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영남일보 문학상] 詩 수상 소감 - 손연후씨 "슬픔 가득한 계절 속 상냥한 등불같은 시 쓰고파"

  • 손연후 영남일보 문학상 수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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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1-03 08:35  |  수정 2022-01-03 13:35  |  발행일 2022-01-03 제28면

손연후-시당선자
손연후씨

크리스마스 사흘 전, 학과 졸업시험을 마치고 하교하던 길에 당선 소식을 듣게 되었다. 대학로 구석진 담벼락 아래에 서서 전화를 받으며 오랫동안 조용히 울먹였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나는 항상 혼자서 무언가를 끼적이고 있었다. 뭘 적고 싶은 건지도 잘 모르는 채로, 나는 노트를 펼쳐 삐뚤빼뚤한 글씨체로 끊임없이 무언가를 적어 내려가곤 했다. 나는 멋대로 그것들을 시라고 불렀다. 시가 뭔지도 모르면서. 그건 어쩌면 철없는 바보의 짝사랑 같은 거였을까.

그동안 길을 잘못 들기도 하고, 혼자 컴컴한 시간 속에서 한없이 헤매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듯이, 사실 나도 좀 더 멋진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시간의 빚만 뿌옇게 쌓여갔다. 힘든 시간 속에서 문득 내게 위안을 안겨준 것은, 대학 교양 수업에서 접하게 된 프랑스 시인들의 시편들이었다. 시를 읽으면 칙칙하게 말라가던 내 영혼의 색이 밝은 빛으로 환하게 칠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시란 참 따뜻한 거였구나.

용기를 내어 다시 펜을 들고 내 멋대로 감히 시라는 걸 써봤는데, 우연히 교내 문학상에서 상을 받게 되었다. 시를 좀 더 알고 싶어서 여기저기 동아리도 전전해보고, 학과에서 열리는 시 수업도 들어보았다. 그리고, 계속 썼다. 부끄러웠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멈추지 않고 계속.

시를 쓰는 법에 대해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다. 아직 많이 부족한데도 운 좋게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음을 알고 있다. 겸손한 자세로, 계속해서 열심히 써나가고 싶다. 모두가 많이 아프고 힘든 계절이다. 잔혹한 슬픔으로 가득한 이 추운 계절 속에서, 누군가에게 작고 따스한 위로를 전해줄 수 있는 상냥한 등불 같은 시를 쓰고 싶다.

사랑하는 가족들, 항상 곁에서 함께해준 고마운 친구들, 하연·진희·성은, 한 해 동안 함께 열심히 임용시험을 준비했던 우리 스터디원들, 하림· 주민·지성 그리고 경호, 한번 시를 써보라고, 그래도 된다고 제게 용기를 주셨던 이순욱 교수님과 국어교육과 시 동아리 '모임'의 학우분들에게도 모두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 아름답고 광활한 세계에 저를 초대해주신 영남일보사와 관계자분들, 심사위원 선생님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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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연후 영남일보 문학상 수상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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