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번기 씨마른 외국인근로자...경북 시군 웃돈 주고 '모셔올' 정도

  • 배운철,황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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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12 20:31  |  수정 2021-05-12 20:48  |  발행일 2021-05-13

코로나19 장기화로 외국인 계절 근로자 입국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농촌 지역에서 인력 구하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경북도에 따르면 올해 배정된 외국인 계절 근로자는 문경·영양·봉화 등 3개 시·군 793명(214 농가)이다. 외국인 계절 근로자는 자매결연을 체결한 지자체 주민·국내 결혼이민자의 친척 등으로, 매년 2~3월이나 6월쯤 입국해 최대 90일간 머물면서 농·어업분야에 종사한다.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입국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도내 8개 시·군에 배정된 913명 전원이 출국보증각서 등 법무부 지침 강화로 입국하지 못했다.


'가뭄속 단비'같은 외국인 계절 근로자 입국이 어려워지면서 농·어민들은 국내 체류 외국인 근로자들에게로 눈을 돌리고 있다. 고령의 어르신들에 비해 젊어 일의 능률이 높기 때문이다. 농촌 지역에서는 서로 자신의 일터로 데려가기 위해 '웃돈을 주고 모셔올 정도'다. 김모(65·영양군)씨는 "외국인 근로자를 모시기 위해 고용주에게 특별히 부탁을 한다. 대부분 고령자인 지역 내 일손과는 달리 젊은 외국인 근로자는 능률도 높다"며 "'없어서 못 데려올 정도'로 귀한 몸"이라고 전했다.


농촌 지역 외국인 근로자 대부분은 제조업체 불황으로 구미·포항 등에 숙소를 마련한 상태에서 농촌을 오가고 있다. 이들 가운데 비자가 만료된 불법체류 근로자들도 적지 않지만, 인력 부족으로 대부분 쉬쉬하고 있다.


일당은 평균 10만원 정도지만 농가별로 근로자를 구하기 위한 웃돈도 오간다. 농민 최모(66·영양군)씨는 "고용주(인력소개소) 등이 일당을 많이 주는 일터로 외국인 근로자를 보내기 때문에, 일당이 적은 곳은 일손 구하기도 쉽지 않다. 사과 열매 속기에 접어들면 일손 구하기 전쟁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족한 농촌 인력 문제 해결을 위해 봉화·영양군은 외국인 계절 근로자 입국을 서두르고 있다. 영양군은 올해 배정된 외국인 계절 근로자 가운데 우즈베키스탄 158명을 다음 달 초에, 베트남 근로자 300명을 7월 말에 입국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다. 영양군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가 입국해도 자가격리 시설 등이 부족해 어려움이 많다. 경북도에 입국 외국인 근로자 체류 시설을 지원해줄 것을 건의하고, 인접 시·군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시설을 수소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농촌인력지원센터를 통해 국내 인력 수급에도 열을 올리는 있다. 봉화농협은 1억3천만원을 투입해 외국인 근로자들이 머무를 수 있는 공간 등을 제공하고, 중개 수수료 없이 인력을 공급하고 있다. 영양군도 일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가 지원을 위해 임대료 감면·일손 지원 창구 등을 운영 중이다.


배운철기자 baeuc@yeongnam.com
황준오기자 joon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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