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천한봉 추모전

  •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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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5-13   |  발행일 2022-05-13 제23면   |  수정 2022-05-13 07:07

지난 8일 끝난 문경찻사발축제에서 많은 사람의 발길이 머문 곳은 지난해 작고한 '故 도천 천한봉 선생 추모전'이었다. 추모전에는 그의 일생이 사진과 영상, 작품을 통해 선보였다. 14세 어린 나이에 도예에 입문한 도천은 작년까지 76년의 세월을 흙으로 그릇을 만드는 한 길을 걸어왔다. 2019년 일대기를 담은 영화 '불숨'이 만들어질 만큼 본받을 만한 외길 인생이었다.

이번 기획전시장 바로 옆에는 전국 도예가 200명의 찻사발도 함께 전시됐다. 막사발로 불렸던 찻사발을 부흥시킨 사람이 도천인 까닭에 200명 작가도 그의 영향을 알게 모르게 받았을 것이어서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평생 도공이었던 도천이 사후에도 사랑과 존경을 받는 것은 한국의 전통 도예를 발전시킨 공로도 있지만 늘 겸손했던 인간성이 더 크다.

나이와 직책을 떠나 항상 먼저 몸을 낮춰 인사를 했던 도천은 도자 산업의 발전을 늘 걱정했다. 이름을 얻지 못해 단골이 없고 자신의 작품세계도 굳건하게 구축하지 못한 후배들을 보면 안타까워했다. 추모전에는 고인의 발자취를 알았던 사람도 많이 찾았지만, 처음 방문한 관광객도 그의 일생에 숙연해 했다. 이제는 추모전도 쉽게 열리지 않을 것이어서 선생의 숨결을 느끼려면 그가 생전에 그릇을 구웠던 전통 가마가 있고 딸이 운영하는 도천도자미술관이 있는 요장을 찾아가야 한다. 찻사발 축제를 출범시킨 것도 도천이기에, 올해 축제를 둘러보면서 새삼 그의 자취가 그립게 다가왔다.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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