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북부권 '인구절벽' 해결책은?...지원금보다 일자리 먼저 보장돼야 전입인구 증가

  • 배운철,손병현,양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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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26 07:14  |  수정 2021-05-27 11:41  |  발행일 2021-05-26 제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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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북부권 인구감소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편적 지원방안이 아니라 산업구조 개편이나 신산업단지 조성 등을 통한 좋은 일자리 창출이 요구 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생산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사진)이 자리한 경북 바이오 산업단지는 이같은 요건을 충족시키면서 북부권 인구 증가의 주춧돌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경북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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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충효의 고장' '선비의 고장'이라고 불린 경북 북부권은 근대화 이후 뚜렷한 산업시설 기반이 부족했다. 그러다 보니 경제성장시대에 다른 지역에 뒤처지기 시작하면서 시·군마다 적게는 10만명, 최대 30만명에 육박했던 인구는 나날이 감소했고 이제는 소멸을 걱정할 정도로 위기에 놓였다. '인구 절벽'이 시대적 과제로 떠오른 지금 소멸 위기는 경북 북부권 시·군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특히 부족한 산업구조·제반 인프라 등으로 인해 북부권의 앞날은 어둡다.

대동소이한 인구정책 한계 봉착
관광·농업위주 산업서 혁신 필요

도청 신도시 SK바이오사이언스 등
첨단 신산업 순차적 조성 기대감

통합신공항 이전 호재도 적극활용
중·장기적 시각의 문제해결 시급

◆매년 줄어드는 북부권 인구

최근 30년간 경북 북부권 7개 시·군의 인구가 가장 많았던 해는 1995년이다. 도농 통합 이후 거점 도시인 안동시는 19만2천522명으로 20만명에 육박했으며, 영주시도 13만8천654명을 기록하는 등 7개 시·군 인구는 60만명(59만9천529명)에 달했다. 하지만 이때를 기점으로 해 북부권 인구는 쪼그라들기 시작했고, 매년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가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영주다. 2000년 이후 매년 1천명씩 인구가 줄면서 10만명 붕괴 위기에 놓였다. 기초 지자체에게 '인구 10만'이 갖는 의미는 크다. 인구 10만명 미만을 기록하고 2년 내 회복하지 못하면, 해당 시는 고위직 직급 하향 조정, 국·실 감소 등 조직 규모가 축소된다. 중앙정부가 나눠주는 지방 교부세도 줄어든다. 열악한 재정 여건상 지방 교부세 감소는 시정 운영에 치명타일 수밖에 없다. 영주시는 이 같은 위기상황을 맞을 수 있다. 지난달 기준 영주 인구는 10만2천703명. 2011년 11만4천여명을 기록한 뒤 10년간 연평균 1천명이 감소했다. 인구 유입을 이끌 수 있는 획기적 대책이 없다면, 향후 2년 내에 인구 10만명 '마지노선'이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인구 정책으론 한계

인구 감소는 비단 북부권 시·군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미 인구절벽이 현실화한 상황에서 경북도와 각 시·군은 결혼·임신·출산·영유아 보육을 비롯해 학생·청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원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각 시·군이 추진 중인 인구정책이 대동소이하다는 점은 문제다. 도내 23개 시·군 가운데 주소지를 옮길 경우 전입지원금을 주는 곳은 13곳에 달한다. 이 가운데 북부권 시·군은 안동·영주 등 5곳이다. 가령 안동에서 영주로 주소를 옮겨도 전입지원금(30만원)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임신·출산 지원 정책 등도 비슷하다. 영주시가 올해 인구정책통계팀을 신설하고 신규·기존 사업 등 800여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 가임기 여성을 대상으로 엽산·철분제 지원, 아이돌봄 서비스 본인부담금 지원, 전입지원금 등 기존 시·군 정책과 큰 차이가 없다.

영주시 관계자는 "단기를 비롯해 중·장기적 인구 유입 시책마련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라며 "최근 국가산업단지 조성이 활발히 추진됨에 따라 앞으로 이를 통한 일자리가 만들어지면 인구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혁신적 산업구조 재편 필요

인구 유입에 가장 효과적인 것은 산업구조 재편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다. 실제로 경북도가 지난 17일 인구대토론회 개최를 위해 실시한 사전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대부분이 결혼·출산을 위해선 정규직 일자리·안정적 수입원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북부권 각 시·군은 신산업 육성 등 인구 유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 지역 재도약의 분명한 기회로 여겨지는 통합신공항 낙수 효과에 대한 기대도 크다.

경북 바이오산업단지 내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이 코로나19 백신 생산 거점으로 떠오르면서, 경북도청 신도시는 최근 새로운 활력을 띠고 있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안동시가 헴프(HEMP) 산업을 비롯한 바이오산업을 집중 육성해 외부인구유입에 나선다는 복안도 설득력이 크다. 영주시도 베어링 국가산단 조성 등 기존의 관광·농업 등에 의존했던 산업구조 재편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투자유치를 이끌어낸 기업의 근로자에 대해서는 최대 300만원의 이주정착금을 지급하는 등 기업 유치와 인구 부양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에 나섰다.

전통적 농업 지역인 의성·예천 등은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이전 호재를 잡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통합신공항 이전으로 가장 큰 혜택을 받을 것이 분명한 의성은 공항 신도시 조성 외에도 SOC 건설, 지원정책 등에 기대하는 눈치다. 이미 의성군은 관련 연구용역을 마치고 구체적 계획수립을 진행 중이다. 예천군도 도청신도시와 통합신공항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면서 동반상승을 이끌 수 있는 지역산업을 발굴해 추진할 방침이다.

◆청송군의 눈길 끄는 역발상

산업구조 재편을 위해 새로운 비용을 투입하는 타 시·군과 달리 청송군은 기존 자원을 활용해 인구 유입을 이끌겠다는 복안을 들고나왔다. 강력범·흉악범을 수용했던 '청송 보호감호소' 등 다른 지자체에서 꺼리는 '님비'를 인구유입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겠다는 것.

윤경희 청송군수는 "교정시설이 들어서면 면회객을 통한 지역 상권 활성화, 교도소에 근무하는 교정 공무원을 통한 인구 유입 효과 등이 있다"며 앞으로 수용 인원 포화상태에 이른 여성교도소 추가 유치와 법무연수원 청송캠퍼스·교정공무원 숙소 등을 통해 청송을 전국 최대의 '종합 교정 타운'으로 조성할 포부를 갖고 있다. 청송군에 따르면, 여성 교도소를 추가 유치할 경우 수형자 1명당 연간 면회객이 10여명에 달한다. 이들을 통한 유무형의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교도소 추가 건립을 통해 근무 인원이 늘게 되면 자연스레 전입 인구도 증가하게 된다.

이미 청송군은 지난 3월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종합 교정타운 조성 계획을 전달했다. 군 차원에서 교정아파트, 교정연수원 시설 등이 들어설 부지 물색도 마쳤다. 당시 박 장관은 청송군의 계획에 상당한 호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진다.

윤 군수는 "여전히 교도소에 대한 기피·혐오 시설에 대한 선입견이 있는 것도 이해한다.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숙의 과정을 충분히 거치고 관련 절차를 신중히 검토해 이를 추진하겠다"며 "인구 감소, 지역 경제 붕괴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재 청송군은 지역이 가진 강점인 교정시설을 활용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배운철기자 baeuc@yeongnam.com
손병현기자 wh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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