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선 후 TK정치 어디로 上] 대구민심, 국힘에 ‘조건부 재신임’…“잘못하면 언제든 회초리”

  •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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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6-07 20:24  |  발행일 2026-06-07
대구시장선거서 민주당 후보와 격차 4년 만에 60.8%p→8.9%p 줄어
경북도지사선거도 민주당 10%p 약진…“진짜 시험대는 2년 뒤 총선”
국민의힘 추경호 대구시장 후보가 4일 오전 당선이 유력해지자 선거사무실로 내려와 축하 꽃다발을 받고 기뻐하고 있다. 대구시장 선거는 6·3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 가운데 한 곳으로 꼽혔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국민의힘 추경호 대구시장 후보가 4일 오전 당선이 유력해지자 선거사무실로 내려와 축하 꽃다발을 받고 기뻐하고 있다. 대구시장 선거는 6·3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 가운데 한 곳으로 꼽혔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대구경북(TK)의 최종 선택은 결국 국민의힘이었다.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은 광역단체장 두 곳을 비롯해 기초단체장 31곳(대구 9, 경북 22) 중 27곳에서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결과일 뿐, '잘 못하면 언제든 회초리를 들겠다'는 단서가 붙은 시·도민의 '조건부 위임'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대구시장·경북도지사 모두 국민의힘 후보가 이기긴 했으나 득표율이 4년 전보다 두 자릿수 급락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 시장·군수 선거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의 약진과 접전이 확인됐다. 보수의 외형은 지켰지만 적잖은 내상을 입었다는 평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표 결과에 따르면 이번 대구시장 선거에서 국민의힘 추경호 후보는 53.92%(70만2천421표)를 얻어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45.05%·58만6천927표)를 8.87%포인트(11만5천여표) 차로 따돌렸다. 추 후보가 당선됐지만 득표율은 절반을 갓 넘긴 수준이다. 경북도지사 선거에서는 국민의힘 이철우 후보가 67.24%를 얻어 민주당 오중기 후보(32.75%)를 34.5%포인트 차로 눌렀다.


이 같은 격차는 4년 전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를 보인다. 2022년 제8회 대구시장선거에서 국민의힘 홍준표 후보는 78.75%를 쓸어 담으며 민주당 서재헌 후보(17.97%)를 60.78%포인트 차로 이겼다. 올해와 비교하면 1·2위 간 격차가 4년 만에 약 7분의 1로 좁혀진 셈이다. 민주당 후보의 득표율은 17.97%(서재헌)에서 45.05%(김부겸)로 27.08%포인트 뛰었고, 국민의힘은 24.83%포인트 빠진 것이다.


정치·선거 컨설팅업체 엘엔피파트너스 이주엽 대표는 "대구시민들이 여당 중진인 김부겸이라는 인물을 두고 마지막까지 고심하다가 '그래도 한번 더 믿고 지켜보겠다'며 무거운 재신임을 내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대구는 수십 년간 GRDP(지역내총생산) 최하위권을 맴돌며 경제적 고통을 겪어 왔다"며 "공천만 받으면 무조건 찍어 주던 과거의 관성에서 벗어나 이번에는 지역 정치권에 강력한 경종을 울리려 했던 적극적인 견제 심리가 작동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4일 대구 달구벌대로 곳곳에 6·3 지방선거에서 낙선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의 낙선 인사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김 후보는 성원해 준 시민들에게 감사의 뜻을 밝혔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4일 대구 달구벌대로 곳곳에 6·3 지방선거에서 낙선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의 낙선 인사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김 후보는 성원해 준 시민들에게 감사의 뜻을 밝혔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 도심·젊은동네서 짙어진 이탈 흐름


그동안 지방선거를 대하는 대구경북 유권자의 태도 변화도 주목된다. '무관심'에서 '적극 투표'로 돌아선 점이다. 대구 투표율은 2022년 43.2%에서 이번엔 64.2%로 21.0%포인트 치솟았다. 경북 투표율도 52.7%에서 60.8%로 8.1%포인트 올랐다. 좁혀진 득표율을 감안하면 상당수 유권자의 표가 민주당으로 향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소극적 기권이 아닌 적극적 견제 심리가 작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이번 흐름이 김부겸 후보 개인의 경쟁력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김 후보는 국무총리를 지낸 여권 중진인 데다 TK에 연고가 있어 여당으로서는 드물게 경쟁력 높은 인사로 꼽혀 왔다.


보수 표심의 이탈은 지역별로 농도가 달랐다. 대구 9개 구·군 가운데 추 후보에 대한 지지세가 상대적으로 가장 작았던 곳은 중구로, 김 후보와의 격차가 2.82%포인트(50.86% 대 48.04%)에 불과했다. 진보세가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수성구에선 4.55%포인트 차 접전이 이뤄졌다. 북구(5.61%포인트)·동구(6.91%포인트)도 비교적 격차가 적었다. 반면 서구(20.72%포인트)·군위군(18.52%포인트)·남구(16.51%포인트)에서는 국민의힘이 여전히 큰 폭으로 앞서 보수세가 강했다.


같은 구·군 안에서도 도심과 젊은 유권자 비중이 큰 지역일수록 격차가 줄었고, 고령·쇠퇴 지역일수록 보수 우위의 양상이 뚜렷했다. 같은 날 치러진 달성군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도·농 복합지역의 특성을 압축적으로 보여 준 사례로 꼽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5선, 추 당선인이 3선을 지낸 보수 핵심 텃밭이지만 국민의힘 이진숙 후보에 맞선 민주당 박형룡 후보가 '의미 있는 패배'를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동 돌풍 등 경북서도 민주당 선전


'콘크리트'로 불리던 경북에서도 균열이 감지됐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오중기 후보의 득표율(32.75%)은 4년 전 같은 당 임미애 후보(22.04%)보다 10%포인트 이상 높다. 변화의 핵심은 이재명 대통령의 고향인 안동이다. 안동에서 오 후보는 43.39%로 경북 시·군 가운데 최고 득표율을 올렸다. 2022년(28.22%)보다 15%포인트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는 안동시장 선거에도 영향을 미쳐 민주당 이삼걸 후보가 49.07%를 얻어 국민의힘 권기창 후보(50.92%)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안동의 약진에는 이 대통령의 '고향 효과'와 함께 '국민의힘 공천 파동'이라는 특수 변수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변화는 안동에만 그치지 않았다. 청년·노동자 비중이 높은 포항·구미에서도 야권 지지세가 늘었다. 포항 북구는 민주당 득표율이 2022년 22.27%에서 38.75%로, 16.48%포인트 뛰어 경북에서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구미도 24.25%에서 34.46%로 올랐다. 다만 의성·고령·문경 등 농촌지역은 이번에도 국민의힘에 70%대 중후반의 표를 몰아줘 '철옹성'임을 입증했다.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경북도지사 선거에서 나온 국민의힘 득표율이다. 이철우 후보가 2022년과 2026년 모두 현직 도지사로 출마했음에도 득표율이 77.95%에서 67.24%로 10.71%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후보 변수가 고정됐는 데도 표가 빠진 것은 이탈의 원인이 후보 개인보다 정당과 정치환경에 있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공천 난맥'이라는 자책골


사실 이탈의 단서는 투표일 전부터 감지됐다.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 당시 '컷오프(공천 배제)'를 둘러싼 잡음이 나오면서 출발부터 삐걱댔다. 주호영·이진숙 예비후보 등이 배제·탈락하는 과정에서 강한 반발이 나오고, 효력을 다투는 가처분 신청과 법적 공방이 이어졌다. 당시 이 예비후보가 중도 사퇴해 달성 보궐선거로 방향을 트는 시나리오까지 거론되는 혼선 끝에 추경호 대구시장 후보가 확정된 것이다.


'자책골'은 경북에서도 나왔다. 국민의힘은 청도·성주·울진·울릉 기초단체장 네 곳을 무소속 후보에게 내줬다. 이곳 대부분은 무소속의 약진이라기보다 지역 국회의원들의 공천에 불만을 품은 '보수 분열'의 성격이 짙다. 본선 전부터 당이 집안 단속에 실패한 모습이 노출되면서 자초한 난맥이 득표율 하락을 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구시의원 선거도 의미심장하다. 대구시의원 지역구 31석을 국민의힘이 독식하고 민주당은 김부겸 효과에도 한 석조차 얻지 못했지만, 이는 소선거구제의 한계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일부 시의원 지역구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40%를 넘는 표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승자독식 구도에 가려졌을 뿐, 표심의 변화는 이미 상당 폭 진행됐다는 의미다.


◆진짜 시험대는 2년 뒤 총선


이번 6·3지방선거에 나타난 대구경북 표심은 보수당으로의 '무조건적 회귀'가 아닌 '조건부 위임'으로 요약된다. 절반에 가까운 진보당의 득표율과 치솟은 투표율, 그리고 곳곳에서의 접전은 국민의힘에 '잘 못하면 회초리를 들겠다'는 유권자의 분명한 경고라는 것이다. 조건부 위임의 청구서가 돌아올 시점은 4년 뒤가 아닌 2년 뒤인 2028년 총선이 될 전망이다. 국민의힘이 공천 난맥 같은 '자책골'을 되풀이하고 성과로 답하지 못한다면, 2년 뒤에는 의석 변화라는 철퇴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주엽 대표는 "지선 민심이 던진 엄중한 경고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TK정치권과 행정권력이 시·도민의 요구에 부합하는 환골탈태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2년 뒤 총선에서는 진짜 회초리를 맞고 (국민의힘이) 외딴 섬으로 고립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인적 쇄신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 대표는 "보수정치의 심장이라는 자존심을 살리려면 새로운 시스템과 인물, 새로운 메시지가 필수적"이라며 "지역의 다선 중진들이 이번 지선 결과를 바탕으로 스스로 반성하고, 차기 총선 불출마 같은 과감한 결단을 지금부터 내려줘야 2년 동안 제대로 된 정치신인을 발굴하고 훈련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본 투표일인 3일 오전 대구 달성군 비슬초등학교에 마련된 유가읍 제3 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본 투표일인 3일 오전 대구 달성군 비슬초등학교에 마련된 유가읍 제3 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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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서울정치팀장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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