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광주로 돌아옵니다"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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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2-08   |  발행일 2021-12-08 제26면   |  수정 2021-12-29 10:33
'광주 서구갑' 국회의원 출신
박혜자 대구 KERIS 원장
내년 광주교육감 출마 위해
임기 4개월여 남기고 사퇴
'캠코더' 인사 이제는 멈춰야

지난달 30일 박혜자 한국교육학술정보(KERIS·대구 동구 신서혁신도시) 원장이 퇴임했다. 3년 임기 중 4개월여를 남겨 둔 상태였다.

KERIS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박 전 원장이 19대 국회의원 시절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활동과 KERIS 원장으로서의 다양한 사업을 통해 교육의 편의성 강화와 안정화에 노력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온라인 개학을 지원해 코로나19로 인한 교육 중단 위기를 막고 KERIS가 경영실적 평가 A등급을 달성하는 데 기여했다고 덧붙였다. 박 전 원장은 스스로도 "교육 위기를 함께 이겨낸 KERIS에 감사하며 교육발전을 위해 앞으로도 계속 노력하겠다"고 자평했다.

교육 발전을 위한 KERIS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강조한 박 전 원장이 원장직까지 포기하면서 어떤 교육 발전을 위해 더 노력하겠다는 뜻인지 선뜻 이해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앞으로의 행보를 감지할 수 있었다.

박 전 원장은 '박혜자가 소명에 응답합니다. 박혜자가 광주로 돌아옵니다'라는 제목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내년 6월 광주시교육감 선거 출마를 암시했다. 페이스북 글을 간단히 정리하면 △그동안 광주를 떠나 우리나라 교육의 미래를 진두지휘하며 코로나로 인한 교육계의 혼란을 막았다는 점과 △달라진 시대의 힘이 될 미래교육 기틀을 마련해 두고 그 열매를 광주가 딸 수 있도록 헌신하기 위해 돌아왔다고 했다. 덧붙여 자신의 경력도 상세히 소개했다.

박 전 원장은 2018년 4월 '광주 서구갑'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여성전략공천이 유력했지만 여러 논란 속에 결국 경선에서 패했다. 다음 해 4월 KERIS 원장으로 취임했다.

정치인 출신으로 대구에 본사가 있는 KERIS 원장이 된 그는 취임 후에도 적지 않은 파열음을 내며 KERIS를 논란의 중심에 서게 만들었다.

박 전 원장 취임 후 매년 1천억원에 가까운 국책사업을 수행했던 KERIS는 본사가 있는 대구가 아닌 서울에서 사업을 수행하면서 사무실 임차료만 수십억원씩 외지로 지출했을 뿐 아니라 각종 사업 추진 과정에서도 석연치 않은 처사로 관련 기업들로부터 원성을 샀다.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수차례의 이의제기 및 가처분 소송 등으로 분쟁도 끊이지 않았다. 

특히 박 전 원장 취임 후 KERIS의 철저한 지역 기업 외면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각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시행한 혁신도시 조성 취지를 퇴색하게 했다는 비판마저 나왔다.

박 전 원장과 같은 이른바 '캠코더'(대선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출신은 대구경북 공공기관 근무 임원의 37%나 된다. 지역 공공기관 전체 임원 35명 중 캠코더로 분류되는 임원은 13명이다. 이 중 기관장만 6명이다.

19대 '광주 서구갑' 국회의원 이후 2016년 20대 총선과 2018년 재보궐선거에서 연이어 민주당 공천 고배를 마신 박혜자 전 KERIS 원장이 이제는 내년 6월 광주시교육감에 나선다고 한다. 자신의 정치 행보만을 위해 직을 과감히 버릴 수 있는 '캠코더'가 내년 대선 이후에는 없어지길 기대해 본다.

임성수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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