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기획] 아파트 공사현장 민원 대책없나...공사 폭발음에 난청까지 소음·분진피해 떠안은 시민들

  • 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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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0-06   |  발행일 2021-10-06 제5면   |  수정 2021-10-13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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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구 신암동의 공사현장에 걸려 있는 현수막 앞으로 건축자재를 실은 덤프트럭이 진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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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구 신암동의 공사현장 앞에 걸려 있는 현수막. 이자인기자 jainlee@yeongnam.com
5일 오전 10시쯤 대구시 북구의 한 빌딩 공사 현장. 도로 갓길엔 레미콘 트럭 3대가 줄지어 정차해 있었다. 공사장 출입구는 도로 갓길과 시민들의 통행로에 위치해 각별한 안전 주의가 필요한 모습이었다. 시민들도 이리저리 주위를 살피며 공사장 앞을 지났다. 주민들은 소음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다. 인근에서 상가를 운영하는 정모(52·대구 북구)씨는 "한창 발파작업을 할 땐 난청까지 올 정도로 힘들었다. 구청 공무원, 국회의원까지 만나 민원을 제기했는데 보상을 못 받았다"고 주장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 우후죽순
신암동 통학로서 건축자재 추락
학생들 지나다니는 곳 위험천만
입주민들 현수막 걸고 항의도

소음·진동 개인차이 있는 부분
민원 빗발쳐도 실질 보상 한계
전문가들 민원조정위 운영 건의
"공사 과정상 민원도 심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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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성구의 한 공사장에서 나오는 소음을 시민이 소음측정앱으로 측정한 수치. 〈커뮤니티 동영상 캡처〉
◆대구 곳곳 '공사장'…민원 빗발쳐

수성구 파동의 경우 전체가 '공사판'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파동에서 진행 중인 재개발·재건축사업으로 향후 들어설 입주 세대는 2천708세대에 이른다. 추진 중인 민영사업을 통해 지어질 세대 수도 1천464세대이고, 향후 소규모 정비사업이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달 27일 찾은 파동 곳곳에는 '공사 소음 공해 더 이상 못 참겠다' '공사소음, 교통위험, 보행 안전 위험으로부터 입주민 생존권을 보장하라' 등의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소음과 진동이 계속되는 아파트 공사 현장 앞에서 초등학생 자녀의 학원 차량을 기다리던 학부모 배모(여·42)씨는 "아이들이 온라인 수업을 할 때는 소음이 심해 창문을 못 열어놓을 정도"라며 "또 덤프트럭이 아파트단지 앞을 오갈 때마다 사고가 날까 봐 걱정이 크다. 트럭이 후진이라도 하면 아이들은 차에 가려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 상인도 "비산먼지, 소음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많이 피곤하고 힘들다"고 했다.

최근 대구지역 한 커뮤니티에는 수성구 한 동네의 30층 아파트 옆 오피스텔 공사 현장에서의 폭파를 두고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조용히 공사하라고 하니 폭발을 한다. 우리 아파트도 지하 4층까지 있는데, 바로 옆에서 지하 6층까지 판다고 폭파하면 우리 지하 주차장에 균열이 없겠나"라며 "관계 기관에 폭파 중단을 요구해야 하고, 입주민 대표도 폭파를 빠르게 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구 신암동에서도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8월 공사 현장 인근 도로 위로 떨어진 돌을 주민이 직접 치우는 일도 있었다. 지난해엔 건설 현장에 인접한 학생들 통학로에 커다란 건축 자재가 떨어져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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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구 대명3동 뉴타운 재개발 현장에선 지난 8월, 통행권 보장 문제를 두고 주민과 조합 간 갈등이 있었고, 물리적 충돌까지 발생했다.

주택건설 현장에 대한 주민 민원은 빗발치고 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중구(1천650건), 동구(1천170건), 북구(1천134건), 남구(1천98건) 등에서 공사장 소음·진동·먼지 관련 민원이 쏟아졌다.

서구 내당동과 중구 대봉동의 아파트 공사 현장의 소음과 관련해선 2건의 환경분쟁도 발생했다. 대구시 환경정책과 관계자는 "대부분의 시공사가 인근 주민들에게 자체적인 보상을 하면서 마찰이 해결된다"면서도 "여기에 만족하지 못할 경우 분쟁에 이른다. 대구시의 조사 결과, 소음이 법적 기준치를 초과했다면 환경부 지침에 따라 보상 결정을 내린다"고 했다.

◆"관이 개입하는 데 한계가 있어"

공사와 관련된 민원은 끊이지 않는데, 공무원들은 개입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대구의 한 구청 공무원은 "소음과 분진 민원이 빗발치면 관에서 행정지도는 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은 무리다. '건축 허가 취소' 등 조치를 하면 건축주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며 "사실상 양측을 중재시키고 실질적으로는 합당한 보상에 이르도록 하는 역할에 전념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소음이나 진동은 개인마다 '민감도'가 다르다는 점도 문제다. 또다른 구청 공무원은 "'시끄럽게 공사를 하는 통에 잠을 못 잤다'는 민원이 들어와도 사실상 문제없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공정에 따라 소음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민원을 접수하고 현장에 가도 그 소리가 안 들릴 때도 있다"며 "자칫 '건설사와 한통속'이라고 오해받을 수 있다는 점도 애로사항"이라고 말했다.

윤대식 영남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공사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민원은 제도적으로 다루기 어렵다. 일조권 등 문제는 대구시의 위원회를 통해 심의하는데, 이런 문제도 일선 구·군청에서 '민원배심원제' '민원조정위원회' 등을 통한 심의 절차를 갖는 것이 어떨까 싶다"며 "건축 현장에서 작업 시간을 변경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주민 피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주민들이 무작정 공사를 반대하기보다 다가올 문제를 대비해야 한다는 시선도 있다. 파동 주민 김모씨는 "이미 공사는 시작됐고, 수년 안에 파동 주민이 늘어날 것"이라며 "소음·분진은 기준치 이내라면 주민들이 감내해야 할 문제다. 대신 파동 일대가 '교통지옥'이 되지 않도록 분산책을 만들어달라"고 제안했다.

북구의 아파트단지 건설 현장 인근에 사는 윤모(51)씨는 "도로 폭을 넓히는 등 주민을 위한 적절한 대책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일부 주민들은 '집단 이기주의'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모(63·대구 수성구)씨는 "짓고 있는 이웃 아파트를 두고 시끄럽다고 하지만, 자신들 아파트도 지을 때 이웃에게 피해 주는 것은 마찬가지였을 것"이라며 "이미 착공한 만큼 어느 정도의 관용과 아량은 필요하다"고 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이자인기자 jain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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