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사회 정착 20여년, 현주소와 과제] 국제결혼, 농촌서 도시지역으로 확산

  • 양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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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7-16 10:34  |  수정 2021-07-17 10:25  |  발행일 2021-07-15
결혼 이민자·귀화자 수 2019년 기준 1만5천125명
포항 1천121명,·구미 1천77명,·경주 1천2명 순
40~50대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프로젝트에 비난 여론도
결혼이민자의 언어능력 등 활용 방안 마련은 긍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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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북구 패션센터에서 열린 대구가톨릭대 패션디자인과 졸업작품전시회에서 다문화가정 2쌍이 패션쇼 무대에서 합동결혼식을 올린 후 학생들의 축하를 받으며 행진을 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밀레니엄을 전후로 한국 사회는 국제결혼이 급증했다. 해외여행 자유화 등의 영향으로 해외 교류가 자주 이뤄진 것도 한 몫하지만, 그 배경은 '농촌 총각 장가 보내기'의 영향이 가장 컸다.

 

오랜 기간 남아선호사상이 이어져 온 한국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사회 인프라 등이 부족한 농촌에서는 결혼하지 못한 '노총각'들이 많았고, 이들의 결혼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이로 인해 각 지자체에서는 앞다퉈 조례를 제정하는 등 제도적으로 이들을 지원했다. 이 과정에서 인권 논란·여성 차별 등의 사회적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다.
 

한국 사회에 다문화가정이 자리를 잡은 지 20여년이 지나면서, 다문화 가족 2세대도 성년이 돼 사회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결혼이주여성 등 다문화 가족을 바라보는 미묘한 차별은 여전하다. 

 

전통적으로 농촌 지역이 많은 경북에서는 지난해 기준 결혼 이민자가 1만5천여명에 달한다. 이제는 우리 사회의 새로운 구성원이 된 결혼 이민자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묘책을 찾아봤다.
 

◆늘어나는 결혼 이민자…인식은 여전히 그대로
경북도에 따르면, 2017년 11월 기준 1만3천990명이었던 결혼 이민자·귀화자 수는 2년만에 1만5천125명으로 1천135명(8.1%) 증가했다. 도내 시·군 가운데는 포항(1천121명)·구미(1천77명)·경주(1천2명) 순으로 결혼 이민자 수가 많았다. 과거 농촌에서 주로 이뤄졌던 국제결혼이 이제는 상대적으로 사회적 인프라가 잘 구축된 도시 지역에서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역의 한 다문화가정 지원센터 관계자는 이 같은 변화에 대해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국제결혼은 농촌에 거주하는 한국 남성과 동남아시아 국가 여성과의 결혼이 주를 이뤘다. 상대적으로 남녀 연령의 차이도 많았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농촌 뿐 아니라 도시 지역에서도 국제결혼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결혼 이민은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이뤄졌다. 이로 인해 초창기인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지원의 대부분이 수혜적 관점에서 이뤄졌다. 농촌 총각이 국제결혼을 하면, 일정 금액의 지원금을 준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현재 도내에서는 영양·청도·봉화·울진 등 4개 군(郡)에서 30세 이상 농어촌 거주 미혼남성의 국제결혼을 지원하고 있다. 지원금은 500만~600만원 정도다.
 

이 같은 인식은 과도기를 거치면서 조금씩 변화하고 있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단적인 예로 문경시가 최근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베트남 유학생과의 만남을 주선해 여성·인권 단체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지난 4월 문경시는 '혼기를 놓친 농촌 총각과 베트남 유학생과의 만남'을 독려한다며 지원책과 출산장려금 지원 시책 등을 마련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베트남 유학생들과 함께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 진정'을 제기했다. 

 

당시 문경시는 인구증가 시책 취지와 성과 등을 설명하며 취업·장학금, 보육료 지원 등이 이뤄진다고 강조하며 차별 의도가 없었음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이주·인권단체는 혼인 적령기를 놓친 농촌 총각 대부분이 40~50대인 반면 베트남 유학생은 대부분 20대 초반인데 이들의 만남을 주선하려는 시도 자체가 문제라는 입장을 보였다. 본래의 취지가 어떠했든 여성 성(性) 상품화, 베트남 유학생 비하·인종차별 등의 문제가 있다는 것.
 

박복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자체 예산이 상업적 중개업체에 대한 지원으로 연결돼 결혼 이주여성을 상품화하고 출산의 도구로 인식하게 하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며 "미혼 남성의 국제결혼을 주선하는 사업을 지양하고 앞으로는 다문화 가정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
결혼 이민자는 사회적 자산으로서의 작용할 수 있다. 가장 큰 특징은 그들의 언어능력. 이중언어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은 이들이 가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경북도는 2016년부터 경북도교육청과 업무협약을 통해 43명의 결혼 이민자가 방과 후 교실·어린이집·유치원 등에서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 250여명의 강사를 배출됐다. 

 

언어권도 베트남어·중국어·영어를 비롯해 일본어·러시아어·캄보디아어 등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이 프로그램은 우수성을 인정받아 '지자체 외국인 주민 지원 우수사례 발표'에서 행정안전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전례 없는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경북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지난 5월부터 최첨단 스튜디오 시설을 구비하고 비대면 형태로 다문화가족 지원 서비스 등을 진행하고 있다.
 

울진에서는 결혼 이민자가 지역내 어르신을 대상으로 베트남어 교실을 운영해 눈길을 끌고 있다. 울진군과 울진군노인복지관이 노인맞춤돌봄서비스사업 사회참여 프로그램으로 지난 4월부터 총 12차례 진행한 이 프로그램은 한국어능력시험 5급을 취득한 결혼이민여성이 △베트남 문화 이해하기 △인사말 배우기 △국기 및 전통 옷 꾸미기 △가족호칭 익히기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 프로그램은 특히 결혼 이민자를 며느리로 둔 어르신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경북도 관계자는 "결혼 이민자는 언어·문화적 차이 등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앞으로 이들에게 출신국 언어로 제작한 질 높은 언어·육아·직업 교육 콘텐츠를 제공해 이들을 지역 사회의 구성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양승진기자 promotion7@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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