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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심상정,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6일 '제3지대'가 현실정치에 복원돼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을 향한 요구는 결선 투표제 도입과 다당제 안착을 위한 선거제도 개혁 등이었다. 다만 두 후보의 단일화 가능성은 없다. 이념적 성향이 다른 진영이 하나로 뭉치는 건 정권획득 가능성이 있을 때로 국한된다. 1997년의 DJP(김대중+김종필)연합과 2002년의 노무현+정몽준 조합이 대표적이다.
힘을 합쳐도 1위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심상정-안철수 후보는 '단일화'가 아니라 '정책 공조'에 방점을 찍었다. 여야 거대 정당에 맞서 공통 목소리를 내면서 각자의 체급을 조금씩 올리기 위해서다.
정의당의 존립 가치를 중요하게 치는 심상정은 선거를 완주해 일정 선까지 득표율을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안철수도 일단 "더 이상의 후퇴는 없다"라며 '단일화' 단어에 손사래를 친다. 그러나 안철수는 이미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 단일화 작업을 했고, 합당까지 추진했었기 때문에 보수-중도 진영의 정권교체 욕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여전히 완주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의미다.
더구나 대선을 석 달여 남겨둔 지금처럼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초박빙 승부를 펼치는 상태에선 중도보수 야권 단일화 압박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 개표 결과 안철수가 얻은 표만큼 윤석열이 진다면 책임론의 화살이 쏠릴 곳은 뻔하다.
그런데 안철수가 본인 의지와는 상관없이 완주하는 상황이 될지도 모른다. 윤석열 캠프에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결국 합류하고, 당무를 보이콧했던 이준석 대표가 복귀했기 때문이다. 김종인과 이준석은 안철수와 천적이다.
김종인은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했던 안철수를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라고 한 적도 있다. 윤석열 캠프 출범식 직전에도 기자들이 안철수와의 관계를 묻자 "안 후보 본인이 정권교체를 위해 뭐든지 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결국 그 길을 택해주시지 않겠나"라고 했다. 또 "안 후보 스스로 윤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될 수 있도록 해주면 된다"라고 했는데, 안철수가 중도 사퇴하라는 모욕적인 요구다.
이준석은 자신과 선거에서 맞붙기도 했던 안철수를 향해 사석에서 욕설을 했다가 당의 징계를 받기도 했다. 이준석은 최근 안철수와의 단일화 필요성을 강조하는 당내 중진을 향해 "거간꾼"이라고 칭하며 '무단 단일화 협상'을 하면 징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지금은 노련한 김종인을 등에 업고 대선정국의 야권 주도권을 장악하려 했던 이준석이 정치초보 윤석열의 만만찮은 대응에 부딪쳐 갈등을 봉합한 상태다. 남은 기간 중 언제든 실밥이 터질 수 있는데, 그 계기가 안철수와의 단일화 논의가 될 걸로 예상된다.
야권후보 단일화의 직접 당사자는 총괄선대위원장도, 당 대표도 아닌 후보 본인이다. 성공했을 때 과실도, 실패했을 때 책임도 오롯이 후보 몫이다. 윤석열이 대권을 잡을지는 안철수와의 단일화를 둘러싼 기 싸움, 정치술에서 김종인-이준석의 벽을 넘느냐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
서울본부장 s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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