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란의 스위치] '디스플레이업계의 글로벌 강소기업' 디엠에스 대표 박용석

  • 이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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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4-14 07:49  |  수정 2021-04-29 13:22  |  발행일 2021-04-14 제13면
"남의 것 베끼기는 한계 있어…기술적 차별화가 위기 극복 원동력"

디엠에스_박용석CEO
박용석 디엠에스 대표는 "남의 것을 베끼는 것은 우리 회사에서는 절대 허락되지 않는다"며 "앞으로 새롭게 스스로 산업의 기준을 정립할 수 있는 창의적인 기업으로 더욱 성장시켜 사회적으로도 존경받을 수 있는 기업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업계 글로벌 강소기업 디엠에스(DMS) 창업자인 박용석 대표는 경북 하양 출신이다. 대구고·경북대를 거쳐 1984년 LG에 입사한 후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을 다니며 한국 디스플레이 1세대 엔지니어로 성장했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갑자기 퇴사해야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50세도 안돼 회사를 떠나게 되자 인생 2모작으로 영농을 준비하던 그를 창업으로 돌려세운 것은 동료들이었다. 디스플레이 장비 분야의 실력자인 그와 함께라면 미래가 밝다고 생각했던가. 자본금 1억원으로 창업한 그는 초기 어려움을 전문분야에 대한 자신감과 특유의 집중력, 그리고 위기에서 기회를 보는 배짱으로 극복해냈다. 현재 코로나19 상황에서 디엠에스는 순항하고 있다. 그는 도전, 창의, 투명 세 키워드를 성공 배경으로 꼽으며 이 정신이 우리 사회에도 널리 퍼지길 바랐다. 중국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는 박 대표를 지난 2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인터뷰하고 추가로 전화 통화 등을 통해 보충했다.

▶코로나 사태로 기업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디엠에스는 어떤가.

"중국 법인 직원들이 초기에 대응을 잘했고, 그러한 대응 노하우가 한국과 원활히 공유되면서 한국과 중국 모두에서 큰 타격 없이 사업을 지속했다. 중국 공장은 작년 연장된 춘제로 인해 단 3일 정도 조업을 못 했을 뿐 계속 생산을 이어갔다. 아직 회사 임직원 중에 확진자는 없다. 디스플레이 장비 제조를 중심으로 영위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현재 비대면과 전기차 시대로의 이행은 다양한 층위의 디스플레이 수요가 꾸준히 이어질 것을 의미한다. 각종 전자제품, 전기차 등에 과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은 양의 디스플레이가 쓰이기 때문에 업황 자체에 긍정적인 영향이 많다고 보고 있다."

▶창업과 성공 노하우를 공유하면.

"특별한 비결이나 노하우 같은 것은 없다. 다만 다른 사람이 보기엔 바보스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본적인 호기심이 많았다. 하나의 현상에 대해 궁금해지면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얽힌 이해나 인과관계 등에 대해 파고든다. LG전자(옛 금성사)를 다니면서 창업을 준비하거나 기업가의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사실 우연한 계기로 회사를 나오면서 그간 내가 공정 엔지니어로 일을 수행하며 필요해 보이거나 개선할 여지가 있었던 것에 대한 아이디어들이 당시에 그것을 필요로 했던 상황과 국산 장비에 대한 니즈 등이 절묘하게 맞았던 측면이 있다."


키코사태로 약 1500억원 손실
생산거점 中으로 이전 이겨내
韓中경제 관계설정 경쟁 아닌
분업·협력 측면으로 접근해야

하나의 현상에 궁금증 생기면
바보스러울 정도로 파고들어
어릴 적부터 신문읽기 좋아해
스마트시대 정보 소화 밑거름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면.

"엔지니어로 일하는 동안 우리나라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반면, 디스플레이 장비는 일본 등 해외에서 수입에 의존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경험했다. 우리 기술로 디스플레이 장비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회사를 설립한 지 불과 2년 만인 2001년 세계 최초로 LCD 유리기판 위 유기물을 제거하는 자외선 세정장비를 개발했다. 이어 기존 LCD 세정장비 크기를 당시 일본 경쟁사 제품과 비교해 3분의 1로 혁신적으로 줄인 고집적 세정장비(High Density Cleaner)도 출시했다. 일본 제품들이 장악한 시장에서 디스플레이 패널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국산 장비를 선보이게 되니 세계가 주목했다."

▶일본 제품을 제치기까지 고생도 많았겠다.

"당시 대만에 '사스'가 만연했다. 국제 거래가 끊기는 등 대만 사회가 어려움을 겪을 때 오히려 대만으로 혈혈단신 건너가 LCD라인을 직접 구성해주기도 했다. 사스의 어려움에도 떠나지 않는 디엠에스를 대만 기업들이 신뢰해 주었다. 그 이후 함께 중국 진출도 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셈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도 직접 중국으로 건너가 진두지휘했다."

▶2007년 '키코(KIKO)' 사태로 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안다.

"잘못된 외환파생상품에 가입하면서 회사가 크나큰 손실을 입었다. 금융비용까지 포함하면 누적으로 약 1천500억원에 이르는 손실이었다. 경제적 손실도 가슴이 아프지만 무엇보다 수출 기업의 일상인 외환 위험의 제거 차원에서 가입한 것을 두고 사회적으로 환투기라고 누명을 씌운 것이 제일 힘들었다."

▶어떻게 극복했나.

"2005년부터 중국 웨이하이에 진출했지만, 다른 신사업으로 진출했던 터라 장비 생산을 본격화하지 않았던 상황에서 '키코'라는 위기는 우리에게 새로운 길을 보여주었다. 당시 중국은 산업정책에 힘입어 디스플레이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이어지고 있었고, 장비 제조업의 관점에서는 그곳에 시장과 고객 그리고 풍부한 인력까지 있음이 느껴졌다. 생산의 거점을 과감히 중국으로 옮기는 과정을 시행했다. 이를 통해 타사와 비교할 수 없는 현지 대응력을 갖췄고 중국에서의 많은 주문을 감당할 수 있었다. 이런 과정 등을 되돌아보면 결국 핵심은 본연의 경쟁력 찾기가 중요했다. 남의 것을 베끼는 것은 우리 회사에서는 허락되지 않는다. 기술적 차별화를 위한 우리만의 도전과 창의가 여러 위기를 넘게 해 준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20년 가까이 중국에서 기업을 했다. 중국의 반도체 등 기술 진화 속도를 어떻게 진단하나.

"중국은 이제 미국이 결코 쉽게 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속도가 더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산업 전 분야에서 무서운 속도로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중국과의 관계 설정을 경쟁이 아니라 분업과 협력으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미·중 갈등이 심각하다. 중국경제를 어떻게 전망하나.

"누구나 느끼듯 미·중 갈등 자체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하나의 현상으로 보인다. 기존의 힘과 성장하는 힘의 충돌. 사실 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군사외교 그 밖의 분야에서도 다양한 충돌이 있어왔기 때문에, 이를 우려와 걱정의 시선보다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국제관계와 질서의 운동성이라는 측면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중국은 규모와 질적 측면에서 이미 하나의 국가 수준을 뛰어넘은 거대한 경제권을 형성하고 있기에 그 안에서 일어나는 성장동력과 변화도 어마어마할 것이다. '카드결제 시대'를 가뿐히 뛰어넘고, 각종 공유 경제의 모델들을 쏟아내며 경쟁하는 모습들은 중국의 강점을 담고 있다."

▶학창 시절 사회 진출을 위해 어떤 준비를 했나.

"어렸을 적부터 유독 신문 읽기를 좋아했다. 지금의 조건과 비교도 할 수 없는 미디어 상황이었지만 정말 창간호부터 본 신문도 있다. 신문 읽기를 통해 정독하는 방법, 그 안의 정보들을 스스로 소화하고 분류하는 것을 많이 익혔다. 이것이 유년 시절의 사고체계 그리고 그 후 공부에서도 많은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이야 스마트폰으로 각종 콘텐츠를 접하는데, 스마트폰과 종이 읽기는 경쟁 관계에 있지 않다. 신문·책과 같은 소위 '종이'를 잘 보는 사람이 스마트폰 내의 정보도 잘 소화하고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자리가 크게 줄어 대학생에게 창업을 권하는 시대가 됐는데….

"자기만의 콘텐츠에 집중하고 하나씩 기본을 닦는 게 중요하다. 그 기간은 조금 가혹하더라도 집중력을 가지고 노력해야 일정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 기본 틀이 잡히면, 그 다음 단계의 응용은 생각보다 적용이 어렵지 않다. 외국어 등의 공부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먼저 자신만의 기본과 틀을 잡는 것에 집중하길 바란다."

▶해외 사업 경험을 토대로 지역 경제활성화 등에 대해 조언하면.

"기술이든 정책이든 비슷한 모방은 한계가 있다. 본질에 집중하다 보면 나만의 관점이 생기고 그 관점은 남다른 길을 열어주게 된다. 각 지방도 '벤치마킹'이란 비교만을 통해 유사성에 집중하기보다는 그 지역 스스로 개척할 수 있는 길에 긴 호흡으로 집중하면 남다른 결과와 성과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논설위원 yrlee@yeongnam.com

◆박용석= △1958년 경북 하양 출생 △대구고, 경북대 물리학과, 경북대 반도체 대학원 졸업 △LG전자 기술원, LG디스플레이(1984~1999) △디엠에스 CEO(1999~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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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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