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란의 스위치] 두진문 한국구독경제연합회장 "삼성전자까지 뛰어든 구독경제 서비스 소비혁명 끝판왕 될 것"

  • 이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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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4-20 07:38  |  수정 2022-04-20 08:58  |  발행일 2022-04-20 제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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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경제의 한국형 모델의 원조격이라 할만한 두진문 회장은 원픽 플랫폼을 조만간 론칭해서 많은 사람이 좋은 구독경제 서비스를 받고, 돈도 벌게 하고 싶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코로나 팬데믹과 디지털 가속화 속에서 우리 가까이 성큼 다가온 '구독 경제(購讀經濟·subscription economy)'라는 용어를 아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구독'이라고 하면 으레 신문 ·잡지 구독을 떠올렸다. 그런데 어느 날 사이버 공간에서 이 말을 접하곤 신기했던 생각이 난다. 샐러드 등 먹고 마시는 것을 구독하고, 꽃과 화장품도 구독하는 구독경제는 대체로 1개월 단위로 정해진 돈을 내고 정기적인 서비스나 물품을 이용하는 상거래 시스템을 말한다. 이전부터 있었지만, 새롭게 주목받는 유통 서비스이다. 세계적인 IT전문 조사기관 가트너는 2023년이 되면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 중 75%가 구독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한다. 두진문 한국구독경제연합회장을 18일 서울벤처대학대학원에서 만나 '구독경제'에 대해서 들었다. 두 회장은 웅진코웨이 사장과 한샘리빙클럽 사장을 지내는 등 일상화된 구독경제의 한국형 모델의 원조라 할 만한 인물. 최근 '성공하는 구독경제 원픽'이라는 책을 발간하기도 했다.

"정기 배송·렌털의 개념인 구독경제
차·술·커피 등으로 영역 급속확장
행복·효율 추구 MZ세대 취향 한몫
경쟁 승부처는 감동적 비포 서비스
신뢰 통해 충성고객 확보해야 생존

'원픽 플랫폼' 조만간 선보일 예정
많은 사람이 좋은 구독서비스 받고
창업으로 돈도 많이 벌게 하고 싶어"

▶'구독경제'라는 용어를 아직도 생소하게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다.

"구독 경제라는 뜻이 뭐냐면 일정한 금액을 내고 내가 필요한 서비스나 필요한 물건을 내가 정해진 시간에 받는 것이다. 거기는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멤버십이라고 해서 넷플릭스, 멜론 등 회원제가 하나가 있고, 두 번째는 신문이나 우유 배달과 정기 배송, 세 번째가 렌털. 이 세 가지를 합해서 '구독 경제'라 한다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정의했다."

▶구독 서비스 분야의 예를 들면.

"요즈음 젊은 세대는 자신이 원하는 차를 여러 개 선택한다. 여름에는 오픈카, 놀러 갈 때는 SUV 등. 달마다 종류를 바꿔가면서 고급 외제 차를 빌려 타는 자동차 구독은 초기 투자에 발 묶이지 않고 다양하게 써볼 수 있는 장점이 매력이다. 여러 술집이나 커피집을 한 달 동안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술 구독, 커피 구독도 있다. 쿠팡, 네이버, 카카오 이런 데가 다 구독 경제를 하는 거다. 삼성전자도 지난해부터 '구독'을 시작했는데 대부분 국민은 모른다."

▶삼성전자가 구독서비스에 나섰다고.

"미국의 S&P 지수를 내는데 삼성이 정말 안 나왔다. 그러니까 10년 동안에 애플 등 세계적인 회사가 400%에서 1천% 올랐는데 삼성은 116%밖에 주식이 안 올랐다. 이유를 분석한 결과 삼성은 데이터가 없는 회사이기 때문이었다. 삼성은 혁신 잘하고 빠르고 디자인 기능 다 좋은데 사용자가 없는 거다. 유저가 없는 회사는 가치가 안 나간다. 카카오톡이 은행까지 할 수 있는 것은 소비자 데이터가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에 삼성은 유통회사에 물건을 줘서 쉽게 풀어 전 세계를 장악했다. 하지만 데이터는 하나도 없는 거다. AS 할 때 데이터가 생기는 건데 그때는 너무 늦다. 그래서 삼성전자도 작년에 두 가지를 시작했다. 하나는 정수기 사업에 나섰고, 가전제품을 홈쇼핑으로 직접 팔기 시작했다. 고객을 자기들이 직접 챙기겠다는 것이다."

▶구독경제가 급속히 영역을 넓혀가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MZ세대의 취향이 한몫하고 있다. 이들은 직접 요리를 하거나, 청소 등 집안일에 들어가는 시간을 아끼고 출퇴근 시간에 들어가는 시간을 아껴서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을 선호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활동을 하는 데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아끼지 않는다. 또한 자신의 개성이 돋보이는 다양성을 경험할 수 있는 소비를 즐긴다. 수천만 원에 달하는 자동차를 소유하기보다 여러 회사의 모델을 용도에 따라 빌려 쓴다. 변화를 추구하고 그것이 주는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다. 1인 가구 증가 역시 구독경제와 떼어놓을 수 없다. 나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효율적인 생활방식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구독은 필수다. 구독경제가 팬데믹을 거치면서 소비혁명의 끝판왕으로 성장하고 있다."

▶구독경제에는 언제,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되었나.

"그건 하나의 운 같다. 웅진출판사에서 엄청난 판매성과를 올리면서 초고속 승진을 했다. 1990년대 말 오너에게 물 사업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설득했고, 영업사원으로서는 처음으로 웅진코웨이 대표가 됐다. 그런데 덜컥 1997년 IMF 외환위기 사태가 터졌다. 나라가 부도 나고 엄청나게 만들어놓은 정수기는 한 대도 팔리지 않았다. 티코자동차 한 대 300만원 할 때 정수기가 159만원 할 정도로 비쌌다. 제조회사 사장과 협의해서 '그러면 빌려주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한 달 2만~3만원을 받고 관리까지 해주는 '웅진코웨이 정수기 렌털'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열어 파고를 넘었다. 지금 구독경제 시장이 렌털 시장만 1년에 한 44조, 멤버십과 정기 배송이 한 40조 규모. 앞으로 100조 규모로 올라간다. 일본이 800조 정도 된다고 한다. 미국은 다 구독 렌털로 되어있다."

▶구독경제에서 성공하려면 뭐가 제일 중요한가.

"개인별 맞춤을 고려하는 것이다. 사용자가 편하고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전문가 큐레이션은 기본이다. '감동적인 비포(사전) 서비스'는 구독경제의 승부처로, 신뢰를 통해 충성고객을 형성해야 한다. 인공지능이 알아서 고객의 취향에 맞게 상품을 추천한다지만 여전히 2%가 부족한 게 사실이다. 휴먼터치가 필요하다. 기술과 휴먼이 결합해야 구독경제가 완성된다는 말이다."

▶구독경제 아이템 중 보다 유망 분야라면.

"구독경제의 미래시장으로 주목하는 것은 시니어 시장이다. 고령인구의 증가와 함께 액티브 시니어를 겨냥한 실버산업은 커질 수밖에 없다. 다양한 서비스와 플랫폼시장이 어떻게 바뀔지 계속 공부하고 있다."

▶늘 앞서가는 분야에 도전하는 것 같다.

"정수기 렌털 서비스부터 유전자 분석 기반 맞춤형 화장품까지, 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왔다고 자부한다. 이미 남들이 하는 시장은 레드오션이다. 먼저 미래를 읽고 시장을 개척한 사람만이 리드할 수 있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그러려면 새로운 상품, 새로운 물질,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야 하고 자연스럽게 새로운 제도가 만들어지게 된다. 스티브 잡스의 스마트폰을 생각하면 쉽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많은 분이 깨우쳤으면 좋겠다."

▶'영업의 전설'이라는 별칭도 갖고 있는데.

"교사로 일했는데 봉급이 너무 적어 장남 노릇을 할 수가 없었다. 영업을 해야 세상에서 성공하는 데 빠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1983년 웅진출판에 입사하며 세일즈맨의 길을 걷기 시작해 보통 3, 4년 걸리는 실적을 불과 10개월 만에 달성하는 등 책 ·식품·화장품·정수기 등을 무서운 속도로 판매해 당시 영업기록을 다시 썼다."

▶영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의 필요를 만족시켜주는 것이다. 그 만족은 회사의 수익이 되어 반드시 돌아온다. 영업의 기본은 사람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실패한 경험은.

"2001년 내 영문명 이니셜을 따서 정수기 렌털회사 JM글로벌을 창업했다. 출발은 좋았으나, 자금운용에 문제가 생겨 1년여 만에 부도를 맞았다. 당시 직원들 인건비와 세금을 다 정산하고 나니 완전히 빈털터리가 됐다. 가족들의 사랑으로 다시 힘을 얻었다."

▶앞으로의 계획은.

"그동안 저는 남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스스로 창직이나 창업을 많이 했다. 창업하고 창직은 다르다. 창업은 업이 있는 걸 리노베이션 하는 것이고, 있는 것을 새롭게 혁신하는 거다. 창직은 없던 직업을 만드는 거다. 그래서 제가 지금 두 가지를 만들어 이름을 만들었다. 하나는 '원 픽'이다. 원 픽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을 '픽' 하는 것이다. 원 픽을 2018년에 상호 상표 등록도 해놨다. '원 픽 플랫폼'을 조만간 론칭해서 많은 사람이 좋은 구독경제 서비스를 받고, 돈도 벌게 하고 싶다. 다른 하나는 새로운 직업 '원 큐'를 성공시키겠다. '원 큐'는 넘버원의 큐레이션이라는 의미이다. 지금은 하도 선택할 게 많아서 고르기가 어렵다. 일반인들도 전문가의 손길을 필요로 하고 있다." 논설위원 yrlee@yeongnam.com

◆두진문 회장=△1959년 출생 △서울대 최고경영자 과정 수료, 명예 경영학박사 △신생활그룹 총괄 부회장(2018), 한샘리빙클럽 사장(2004), 웅진코웨이 개발부문 사장(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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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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