고 하면서도 한 마디로 지나치다는 이유로 위헌결정을 내렸는데, 그 결과 개발사업자가 개발을 위해 토지를 매수한 실제 매입가격을 환수이익 산정시 공제받을 수 있게 되어 비싸게 매입해서 더 비싸게 공급하는 길이 열렸고, 택지소유상한에관한법률은 위헌결정 전에 국회가 스스로 법률을 폐지해 택지소유상한에 관한 제한 자체가 없어져 버렸다.
열심히 일만 해서는 땅투기 한 사람을 도저히 쫓아갈 수 없으니 너도 나도 '파란 약'을 먹고 땅투기에 달려드는 현실은 안타깝게도 '가상현실'이 아니다. 기계 대신 '땅'이 지배하는 매트릭스에 갇힌 셈인데, 영화에서는 구세주 'ONE'을 상징하는 주인공 'NEO'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만 현실에서 우리가 이 매트릭스를 벗어나는 길은 스스로 '빨간 약'을 먹고 땅의 지배를 벗어나는 방법 밖에 없다. 우리는 다수의견이 예언한 것과 다른 미래를 개척하는 톰 크루즈, 기계의 지배를 벗어나는 키아누 리브스가 될 수 있을 것인가.
해답은 이미 나와 있다. 토지공개념을 제대로 실현하는 것이다. 한정된 공유재 중 대표적인 땅은 공공의 이익에 맞게 이용돼야 하고 재산권이란 이름으로 특정 개인이 그 이익을 독점하면 안된다는 것은 우리 헌법이 제23조와 경제에 관한 장에서 선언하고 있는 기본원칙이자 헌법재판소가 확고하게 선언하고 있는 헌법원리다. 시장주의 경제학의 대부인 하이에크와 프리드먼도 토지공개념을 지대징수의 이론적 근거로 삼았다고 알려져 있다.
토지공개념을 우리 헌법에 보다 명시적으로 도입하자는 김윤상 경북대 명예교수의 주장에 적극 찬성하면서, 헌법에 규정할 두 가지 구체적인 원칙을 제시해본다. '토지 불로소득 환수의 원칙'으로 땅투기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우리의 헌법적 결단을 확실히 하고, 나라재정은 '토지 불로소득 우선징수의 원칙'으로 먼저 확보하자.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낼 세금은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백수범 법률사무소 조은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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