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기획] 동물보호 못 하는 '동물보호법'... 학대받는 '검둥이''나비' 늘어나는데 방지·처벌법은 제자리 걸음

  • 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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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9-29   |  발행일 2021-09-29 제4면   |  수정 2021-10-13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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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줄에 무거운 해머를 달고 있다가 사라진 강아지 검둥이.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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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구에서 방치돼 있던 개. 짧게 매인 목줄 탓에 제대로 눕지도 못한 모습이다. 동물자유연대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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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성구에서 얼굴에 본드가 뿌려진 채 발견된 길고양이. 독자 제공
대구경북 지역에서 동물학대 사건이 꾸준히 일어나는 가운데 끔찍한 학대가 양산되는 악순환이 일어나지 않도록 법과 현실의 괴리를 좁혀야 한다는 지적이다. 동물보호법 위반 검거 인원은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구에서 2015년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검거된 인원은 9명이었다. 2016년과 2017년에는 10명씩, 2018년 14명, 2019년 30명이었다. 경북의 경우 2015년 19명, 2016년 20명, 2017년과 2018년 25명씩이었고, 2019년 57명으로 급증했다.

대구경북 동물학대 사건 매년 증가…악순환 끊을 열쇠 절실
목줄에 무거운 해머 달고 있다가 사라진 '성주 검둥이' 사건
강아지가 느꼈을 하중 계산하니 70㎏ 사람 목에 9.28㎏ 수준

길고양이에 본드 뿌리고 반려견 코에 담배연기 뿜는 등 악랄
실형 선고 비율 0.3% 불과…대부분 벌금형·집유 '솜방망이'
"동물보호의식 성장 불구 사법부 판단은 아직 미흡"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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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머 달았던 검둥이…견주 항소

목줄에 무거운 '해머'를 달고 있다가 별안간 사라진 강아지 검둥이(영남일보 8월25일자 6면, 9월15일자 6면 보도)의 주인 A(57)씨와 검찰은 최근 나란히 대구지법 서부지원 형사2단독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A씨는 2019년 10월25일 경북 성주에 있는 집에서 검둥이를 키우면서 목줄에 지름 약 3㎝, 길이 약 10㎝ 크기의 망치 쇠 부분을 연결해 목에 달아 학대행위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약식 기소된 A씨는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후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지난달 열린 정식 재판에서 검찰은 A씨에게 약식명령보다 상향된 '벌금 150만원'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검찰은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대구지검 서부지청 관계자는 "선고 이후 확보된 검둥이 학대 동영상을 항소심에서 추가 증거로 제출하고 판단을 받아보겠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성주의 산속을 지나던 한 일행이 '낑낑거리는' 강아지 소리를 따라 올라갔다가 생후 몇 개월이 채 되지 않은 검둥이를 마주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발견 당시 강아지 목줄에는 해머가 달려 있었고, 강아지는 제대로 이동하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A씨는 일행에게 "모르고 그랬다. 검둥이를 운동시키려 했다"고 해명했지만 이듬해 4월쯤 검둥이는 사라졌다. 일행과 동물권단체 케어는 A씨를 공동고발했다.

A씨는 재판과정에서 "사람들이 모래주머니를 차고 운동하듯, 검둥이에게도 체력을 키우기 위해 운동시킬 목적으로 쇠뭉치를 달아놓은 것뿐"이라며 "검둥이가 힘들어하면 달아 놓을 이유가 없는데, 검둥이가 펄쩍펄쩍 뛸 정도로 좋아했다"고 말해 방청객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케어의 분석 결과, 체중 7㎏인 개의 목에 매달린 2㎏ 추는 70㎏ 몸무게의 사람 목에 걸린 9.28㎏ 추가 주는 부담과 같다. 3㎏ 아령 3개 이상을 목에 걸고 있는 것과 같은 고통스러운 상황인 셈이다. 동물학대는 여러 양상으로 나타난다. 최근 대구 수성구에선 길고양이 2마리가 얼굴에 본드가 뿌려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 고양이들은 동물병원에서 화학적 독성에 의한 피부 화상과 각막 손상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2019년 6월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대구 동구 반야월 할배 집 개를 구조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올라온 영상에는 열악한 환경에 방치돼 있는 개 9마리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도 했다. 협소한 공간에 몰려있던 개들은 목줄이 짧게 매여 눕지도 못했다. 동부경찰서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70대 B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동물보호법 형량 세도 처벌 미미

검둥이 주인 A씨의 선고 결과에 대해 케어의 박소연 동물활동가는 "동물권에 대한 국민 인식이 향상되고 있고, 동물보호법도 조금씩 상향 발전하고 있는 것에 비해 사법부의 판단은 아직도 미흡하다"며 "'사법부도 동물학대에 대해 엄중한 판단을 하고 있다'고 대중이 인식할 필요성이 있다. 항소심에선 그런 부분이 고려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실제 동물보호법은 '동물권 강화' 방향으로 개정을 거듭하고 있다. 2018년 3월부터 동물학대의 기준은 '동물을 죽이는 행위'에서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로 확대됐다. 또 '신체적 고통을 주는 행위'도 학대행위로 인정됐다. 상해의 증거가 없더라도 동물에게 신체적 고통을 준다면 동물학대로 인정되는 것이다. 검둥이의 사례가 이에 해당하는 셈이다.

동물학대 행위자에 대한 형사처벌도 강화됐다.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등에 대해선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서 지난 2월12일부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강화됐다.

그러나 수사기관과 사법부의 동물학대 사건에 대한 전문성, 인식 제고가 뒤따르지 않으면 강화된 처벌규정이 무의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지난 5월 경찰청 고객만족모니터센터를 통해 경찰관 12만8천36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동물학대 사건 수사 경험이 있는 경찰의 72.6%(241명)가 동물학대 사건 수사가 어렵다고 답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2015~2019년 대구와 경북에서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검거된 인원 대비 기소 인원은 각각 65.8%(48명), 64.4%(94명) 수준이었다.

기소된다고 해도 소액의 벌금형이나 집행유예에 그치는 사례가 많았다. 지난 4월 대구지법 포항지원 형사3단독은 목줄을 잡고 개를 공중으로 돌리며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20대 여성 2명에게 각각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지난 7월엔 대구지법 형사 10단독이 자신을 향해 짖는 개를 농기구로 여러 차례 때린 혐의로 기소된 60대 남성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는 "실제 동물학대 행위에 대해 법에서 정한 형량이 낮지는 않다. 문제는 처벌 비율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지난해 동물학대로 실형이 선고된 비율은 전체 건수의 약 0.3%밖에 되지 않는다"라며 "법원과 수사기관은 동물학대가 심각한 사회적 범죄라는 인식이 아주 낮은 듯하다. 동물학대 관련 양형기준을 마련하고, 매뉴얼과 지침을 고쳐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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