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유 커버스토리-이춘호기자의 카페로드] 각북면 남산리 '로카커피'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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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0-29   |  발행일 2021-10-29 제34면   |  수정 2021-10-29 08:43
여름엔 백일홍, 가을엔 메밀꽃뷰…폭포 소리 들으며 멍때리기 딱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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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천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커피향을 더 로맨틱하게 만들어주는 로카커피.

지역 첫 관광농원으로 주목을 받았던 각북면 남산리 '군불로'에 명물 카페 '로카 커피'가 들어섰다. 그 농원에는 우직한 꿈을 가진 남자가 있다. 경남 합천 출신으로 지역에서는 빠르게 휴대폰 사업 선두주자로 나섰던 이진환. 그의 가업은 두 아들에게로 이어진다.

21년 전이었다. 이진환은 자신이 그동안 번 돈의 상당 부분을 장사가 안돼 방치된 임마뉴엘(일명 별천지) 농원 매입을 위해 쾌척한다. 무려 9만9천㎡(3만평), 상당히 넓은 공간이었다. 농사만 짓고 농작물만 생산되는 과거의 농원이 아니었다. 레스토랑·카페의 기운이 스며간 신개념 농원이었다. 그런 소리를 들으려면 도시보다 몇 배 끈기와 안목이 있어야 한다. 숯가마가 있는 찜질방, 숯불바비큐를 즐길 수 있는 식당 공간, 세미나실 등을 갖추었다. 각종 연수, MT, 동창회, 가족 모임 등에 초점이 맞춰진다.

구릉지에 서서 사방을 돌아보면 일망무제(一望無際)의 무릉도원에 온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그 풍광에 반한 화가가 있었다. 계명대 미대 교수였던 화가 김전이다. 그는 서둘러 퇴임을 하고 군불로 상류 계곡 언저리에 자기만의 아틀리에를 마련했다. 오크밸리 등 근처에 이런저런 펜션이 많이 들어섰지만 당시에는 별다른 개발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이기철 시인도 대구를 벗어나 전원으로 들어와 마련한 시 사랑방 격인 '여향예원', 작고한 소리꾼 이명희는 제자 양성을 위해 근처에 전수관을 마련한 바 있다.

야심차게 시작된 군불로. 초창기와 달리 갈수록 트렌드를 실시간으로 따라가기 힘들었다. 2010년부터 경영이 많이 어려워지기 시작한다. 형제는 관광농원의 내구연한이 다 됐다고 분석한다.

새로운 피를 수혈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닌다. 하절기를 겨냥, 멋진 풀장을 가동한다. 비수기인 동절기를 위해 절벽 공간에 폭포와 눈썰매장을 조성했다. 아이들이 좋아하고 사진 찍기도 좋으니 가족 모임이 늘어나기 시작한다.

점차 가족을 겨냥한 패밀리마케팅전략에 집중한다. 숙박, 식사, 찜질방, 체험 등을 패키지로 묶어 예약을 유도했다. 체험도 중요하다 싶어 근처 농가와 계약을 했다. 봄가을에 딸기, 감나무, 사과 수확 체험을 병행했다. 또한 계절별 포토존을 확충하기 위해 핑크뮬리, 백일홍, 메밀밭 등을 꾸몄다.

장남은 팔공산의 대표적 베이커리카페인 헤이마를 벤치마킹한다. 특히 코로나 정국이라서 넓은 야외, 자기만의 느긋한 테이블 타임이 차세대 신가치로 정착될 것 같았다. 헤이마를 인테리어한 임경묵 인타이틀 디자인그룹 대표와 손을 잡는다. 임 대표는 카페 '빌리 웍스(BILLY WORKS)', 청도 운문댐 하류보 유원지가 내려다보이는 낡은 식당을 리모델링한 '밀톤(MILLTON)', 대구 대명동 앞산에 위치한 '더 웨스틴 대구'를 디자인했다.

그렇게 태어난 카페 '로카커피'. 로카는 '바위에 올라간 사슴'이란 뜻을 갖고 있다. 실내 어느 곳에서도 폭포가 보이게 넓은 통유리창을 사용했다. 노출콘크리트 바닥에 실개천 같은 홈을 파고 거기에 돌을 집어넣었다. 3개의 돌멩이를 철근에 꼬치처럼 매달아 놓았다. 자연스럽게 포토존이 된다. 건물의 주조 색은 노랑. 소파도 그 색에 맞췄다. 폭포와 어울릴 수 있게 건물 앞에도 스톤 존을 그려놓았다.

길쭉한 송판 테이블에 앉아 휴대폰도 잠시 옆에 두고 망연히 폭포를 감상하는 손님들. 로카가 안겨주는 '호사스러움'이다.
글·사진=이춘호 음식·대중문화 전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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