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품귀로 생산 차질…자동차 넘어 로봇으로 번진다.

  • 오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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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4-19 16:46  |  수정 2021-04-19 20:33  |  발행일 2021-04-20
로봇
반도체 품귀현상으로 지역 로봇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사 내용과는 무관. <영남일보 DB>

전 세계적인 반도체 품귀 현상이 자동차업계를 넘어 가전제품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중간재 비중이 높은 대구경북에서도 로봇 등 완제품 업체들을 중심으로 납기일 지연이 현실화되고 있다. 관련 업체들은 웃돈을 주고 반도체를 구매해 납기일을 맞추고 있다.

대구에서 로봇용 모션 제어기를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A기업은 로봇용 CPU(컴퓨터 중앙처리장치) 반도체 가격이 평소 대비 두 배 이상 폭등해 생산 차질을 빚고 있다. 로봇 제작에 쓰이는 반도체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납기일을 맞추는 것도 힘든 상황이다. A사 간부는 "제품 제작에 쓰이는 반도체가 10개라면 이 중 하나만 부족해도 완성 업체에 부품을 납품할 수 없다"며 "현재는 회로 설계 등을 개선해 반도체 부족 물량을 메우고 있지만 수급 문제가 장기화되면 어쩔 도리가 없다"고 한숨을 내 쉬었다.


지역 로봇 완성업체들도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대구에 위치한 로봇 완성업체 B사 직원은 "아직까지는 반도체 공급에 큰 어려움은 없지만 지금 같은 상황이 장기화되면 납기일 지연이 현실화할 것"이라며 "전 세계적인 제조설비 확충으로 로봇 수요가 늘어나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의 반도체 품귀현상이 뼈아픈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에서 시작한 시장의 혼란은 전체 반도체 가격을 자극한 것으로 확인됐다. 온라인 부품 거래업체인 소스엔진에 따르면 과거 1달러에 거래됐던 특정 반도체의 가격은 현재 32달러로 뛰어올랐다. 또 다른 유통채널에선 개당 8달러에 판매되던 마이크로컨트롤러(MCU) 가격이 최근 50달러에 거래돼 6배 이상 폭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선 중간 유통업체들의 반도체 사재기 현상이 지금의 품귀현상을 부추긴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과거 기업에서 반도체를 주문한 뒤 공급받는 데까지 3개월 정도 소요됐지만, 현재는 이 기간이 1년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지역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완성업체에 우선 계약을 따내기 위해선 납기일 준수가 필수적이라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웃돈을 주면서까지 반도체를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반도체 품귀 현상이 언제 끝날 지 예측하기 힘들다는 점이 가장 큰 어려움으로 다가온다"고 걱정했다.


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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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석 기자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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