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우리나라 청소년, 마약류 위협으로부터 안전한가

  • 이향이 대구마약퇴치운동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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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29 07:42  |  수정 2021-06-29 07:44  |  발행일 2021-06-29 제16면
호기심 일으키는 정보 인터넷에 범람
학교교육은 20년넘게 흡연·음주 위주
경각심 갖고 정확한 예방교육이 최선
이향이
이향이 〈대구마약퇴치운동본부장〉

유엔에서는 1987년부터 매년 6월26일을 세계마약퇴치의 날로 지정해 날로 심각해지는 마약류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고 마약류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국제적인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6월26일이 기념일이 된 이유는 19세기 영국의 아편무역에 대항하기 위해 청나라 황제 도광제의 명령으로 임칙서가 광둥성에서 아편을 몰수해 불태운 날이기 때문이다.

당시 영국은 청나라 대상의 심각한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식민지인 인도에서 재배한 아편을 청나라로 밀수출했다. 곧 청나라 국민 모든 계층에 아편 흡입 풍조가 만연해짐으로써 부패, 전투능력 상실, 국가 기강 해이, 경제 파탄 등으로 심각한 국가 위기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는 1·2차 아편전쟁으로 이어져 서양 열강들이 청나라를 침범하는 계기가 됐고, 전쟁의 결과와는 별개로 마약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국민 사이에 마약이 퍼져 나간다면 짧은 기간 내에 국가의 존립까지 위태로운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을 무섭도록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는 마약으로부터 얼마나 안전할까. 특히 미래를 이끌어 나갈 우리 청소년들은 마약류의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울까. 아쉽게도 중독현장에서 일하는 입장으로 그 대답은 '절대 아니다'라고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매년 발표되는 '마약류 사범'의 수는 지난해 1만8천50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실 이 수만으로는 그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기가 어렵다. 최근 마약류 중독자나 마약류 사범들의 가장 큰 특징은 '현저한 연령 저하와 다양한 계층'이라는 점이다. 이는 수년 사이에 굉장히 두드러지는 양상으로 이미 대처하기에 늦은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까지 느껴지는 상황이다. 사용하는 마약류의 종류도 다양하고 구입·사용에 이르기까지 별 다른 문제의식 없이 호기심으로 접근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어 더욱 염려스럽다.

이러한 세태를 반영하듯 얼마 전 경남지역의 고등학생들이 마약류를 처방받아 사용·판매 행위까지 하다 40명 넘는 학생이 집단으로 적발되는 경악할 만한 일이 벌어졌다. 더욱이 사용한 마약류는 정상적으로 진료 후 처방을 받아야만 사용할 수 있는 약물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마약류를 취급하는 전문인들조차도 이에 대한 경각심이 많이 부족했던 것이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또 이는 절대로 경남지역에만 국한된 일이 아닐 것이다.

현재 초·중·고에서는 마약류를 포함한 약물의 오·남용과 중독을 막기 위한 예방교육을 매년 일정 시수 이상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학교보건법에 규정돼 있다. 그런데 실제 예방교육의 내용은 20여 년째 흡연·음주를 위주로 이뤄지고 있고, 학부모뿐만 아니라 교사들도 마약류 예방교육이 오히려 청소년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마약류교육을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미 청소년들은 인터넷을 통해 마약류에 대한 검증되지 않은 수많은 정보를 손쉽게 얻고 있고, 흥미를 유발하는 자극적인 영상들은 한두 번쯤은 사용해봐도 될 것 같은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우리 아이들은 마약류 문제에 있어서도 이미 어른들의 인식보다 몇 발자국 더 앞서 나가 있고, 이를 지켜보는 마음은 마치 범람하기 일보 직전의 강둑을 보는 듯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예방'은 그 문제가 심화되기 전 미리 대비하기 위해 실시할 때 '예방'으로서의 의미를 가진다. 청소년기에 철저한 예방교육을 통해 마약류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는 것이야말로 마약류중독으로부터 자신과 가족, 국가를 지킬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이향이 〈대구마약퇴치운동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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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이 대구마약퇴치운동본부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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