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국민이 바라는 세상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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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30   |  발행일 2021-06-30 제26면   |  수정 2021-06-30 07:15
4년간 적폐 말고 무엇 했나

文 정부에 대한 실망 때문에

윤석열 최재형 현상 기대감

정치 경험 없어도 국민 열광

평등·공정·정의 잊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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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호 서울 정치부장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대선출마 공식선언을 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상식을 무기로 무너진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공정의 가치를 기필코 다시 세우겠다"고 말했다. 하루 종일 국민들은 윤 전 총장의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였다. 사무실과 길거리에서도 윤 전 총장의 기자회견을 지켜보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에 앞서 지난 28일에는 최재형 감사원장이 중도사퇴하면서 관심을 끌었다. 이날 저녁 술자리에서도 많은 사람들은 그의 중도사퇴와 대선 출마 기대감으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최 전 감사원장의 사퇴에 대한 청와대의 반응이 나왔지만 대부분 의미를 두지 않았다.

왜 국민들은 이들의 중도사퇴와 출마 선언에 환호하고 기대감을 나타내는 것일까.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감 때문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4년간 두 전직 대통령을 비롯해 수많은 사람들을 적폐 청산이란 명목하에 사법 처리했다. 이 중에는 처벌을 받아 마땅한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다. 국민은 적폐 청산보다 경제 회복을 더 간절히 바라고 있다. 또 우리나라 공무원이 바다에서 표류하다 북한군의 총격에 사망했고, 개성공단의 우리 자산이 아무런 이유 없이 폭파되어도 정부는 북한의 입장을 이해하려 애썼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과 청와대 인사가 영끌을 통해 부동산 투기에 매진했지만, 정부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만약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처럼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었다면 지금의 윤석열·최재형 현상이 나타났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이들은 국정운영의 경험도 없고, 정치를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 장점보단 단점이 더 많다. 약점투성이에게 국민이 열광하는 것은 그만큼 대한민국이 잘못 가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정치적 중립성이 엄중히 요구되는 대표 사정기관인 검찰과 감사원의 수장이 잇따라 대선전에 뛰어드는 현실이 안타깝고 실망스럽다. 우리 정치 상황이 이 지경이 된 데는 현 정부와 여당에도 책임이 적지 않다. 이들 기관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켜주기는커녕 시키는 대로 하지 않는다고 마구 흔들었다. 그러니 "오죽하면 그 수장들이 정치판에 나서겠느냐"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작금의 상황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국민은 알고 있다.

국민이 바라는 대한민국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그저 내 자식들이 공정한 세상에서 자신의 능력에 맞는 직장에 취업하고, 내 집 마련에 소중한 삶을 낭비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2030세대도 말한다. "지방대학을 나와도 취업 걱정 없고, 노력한 만큼 돈을 모을 수 있다면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상관없다고." 국민의 눈에 비친 현 정부의 부조리와 부패, 무능, 무대책, 무기력을 하루빨리 떨쳐 버리지 않는다면 매서운 회초리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정부와 여당에 당부하고 싶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사에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기대감에 부풀었던 수많은 국민을 다시 한번 되돌아 봐주시길 바란다. 국민이 바라는 세상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평등·공정·정의로운 세상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임호 서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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