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유 커버스토리-이춘호기자의 카페로드] 각북면 오리 '월든'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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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0-29   |  발행일 2021-10-29 제34면   |  수정 2021-10-29 08:43
자연과 하나된 통나무 카페…밤에 더 반짝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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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군 각북면 오리에 들어선 패밀리 가든 같은 힐링 카페 '월든'의 밤 전경. 친환경 마인드가 출중한 주인 부부의 삶의 철학이 깃든 층고 높은 통나무 카페다.

902번 도로에서 만난 세 번째 물성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명저 '월든(Walden)'. 이 책과 맞물린 두 사내의 드림랜드가 이 구간에서 만날 수 있다.

1988년 8월8일 대구시 달성군 가창면 정대리의 한 비슬산 자락. 대구산업정보대(현 수성대) 교육학과 교수 김동일은 정대숲 맞은편 산길로 들어선다. 산과 한 몸이 되기로 맘을 먹는다. 맨손으로 흙을 파고 돌을 져 나른다. 2005년 9월10일 '루소의 숲'이 피어난다. 소리소문없이 이 공간이 알려진다. 산길로 100여m 올라가면 버드나무에 입구 팻말이 보인다. 왼쪽으로 조금 걸어 올라가면 처음 방문객을 맞이하는 '바람터'가 있다. 개여울을 건너 1분쯤 걸어 올라가면 왼편에 2평(6.6㎡) 남짓한 공연장인 '소리샘'이 있다. 김 교수의 클라리넷 소리가 피어나기도 한다.

여기는 비상업적이다. 탐방로 끝에 숨어 있는 호숫가에 앉아 보면 소로의 맘을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보온병에 담아 온 커피도 금상첨화. 갈 때는 왔을 때처럼 주변 정리해줄 것.

각북면 오리에 '월든'이란 통나무 카페가 있다. 2019년 4월 오픈했는데 주인 부부는 전문직의 삶을 살아왔다. 남편은 월든의 정신에 푹 빠졌고 7년 전 도시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이 자리에 있던 레스토랑 허브캐슬을 인수해 북유럽 카페 버전으로 숙성시킨다.

10그루의 왕벚나무, 영국 장미, 각종 허브류 등 얼추 80여 종의 초화류를 감상할 수 있다. 잔디밭에는 5개의 벤치가 있다. 거기 앉으면 비슬산 정상인 조화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커피는 케냐 AA·브라질·콜롬비아 수프리모를 혼합해 사용한다. 화장실에 가면 잠시 남편의 생각이 '월든 생각'으로 적혀 있다. 부부는 이 공간이 '가족 전문 전원카페'로 사랑받았으면 좋겠단다.
글·사진=이춘호 음식·대중문화 전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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