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7월3일은 '일회용 비닐봉투 없는 날'…대구 대형마트·시장은?

  • 서민지,조현희,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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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7-06  |  수정 2022-07-04 08:22  |  발행일 2022-07-06 제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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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시민들이 구매한 물건을 비닐봉투에 담은 채 쇼핑을 하가고 있다. 조현희 수습기자

7월3일은 '일회용 비닐봉투 없는 날'(Plastic Bag Free Day)이다. 하지만 이날 대구의 전통시장들은 일회용 비닐봉투의 영향력을 떨쳐내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 10시쯤 대구 북구 칠성시장. 한 횡단보도에서 보행신호를 기다리던 시민들은 검은색 비닐봉투를 손에 제각각 들고 있었다. 수산물을 구매한 A(여·66)씨는 "물이 뚝뚝 흐르고 비린내가 많이 나는데 종이나 천 가방을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비닐봉투가 값싸고 성능이 좋기 때문에 그만큼 많이 쓰이는 것 같다"며 "환경을 생각한다지만 포장재 하나하나가 다 비닐이고 플라스틱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오후 1시쯤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도 비닐봉투를 들고 길을 걷는 소비자 다수를 볼 수 있었다. 한 사람당 한 장의 비닐봉투는 기본이었고, 많게는 3~4개까지 들고 가는 시민도 있었다.

시장 점포들은 각양각색의 비닐봉투 묶음을 꺼내기 쉬운 곳에 매달아 놓고 있었다. 일회용 비닐봉투는 손에 닿을 거리에 위치해 상인들은 손님이 물건을 사러 오면 즉시 비닐봉투부터 꺼냈다.

자원순환연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통시장의 연간 비닐봉투 사용량은 약 50억 장으로 추정된다. 1인당 1회 소비 시 비닐봉지 사용량 또한 1.98장으로, 슈퍼마켓(0.62장)보다 3배 많은 수치다. 편리하고 값싼 비닐 봉투는 시장에서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된 셈이다.

환경부의 일회용품 사용 규제 정책이 아직 전통시장 내 점포까지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 원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정부는 2019년 4월부터 전국 대형마트(3천㎡ 이상)나 165㎡ 이상 크기의 슈퍼마켓에서 일회용 비닐봉투 무상제공을 전면 금지했다. 이어 올해 11월24일부터 편의점·중소형마트·제과점에서도 비닐봉지 제공 및 사용이 금지되지만, 전통시장 내 점포는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에 칠성시장 상인 정모(여·56)씨는 "전통시장까지 규제하면 장사하기 힘들지 않겠나. 소상공인들이 대기업처럼 친환경 비닐봉투를 만들어낼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물건이 워낙 다양하고, 수산물이나 냄새가 나는 것들은 비닐봉투가 아니면 집에 가져가기 힘들 텐데, 그런 것도 모두 규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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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대구 북구 칠성시장의 한 상점에 일회용 비닐봉투 묶음이 여러군데 걸려있다. 이동현 수습기자

환경과 손님 요구 사이에서 애로사항을 토로하는 상인도 있었다.
서문시장 상인 박모(여·57)씨는 "비닐봉지를 제공하지 않으려 해도 '다른 곳은 주는데 왜 여긴 주지 않느냐'와 같은 불만이 돌아오기에 영업을 이어가려면 어쩔 수 없이 비닐봉지를 사용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상인 정모(40)씨도 "친환경적 방식으로 가게를 운영하고 싶지만 금전적인 부담과 비닐봉지 사용의 일상화로 쉽지 않다"며 "지자체에서 전통시장에 종이봉투를 제공해주는 정책을 도입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칠성시장 상인 이모(64 ·대구 동구) 씨는 "최근에는 시장에도 장바구니를 이용하는 분들이 많아졌다. 비닐봉투가 너무 많이 사용되다 보니 상인들도 환경을 생각해서 썼던 비닐을 재사용한다든지, 고객들에게 재사용을 물어보기도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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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북구의 한 대형마트에 내걸린 '지구의 내일을 우리가 함께' 문구. 이동현 수습기자

한편 이날 대형마트 풍경은 전통시장과 사뭇 달랐다. 장바구니 사용 정책이 현장에 정착되어 가고 있는 모습이었다.
오전 10시쯤 경산의 한 대형마트에서는 소비자 대부분이 구입한 상품을 미리 준비한 장바구니에 담고 있었다. 오후 1시쯤 찾은 대구 북구의 한 대형마트 계산대 벽에는 친환경 캠페인 현수막이 걸려있었고, 자율계산대 옆에는 재사용할 수 있는 장바구니가 함께 비치돼 있었다. 계산을 마치고 나온 시민들의 손에는 대형마트의 노란색 '환급형 장바구니'가 많이 보였다.

마찬가지로 슈퍼마켓에서도 장바구니를 이용해 쇼핑하는 소비자들을 볼 수 있었다. 경산의 한 슈퍼마켓 상인 김모(여·51)씨는 "환경 문제에 대한 심각성이 대두된 이후 연령대와 관계없이 남녀노소 장바구니를 들고 가게에 방문하는 경우가 증가했다"며 "가게에서도 일회용 비닐봉지 대신 종량제 봉투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이동현 수습기자 shineast@yeongnam.com
조현희 수습기자 hyunh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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