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란의 스위치] 6전7기 박사익 경부공영 회장 "매출 100억원 될 때까지 양복 입지 않겠다 결심"

  • 이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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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2-22 07:47  |  수정 2021-12-22 14:28  |  발행일 2021-12-22 제13면
골재사업 여섯 차례 실패 끝에 석산개발 분야 아시아 최대 기업 성장
"사는 게 힘든 것 같아도 그리 어려운 것도 아냐...힘들 때 최선 다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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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상주 출신인 박사익 경부공영 회장은 "지역의 태창철강 창업자인 유재성 회장을 만나고, 그분이 군위에 조성한 수목원 '사유원'을 둘러보며 느낀 것이 많다"면서 "앞으로 10여년 더 열심히 일한 뒤 은퇴해서 유재성 회장을 롤모델로 삼아 지역사회에 정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귀띔했다.

"사는 것이 힘든 것 같은데 또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닙니다." 자수성가한 출향인사 박사익 경부공영 회장이 6번의 사업실패 속에서도 주변에 피해를 안기지 않고 결국에는 재기에 성공했던 이야기를 전하며 이 한마디를 툭 던졌다. 화려한 수사로 포장되지 않은 이 말에 울림이 적지 않았던 이유는 요즘 너무 많은 사람이 힘들어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북 상주 출신으로 부산으로 내려가 칠전팔기로 일어선 '의지의 한국인' 박사익 경부공영 회장을 최근 인터뷰하고, 전화 통화 등을 통해 보충했다.

▶상주 출신이 부산에 정착해 성공하기까지 여러 사연이 있을 것 같다.

"상주에서 태어나 중학교까지 마치고 부산으로 왔다. 대농으로 괜찮게 살았던 집안 형편이 갑자기 크게 나빠졌다. 가세가 기울자 부산에서 직장을 다니던 형에게 가서 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전공을 토목으로 선택했는데 어린 나이에도 일단 집부터 살려야 되겠다 싶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1983년 〈주〉남광토건에 입사했다. 이때 중장비 운전면허를 따서 사우디아라비아·리비아 현장으로 가서 토목 관리를 맡았다. 무척 더웠고 어려움도 많았지만 겁날 것은 없었다. 무한한 미래가 있다는 생각에 참 열심히 일했고 많은 걸 배웠다. 그런데 취업 3년 만에 남광토건이 부도 났다. 재취업을 하지 않고 바로 사업을 시작했다. 음악을 좋아해 사우디 근무 때 사 온 아끼던 고급 전축을 팔아 경남에 있는 화명동 석산을 샀다. '사우디 시절'에 골재 사업이 내 성격과 잘 맞는다는 것을 알았다. 골재라는 것은 썩지 않고 유행을 타지 않으니 안 팔리면 놔둬도 되는 제품이 아닌가. 이런 생각을 갖고 사업을 시작한 것이 벌써 37년이 됐다."

▶그럼 사업은 순탄했겠다.

"그렇지 않다. 첫 시작부터 꼬였다. 어렵게 골재 채취 허가를 받는 데는 성공했으나 사람을 잘못 만나 쓴맛을 봤다. 다시 여기저기 자금을 끌어들여 석산을 샀으나 개발지역으로 묶여 헐값으로 수용당했고 결국 회사가 부도를 맞았다. 그 후에도 고비가 많아서 6번의 사업실패를 겪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주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았고 모든 것을 깨끗이 정리했다. 마음만 바로 쓰면 성공할 수 있다는 신념이 있었다. 그것이 재기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다. 이 사업은 남자로서 해볼 만한 사업인데 진짜 힘든 일이라는 생각을 가끔 한다."

▶재기 에피소드를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 할 수 있나.

"한겨울 찬바람을 맞으며 직원들과 덤프트럭을 타고 다니며 현장을 누볐다. 지금도 작업복 차림으로 직원들과 함께 소리 지르고 땀을 흘리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 당시는 늘 작업복 차림이었다. 구매하러 온 기업인들에게 노무자로 오해도 많이 받았다. 그때 매출 100억원을 할 때까지는 양복을 입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그래서 오늘날 양복 차림은 내게 있어 참으로 특별한 의미를 준다. 성실성과 정직을 인정한 어느 지인이 결정적인 도움을 주어 재기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 지금도 이 고마운 분의 은혜를 잊지 않고 있다."

▶요즘 어려움을 호소하는 젊은 층에 할 이야기가 적지 않겠다.

"어린 나이에 사업을 시작해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그런데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어려움도 결국 극복할 수 있었고, 그 뒤에는 큰 성취감이 찾아왔다. 삶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늘 반복된다. 내 경험에 비추어볼 때 힘들 때 용기를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하면 극복 못 할 어려움은 없다. 삶이 힘든 것 같아도 그렇게 어렵지 않다. 두려워 말고 자신의 목표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다 보면 반드시 원하는 것을 성취할 수 있을 것이다."

▶경부공영이 석산개발 분야에서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 최대기업이 되었다고 들었다.

"지난 30년 동안 부산·경남지역은 물론 전국 건설 현장에 모래와 자갈 등 원활한 골재 공급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끊임없는 도전정신을 바탕으로 석산개발 분야에서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 최대 기업으로 자리 잡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 회사의 근간이 돼 왔던 석산개발, 건설, ENT서비스 분야 내실화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키우고 성장사업인 철강, 무역업, 정보기술(IT) 분야로 영역을 확대·발전시켜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해 나갈 것이다."

▶상주에는 여전히 가족이 많이 계시겠다.

"8남매인데 아들로는 셋째다. 형님과 누님 세 분이 상주에 계신다. 매년 내 생일에는 부모님 산소가 있는 고향 상주로 간다. 환갑이 다 된 지금까지 내 생일파티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부모님 산소를 찾아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자식이 잘살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는 것이 나의 생일 행사다. 내 생일을 챙기는 것보다 고향 어르신을 위해 경로잔치를 하는 것이 더 보람 있고 기쁘다."

▶부모님 산소에 가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되나.

"2001년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내 손을 꼭 붙잡고 술을 마시지 말 것과 정치에 휘말리지 말 것을 당부하셨다. 그 후로 좋아하던 술을 딱 끊었다. 정치하겠다는 생각도 완전히 접었다. 어머니는 '5·16쿠데타' 전후 시기에 집안 어른들이 정치를 하면서 힘든 일을 많이 겪으셨다. 집안 어른들이 가산을 탕진하고 방황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들이 같은 길을 갈까 노심초사하셨다. 유언으로 나를 지키신 셈이다."

▶정치 지망생이었나.

"이 사업은 장치 시설을 해 놓으면 직원들이 움직이니까 시간이 좀 난다. 세상을 좀 봐야 되겠다 싶어서 당시 집권당이던 민정당에 청년 요원으로 입당했다. 2009년 작고한 부산 출신 서석재 전 의원을 '정치적 아버지'로 모셨다. 출마 권유도 꽤 받았는데 선출직에 한 번도 도전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치를 안 한 것은 정말 잘한 것 같다. 성격상으로 뭘 하면 굉장히 몰입한다. 정치를 본격적으로 했더라면 사업은 거덜 났을 것이다. 다만 한번 맺은 인연을 중시하는 터라 정당활동을 그만둔 이후도 여야 정치인들과 계속 교유해왔다."

▶어떤 사람이 정치를 해야 된다고 생각하나.

"첫째 정직해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또 사리사욕을 추구하지 않는 사람이 국가지도자가 되어야 한다. 의리를 지키지 않고 자기 것을 챙기는 데 열중하는 사람은 정치를 못하도록 유권자들이 잘 걸러내야 한다."

▶터키 명예대사를 지냈는데.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 재직 때 그의 추천으로 주한 터키 명예총영사를 맡아 수년간 활동했다. 명예총영사를 하면서 터키를 일곱 번이나 다녀왔다. 살아계신 터키의 6·25전쟁 참전용사들에게 제2의 도시 부산의 컨테이너 처리 물동량이 세계 5위이고, 서울의 한강 다리가 25개나 된다고 하면 안 믿는다. 이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초청해 우리의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다 못해 아쉽다."

▶앞으로의 계획은.

"대구경북 향토기업 태창철강 창업자인 유재성 회장을 만나고, 그분이 군위에 조성한 수목원 '사유원'을 둘러보며 느낀 것이 많다. 유 회장께서는 정말 좋은 일을 많이 하시는 지역의 원로다. 그만큼은 될 수 없겠지만, 조그마한 재단 하나 만들어 고향과 지역을 위한 일을 하고 싶다. (내가)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앞으로 한 10년 (있다고) 본다. (사업을 일구어) 내가 잘되겠다고 욕심을 내본 적은 없다. 아파도 치료받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병원 건립, 실버타운, 장학사업 등으로 사회 환원하려고 계획을 하고 있다. 서석재 선생의 수필집 제목처럼 사람 좋은 '영원한 촌놈'으로 계속 살아가고 싶다."

논설위원 yrlee@yeongnam.com

◆박사익= △1958년 경북 상주 출생 △1986년 경원건업 창업 △1994년 경부공영 창업 △2007년 경부ENT 창업 △2009년 경부농산 인수합병 △주한터키 명예총영사(2013~2019년) △〈주〉경부 건설·공영·ENT 회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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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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