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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뉴스-시민기자 세상보기] 경산 남산면 반곡지

  • 천윤자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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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03   |  발행일 2021-05-05 제10면   |  수정 2021-05-11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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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산시 남산면 반곡리에 자리한 반곡지. 둑에 선 아름들이 왕버들이 수면에 반영돼 마치 데칼코마니 같다.

지난 달 반곡지 가는 길은 복사꽃이 만발했다. 들판은 물론 산등성이에도 온통 분홍 물결이었다. 지금 꽃진 자리에는 열매가 하루가 다르게 커가고, 꽃보다 고운 연초록 물결이 출렁인다.

경북 경산시 남산면 반곡리에 있는 반곡지는 1903년에 만든 농업용 저수지다. 반곡이란 이름은 삼성산 자락의 골짜기에 소반처럼 생긴 마을 지형에서 유래됐다. 소반을 닮아서일까. 주변의 풍광을 반곡지는 온몸으로 담는다.

복숭아밭 옆으로 난 길을 따라 둘레길을 걸어 왕버들이 줄지어 서 있는 둑에 섰다. 100여m 되는 둑에 연초록 잎으로 단장한 왕버들이 수면을 경계로 환상의 데칼코마니를 이룬다. 하늘과 물, 그 사이에 왕버들이 있다. 사진 애호가들이 즐겨 사각의 프레임 속으로 끌어들이는 모습이다.

둑에 뿌리를 내린 고목은 모두 물을 바라본다. 그중에 몇 그루는 등걸과 가지를 아예 물에 담그고 있다. 물속에 비친 제 모습에 홀렸는지 나르키소스가 된 왕버들은 물속에 비친 자신에게 빠져들고, 사람들은 그림 같은 풍경에 빠져든다. 보는 이들의 탄성에 부응하려는 거꾸로 박힌 나무는 날개를 활짝 펴는 공작처럼 일렁이는 물살에 몸을 떤다.

전국 사진가들의 사랑을 받게 되면서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사진찍기 좋은 녹색명소', 2013년 안전행정부의 '우리 마을 향토자원 베스트 30선'에 선정됐다.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지금은 사진 애호가뿐만 아니라 연인, 가족 나들이객 등 많은 관광객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 복사꽃과 어우러진 봄 풍경은 화사하고, 왕버들 숲이 우거진 여름은 청청하다. 가을은 단풍과 어울려 운치를 더하고, 잎을 떨군 겨울은 호젓해서 좋다. 사계절 모두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영화 '허삼관'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중국 작가 위화의 소설 '허삼관매혈기'를 원작으로 한 영화였는데, 주인공 허삼관이 더 많은 피를 팔기 위해 반곡지 물을 퍼마시는 장면이 잠깐 나왔다. 1960년대 판자촌이 배경인 영화에 등장했으니 이곳은 아직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2014년 영화 촬영 때와 지금의 주변 모습은 많이 변했다. 풍광 좋은 곳에는 어김없이 카페가 들어서고, 멋진 전원주택이 선을 보인다.

경산 남산면의 4월은 무릉도원이다. 꽃도 장관을 이루지만 복숭아는 지역 농가의 큰 소득원이다. 홀린 듯 복숭아꽃길을 따라가 보니 또 다른 저수지, 호명지가 나타났다. 저수지 위쪽에는 공사가 진행되는데 안내판을 보니 '경산 에코토피아' 건설 사업 중이라고 적혀 있다. 수목원과 화훼 전시원, 농산물전시장, 생태학습관, 사계절 썰매장, 공연장과 휴식공간, 오토 캠핑장, 수목 산책로, 생태탐방로와 습지관찰로 등 새로운 놀이 공간이 건설 중이다.

인근에는 쓰레기 매립장이 있다. 조성 당시 주민들이 반대했지만, 지금은 매립장으로 훼손된 토지와 휴경 농작지의 자연경관을 복원하고 환경시설에 대한 혐오 이미지 탈피를 위해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휴식공간이 조성되고 있다.

퇴직 후 반곡지 아랫마을에 전원주택을 짓고 텃밭을 가꾸며 사는 친구에게 연락하니 단숨에 달려 나왔다. 집으로 안내한 그는 옥상에서 반곡지 쪽을 바라보며 매일 변하는 모습을 화폭에 옮기고 싶단다. 친구들을 초대해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여유시간을 즐기는 것이 기쁨이라고 한다. 복사꽃과 왕버들이 아름다운 남산면은 쓰레기 매립장으로 인해 떠나는 곳이 아니라 다시 찾는 곳으로 바뀌는 중이다.
글·사진=천윤자시민기자kscyj83@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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