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으로 만든 가죽, 올리브씨로는 플라스틱…궁금하면 '대구경북 디자인 소재은행'으로

  • 김형엽
  • |
  • 입력 2021-06-25 07:15  |  수정 2021-06-25 07:23  |  발행일 2021-06-25 제12면
친환경소재 포함 1만2940개 소재 보유
유료구독자에 이미지·제조사 등 제공
전세계 전문연구원 통해 매월 업데이트
기업과 협업통해 친환경 제품도 개발
배달의민족 도시락용기 컨설팅 진행
활용범위 무궁무진해 산업경쟁력 눈길

2021062401000781200031091
대구경북디자인센터 내에 있는 '디자인소재은행' 내부에 전시된 각종 소재 샘플. <대구경북디자인센터 제공>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친환경 소재 상품이 시장에 나오고 있다. 특히 유통가에서는 상품 패키지부터 각종 포장재, 페트병, 패션섬유 등 다방면에 걸쳐 친환경 소재를 적용해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구에 친환경 소재부터 전류가 흐르는 최첨단 소재까지 전 세계의 소재를 모두 확인할 수 있는 '소재은행'이 있어 대구경북뿐 아니라 대기업 등 전국 기업들로부터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대구경북디자인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는 국내 최대 규모 '디자인 소재은행'(이하 소재은행)이 바로 그곳이다. 소재 데이터베이스 라이브러리라고도 불리는 소재은행은 세계적인 소재 정보 플랫폼 'Material ConneXion, LLC(MCX)'의 한국지사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분야를 가리지 않고 전 세계에서 제작되고 판매되는 수 많은 신소재와 가공기술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다.

대구경북 '디자인 소재은행'

◆대기업과 협업하며 소재 컨설팅 제공

소재은행의 데이터베이스는 전 세계 전문 연구원을 통해 매월 업데이트 되고 있으며 구독 서비스를 신청한 유료회원에 한해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신소재의 고화질 이미지와 소재 설명, 적용 분야, 제조사 연락처 등이 기본적으로 제공된다. 온라인 데이터베이스(DB)를 통해 키워드를 입력하면 매우 쉽게 원하는 소재를 검색할 수 있다.

디자인센터에서 운영하는 소재은행은 현재 총 1만2천940개(현물 소재 샘플 5천525개)의 소재를 보유 중이다. 확보된 소재 DB 중 친환경 관련 소재는 5천178개를 갖추고 있다. 이에 최근 국내외 기업들이 ESG 경영에 관심을 가지며 협업 요청이 증가하는 추세다.

소재은행에서는 선인장과 버섯으로 만든 일명 '비건 가죽' 소재를 비롯해 친환경 포장재로 사용할 수 있는 제로플라스틱 포장 소재, 박테리아 추출 식물기반 천연 염색 소재, 탄소 배출 '마이너스'를 실현한 콘크리트 소재 등 다양한 첨단 소재를 직접 확인해볼 수 있다.

최근 디자인센터 소재은행은 '현대카드 디자인 프로젝트' 일환으로 '배달의민족' 친환경 배달 용기 개발을 위한 '전략 및 선진 소재 정보 제공 컨설팅'을 진행했다. 현대카드 디자인 랩에서 국내 소재 전문기관인 대구경북디자인센터 소재 은행과의 협업을 먼저 제안했고, 총 두차례 워크숍을 통해 10종 이상의 친환경 배달 용기 선행 사례를 제시하며 개발 방향성과 소재를 제안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지난 2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친환경 배달 용기에 관한 글을 올리며 소재은행과 협업한 일부 친환경 소재 제품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해당 글에서 정 부회장은 시장 수용성 및 조달 용이성, 식당의 입장, 가격, 규격 등 친환경 배달 용기 개발 중 맞닥뜨린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친환경 배달 용기 개발을 통해 전체 탄소 배출량 30% 감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소재은행은 또 '삼성전자' 'LG전자' 'LG하우시스' '현대자동차' '아모레퍼시픽' 'LG화학' 등 국내 대기업에 소재 전문 파트너 기관으로서 주요 소재 정보 및 기업 맞춤형 디자인 소재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2021062401000781200031092
현대카드가 '현대카드 X 배달의민족' 프로젝트 일환으로 친환경 배달 용기 제작에 나서 대구경북디자인센터 디자인 소재은행과 소재 및 디자인 컨설팅을 함께 했다. <대구경북디자인센터 제공>

◆ 국내 소재의 글로벌화 선두 주자

대구경북디자인센터 소재은행은 국내 기업이 개발한 소재를 MCX 플랫폼 소재 정보에 등재, 글로벌 소재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한 발판 역할을 하기도 한다. 국내에서 개발한 소재를 MCX 플랫폼에 등재하면서 전 세계 7개 국가(한국·미국·스웨덴·스페인·이탈리아·태국·일본)에만 있는 MCX 소재 라이브러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잠재 고객에게 소재 정보와 샘플을 마케팅하고 판매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기능성 섬유 소재 전문 기업 '효성티앤씨'의 폐페트병 섬유 '리젠'과 바이오 기반 섬유 '크레오라' 등이 최근 라이브러리에 등재된 사례라 할 수 있다. 효성티앤씨에서 개발한 소재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방호복 및 마스크 수요가 급증하면서 더욱 인기를 얻고 있다. 해당 섬유 소재는 강하고 질긴 특성을 가지고 있어 고객들로부터 많은 문의를 받고 있다.

바이러스 및 미세먼지 차단 기능이 있는 공기청정기 생산 지역 스타트업 <주>딘에어코리아(대구 북구 침산동)도 디자인센터의 컨설팅 지원을 통해 사업 활로를 찾았다. 딘에어코리아는 최근 소재은행으로부터 CMF(색·소재·마감)컨설팅과 시제품 제작을 지원받아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 공기청정살균기를 개발했다.

소재은행은 자문을 통해 해당 제품의 케이스에 폐기된 '올리브 씨'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플라스틱 소재를 제안했다. 천연 올리브가 가지고 있는 항균성 기능을 얻고, 버려지는 작물을 재활용해 안전성과 지속가능성을 더했다. 해당 제품은 지난 1월 출시 이후 B2B(기업 간 거래) 단일 계약 건으로 50억원 상당의 매출 성과를 거두었다. 또한 독일, 스웨덴, 사우디 등 다양한 해외 기업과 수출 계약 협의를 진행 중이다.

경북 영천시에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 SM화진은 소재 은행에서 운영 중인 MCX 플랫폼을 통해 고급화된 표면처리 기술공정을 등재했다. SM화진의 '수압전사'와 '고진공증착'은 MCX 측에서 주목하는 가공 기술 중 하나로, 전 세계 글로벌 라이브러리에서 적극적으로 홍보를 펼치며 잠재 고객과 접촉을 늘려가고 있다.

이를 통해 기존 자동차산업뿐 아니라 가구 및 화장품 용기 등 다양한 산업 분야 기업으로부터 관심을 얻고 있다. 이 외에도 국내에서 등재된 소재는 219개에 달한다.

또한 소재은행은 지난 5월 산업통상자원부의 '산업혁신기반구축사업(디자인주도 지역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역 디자인인프라사업·사업비 162억원)'에 선정되기도 했다. 2025년까지 수행하는 해당 사업을 통해 대구경북디자인센터는 상품 개발에 필수적인 디지털 기반의 CMF(색·소재·마감) 전용 시설과 테스트 장비를 구축해 지역 중소기업을 지원할 예정이다.

김윤집 대구경북디자인센터 원장은 "ESG 경영 등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최신 기술이 집약된 소재를 적절히 이용하는 것이 필수 역량으로 자리 잡고 있다"면서 "이러한 트렌드에 따라 국내외 대기업도 소재 전문가를 보유한 소재 은행의 정보와 컨설팅을 바탕으로 성과를 내고 있는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지역 중소기업이 필(必)환경을 선도할 수 있도록 친환경 CMF 디자인 지원책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형엽기자 khy@yeongnam.com

기자 이미지

김형엽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경제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