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 기술 디지털 아카이빙 대구 뿌리산업 명맥 잇는다

  • 오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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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3-29  |  수정 2021-03-29 07:25  |  발행일 2021-03-29 제16면
지역 뿌리기업 93% 영세규모

숙련공 이탈 등 기술공백 우려

市, 올해부터 8년간 전수사업

기술 표준화해 생산기계 접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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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북구 제3산업단지 내 남경정밀기어의 제상환 사장이 업체에 납품할 샤프트의 밀링 작업을 하고 있다.

"표준이 없는 부속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기술 장인의 역할입니다."

밀링 기계 앞에선 제상환 남경정밀기어 사장은 업체에 납품할 샤프트를 예리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공작 작업을 이어갔다. 밀링기에 고정된 샤프트는 제 사장의 손길을 거쳐 완성품으로 거듭났다.

수십 년째 대구 북구 제3산업단지(3산단)에서 금속 공작 작업을 하고 있는 제 사장은 이곳에서 정밀가공 장인으로 손꼽힌다. 그는 "보기에는 단순해 보여도 이 샤프트의 표준 제원은 없다"며 "오랜 경험을 토대로 하는 미세 가공을 통해 가장 적합한 제품을 생산 중"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제 사장이 생산한 부품은 대형 공작 기계가 대량으로 만들어내는 부품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공장 한편에 설치된 대형 공장 기계에는 똑같은 형태의 부품들이 입력값에 맞춰 연신 생산되고 있었다. 제 사장은 "표준이 있는 부품들은 대량 생산이 가능하지만, 오래된 기계에 쓰이는 부품일수록 표준이 없어 우리 같은 기술장인이 필요하다"며 "3산단 정밀가공 특화단지 내 업체들은 수년간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여전히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28일 대구시에 따르면 지역 뿌리 기업은 2천456개 사(社)나 되지만 이 중 93%는 영세 규모의 소기업이다. 특히 숙련공에 대한 의존도는 영세 기업일수록 비중이 높아 숙련공 이탈 시 심각한 기술 공백이 우려되고 있다.

이에 대구시는 올해부터 2028년까지 57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뿌리기술 장인들의 노하우를 디지털 방식으로 저장해 후대에 전수하는 '디지털 아카이빙' 사업에 나서고 있다. 뿌리기술 장인의 생산 공정 등 핵심기술을 디지털로 표준화하고, 이후 해당 기술을 생산 기계에 접목하는 스마트 머신 사업이다. 올해는 지역 뿌리 기업 3개 사를 선정해 뿌리기술의 공정데이터 가시화 작업을 실시한다.

뿌리산업의 디지털 아카이빙 사업을 주관하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대구뿌리기술지원센터는 이 사업이 지역 뿌리산업 기업의 명맥을 이어주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명식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대구뿌리기술지원센터장은 "4차산업의 핵심은 기존 산업에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을 연계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라며 "산업의 근간인 뿌리기술과 디지털을 결합해 경쟁력을 갖춘 지역 뿌리산업이 후대에도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해 국내 뿌리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뿌리산업 범위를 대폭 늘리는 '뿌리 4.0 경쟁력 강화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뿌리산업의 핵심 소재 범위는 기존 금속 1개에서 플라스틱·고무·세라믹 등 6개로 늘어나며, 뿌리산업 기술 범위는 기존의 주조·금형·소성가공·용접·열처리·표면처리에서 정밀가공·3차원인쇄·로봇 등이 새롭게 추가되면서 14개로 확대됐다. 개편안에 따라 뿌리산업 기업은 기존 3만여 개 사에서 9만여 개 사로 확대될 전망이다.
글·사진=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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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석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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