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2030·중도층 지지 없인 정권교체 불가…TK가 정치변화 나서야"

  • 민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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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4-15   |  발행일 2021-04-15 제5면   |  수정 2021-04-15 08:49
영남일보 CEO 아카데미 '야당 혁신 로드맵' 특강
경제 살리기 최우선…악성 포퓰리즘 안돼
대선까지 승기 이어가려면 당 변화해야
영남당 이미지 지우고 수도권 공략 필요
내가 여야 통틀어 대통령 역할 가장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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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이 13일 수성구 호텔인터불고 대구에서 영남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문재인 정부를 겪어본 국민은 차기 대선에서 투표할 때, 유능한 대통령이 될 것인가와 정치 개혁성을 주로 볼 것이다."

유승민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전 의원은 14일 영남일보 CEO 아카데미 특강에 강사로 나서 '정권교체를 위한 야당의 혁신'이라는 주제로 대선 필승전략 로드맵을 선보였다. 그는 이번 재보선 결과에서 정권 교체의 해답을 얻은 듯했다. 유 전 의원은 "수도권과 중도층, 2030세대의 지지 없이는 정권교체도 없다"며 "대구경북(TK)이 대한민국 정치를 바꾸는 변화를 해보자. 더 이상 TK가 '갈라파고스'라는 말을 듣지 말고 한번 바뀌어 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향후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외연 확장이 중요하고, 그 출발은 TK와 보수 진영의 변화라는 것이 그의 믿음이다.

▶국민의힘이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대승을 거뒀다. 이번 선거 결과를 어떻게 보나.

"5년 만에 전국 선거는 아니었지만, 서울과 부산시장을 뽑는 보궐 선거에서 이겼다. 오랜만에 이겨봐서 당 식구들의 마음은 '그냥 좋다'가 아니라 '민심이 무섭구나'라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에 낡은 보수가 끝나고 국민의 마음도 완전히 떠난 줄 알았다. 그런데 4년 지나고 보니 국민은 '진보도 똑같다. 진보가 더 하다'는 생각을 하신다.

이번 선거에서 2030세대의 지지를 처음 받아봤다. 이들은 연세 많은 분들이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것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우리가 조금만 잘못하면 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는 것. 유리그릇 다루듯, 살얼음판 걷듯 민심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개인적으로 불파불립(不破不立)이라는 말을 가장 좋아하는데, 낡은 것을 깨지 않으면 새로 일어날 수 없다. 지금은 유권자들이 '당신들에게도 기회를 주겠다' 정도의 상황이므로 앞으로 우리가 국민 마음을 어떻게 얻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초선 의원 사이에서 'TK 배제론'이 나오고 있다.

"배제론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초선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은 수도권과 중도층, 젊은 층의 지지를 받지 않으면 우리 당이 선거에서 절대 못 이긴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어느 정도 증명이 되지 않았나. 이 결과를 대선까지 그대로 끌고 가려면 당이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당내 지분 자체를 영남이 많이 가지고 있으니 최소한 '영남당' 이미지만은 지워보자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TK나 PK(부산·울산·경남) 의원들 입장에선 '이게 무슨 소리냐'며 반발할 수도 있다. 늘 당이 제일 어려울 때 영남의 보수 유권자들이 당을 지켜줬으니 그럴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정권 교체를 위해서는 그 길(수도권·중도층·젊은 층 표심 집중)로 가야 한다는 공통된 의견이 있다."

▶수도권 민심과 TK 민심이 다르다는 이야기인가.

"굉장히 예민하고 어려운 얘기다. 지금 국민의힘에 102명 의원 중 초선이 56명이다. 그 초선 중에 상당수가 대구경북이나 부산·울산·경남 의원들이다. 그분들이 여의도에서 느끼는 민심, 서울시장 선거하면서 느낀 민심과 지역 민심은 다르다 봤다.

인구가 많은 수도권과 보수도 진보도 아닌 중도층, 결혼·취업·주거 문제로 고통받고 비참한 20·30대, 그분들의 지지를 받지 않고서는 정권교체를 할 방법이 없다. 우리가 내는 후보가 찍어줘도 될만한 후보인지, 어느 당을 찍을지 마음을 정하지 못한 젊은이들이 수도권에 수두룩하다. 그 마음을 얻지 않으면 정권교체는 어렵다.

이 중차대한 시기에 대구경북의 지도층들이 대한민국 정치를 바꾸는 변화를 해 보자. TK자민련이니, 갈라파고스니 하는 말을 듣지 말고 한번 바뀌어 보자. 시·도민께서 그런 마음을 먹는다면 수도권과 대한민국 전체에서 통할 것이라 생각한다. 제가 드린 말씀이 순진해 보일 수도 있다. 제 이번 도전이 정치 인생의 마지막이라고 선언을 하고 도전을 해보려 한다."

▶아직 지지율이 한 자릿수다.

"대선 레이스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본선까지는 11개월 남았고, 예선까지는 7개월 남았다. 그동안 (민심이) 출렁거릴 일이 많을 것이라 본다. 저를 포함한 모든 후보에게 검증이 있을 것이고 어떤 철학과 비전이 있는지도 계속해서 물을 것이다. 또 이번에는 코로나19 여파로 미디어가 굉장히 중요한 선거가 될 것이다. 후보의 자질이나 도덕성 등이 미디어를 통해 국민에게 전달될 것이다. (지지율 반등의) 계기도 있을 것이라 보고 열심히 하고 있다. 조급하진 않다.

정치인의 팬덤은 지지도와 연관이 있다. '유심초'(유 전 의원의 지지모임)라는 모임도 지난 대선 앞두고 내가 많이 힘들 때 지지자들이 자발적으로 결집한 것이다. 열성적인 지지자들은 그렇다. 또 여야를 통틀어서 내가 '대통령이 해야 할 일'에 대한 고민은 가장 치열하게 했다고 자부한다."

▶향후 정치권이 고민해야 할 시대적 과제는.

"시대의 과제는 더불어민주당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될 것이다. 우선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성장률이 카운트다운하듯 뚝뚝 떨어지고 있다. 요즘 많은 분이 시대 정신으로 공정과 정의를 많이 꼽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하자 많이들 기대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 가치만은 잘 지키지 않겠나'라고 기대했다. 50대부터 70대까지는 실감하지 못하겠지만, 고통을 많이 겪고 있는 20·30대에게는 공정과 정의의 문제가 굉장히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사실 시대의 과제라는 것이 우리가 모르고 있던 것이 아니다. 신문과 방송에서 맨날 떠들던 것임에도 '역대 대한민국 대통령 중에 누가 확실하게 문제를 해결했냐'고 물어본다면 자신 있게 답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문 대통령도 못 했다.

다음 정부에서 가장 중요한 건 코로나를 종식시켜야 한다. 또 저성장, 저출산, 양극화라는 삼중고를 해결할 지혜와 의지를 가진 대통령을 만날 수 있을지도 중요하다. 이 시대에 가장 중요한 리더십은 경제를 다시 일으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먹고사는 일을 해결하는 것만큼 중요한 건 없다. 민주당 판 '악성 포퓰리즘'으로는 안 된다.

뿐만 아니라 보수가 가치를 편식해서는 안 된다. 보수 정치인과 지지자들은 오직 '자유'만을 부르짖는다. 그 사이에 정의, 평등, 인권, 생명, 환경, 평화 등의 가치는 소위 '사이비 진보'들이 독점했다. 우리 헌법에는 이런 가치들이 골고루 균형 잡혀있다. 이 가치들을 모두 안고 가지 못하면 수도권 중도층의 표심도 얻지 못한다."

▶"윤석열은 용서가 되고, 유승민은 왜 용서 못 하냐"는 이야기도 있다. '탄핵의 강'을 넘었다고 보나.

"지난 5년간 봉변도 많이 당하고, 화형식도 많이 당했다. 바닥에 내 사진을 두고 빨간 래커 스프레이로 X자를 그린 경우도 있었다. 그 분위기가 쉽게 바뀌진 않는다고 생각한다. 내년 대선에서는 국민의힘 안에 있든, 밖에 있든 야권 전체에서 가장 경쟁력 있고 민주당을 이길 수 있는 후보 한 사람을 뽑아야 한다.

단일 후보를 뽑는 과정에서 유승민도 경쟁력이 있는지 없는지를 국민들이 생각할 것이다. 아직까진 큰 변화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내게 서운한 마음을 갖고 계셨던 분들도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지 않겠나."

민경석기자 mea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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