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메타버스에서 몬스터 퇴치하기

  • 김언동 경북대 사범대 부설고 교사
  • |
  • 입력 2021-06-28 07:39  |  수정 2021-06-28 07:45  |  발행일 2021-06-28 제12면

김언동
김언동 〈경북대 사범대 부설고 교사〉

얼마 전 한 연수에 참여한 선생님들과 개별화수업을 주제로 분임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함께 읽은 책은 '교실현장에서 가져온 개별화수업'입니다. 토론 자료를 준비하다가 퀘스트투런 학교를 알게 되었습니다. 퀘스트투런(Q2L). 2009년 미국 뉴욕 맨하탄에 설립된 공립 중·고등학교입니다. 특이한 점은 '게임' 시스템 기반의 학교라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학교와는 전혀 다르게 '퀘스트(Quest)'를 수행하면서 교육이 이뤄지는 학교지요. '퀘스트를 받으시겠습니까?'라는 문구를 들어보셨나요? '퀘스트'라는 것은 '미션'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게임 속에서 이용자가 수행해야 하는 임무나 특정 행동을 지칭합니다. 퀘스트를 수행하면 적절한 보상이 지급됩니다. 중요한 점은 퀘스트를 수행하다가 힘들면 언제든지 포기할 수 있고, 포기한다고 해서 페널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학교에서는 보통 모든 학생에게 비슷한 과제가 주어지고 그렇게 주어진 과제를 제대로 수행해내지 못할 경우에는 불이익을 받습니다. 내 옆의 친구는 경쟁자가 됩니다.

하지만 퀘스트투런에서 학생들은 생물학, 역사학, 수학을 선생님께 배우는 것이 아니라 생물학자, 역사학자, 수학자가 되어 주어진 퀘스트를 직접 해결합니다. 현실에서 통하는 기술을 익히고 문제를 풀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예를 들어 학생은 건축가가 되어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세우면서 수학, 공학, 종교, 지리 등을 통합적으로 배웁니다. 중간중간 숨겨진 퀘스트를 찾아서 임무를 수행하기도 하고요. 수없이 나열된 퀘스트 중 자신이 하고 싶은 퀘스트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퀘스트를 완성하면 그에 해당하는 보상을 얻게 되고 레벨이 오릅니다. 물론 실패한다고 해서 페널티가 주어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레벨을 올리기 위해 자발적으로 퀘스트에 열심히 매달리고 도전합니다. 학기 말에는 다양한 과목의 지식 정보를 종합해 만든 문제인 '보스 몬스터'를 퇴치합니다. 보스 몬스터를 퇴치하기 위해 학생들은 파티(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게임 내 모임)를 만들고, 어려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경쟁이 아닌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웁니다. 아이들이 가장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방법으로 공부의 재미를 알려주는 사례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교실에서 학생들이 긴밀하게 소통하는 것이 어려워졌습니다. 저는 학생들이 서로의 생각을 들어보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데 온라인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대면 활동의 중요성과 별개로 온라인 활동을 통해 협력하고 자신에게 필요한 배움을 얻는 능력을 갖추는 것은 필수적이니까요. 스마트폰, 컴퓨터, 인터넷 등 디지털 미디어에 담긴 새로운 세상, 디지털화된 지구를 메타버스라 부릅니다. 메타버스는 초월·가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입니다. 책 '메타버스, 새로운 기회'는 메타버스가 다양한 이유로 교육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거라고 예측합니다. 그 이유로 저자는 '아바타를 통한 익명성이 보장되어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점, 협업을 기반으로 하는 VR(가상현실)·AR(증강현실) 활용 교육이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의사소통을 유발할 것이'라는 점을 들고 있습니다. 심너울 작가의 SF 단편 '컴퓨터공학과 교육학의 통섭에 대하여'는 학생이 1명뿐인 바닷가 작은 학교에 정부에서 '친구 로봇'을 설치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작가는 '사람이 사람이 아닌 것에서 사람의 속성을 본다는 것은 사람의 정신이 그만큼 다른 것도 포용할 수 있다는 증거 아니겠냐'고 말합니다. 새로운 기술이 문제를 해결해 줄 거라는 기술 물신주의를 넘어선 또 다른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김언동 〈경북대 사범대 부설고 교사〉

기자 이미지

김언동 경북대 사범대 부설고 교사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