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완 칼럼] 누가 윤 정부의 X맨인가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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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29   |  발행일 2022-09-29 제22면   |  수정 2022-09-29 06:56
정치권 지각 흔든 '이 ××들'
대통령실 방어기제는 빈곤
일부 의원 지록위마 억지
성과 집착 외교라인 헛발질
홍준표 해법이 차라리 명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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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뜬금없는 '이 ××들' 한 마디가 지각을 흔들었다. 정치권은 블랙홀에 빠졌고 언론도 이 비속어로 도배했다. 외신은 '××들'을 어떻게 번역했을까. 블룸버그와 워싱턴 포스트는 'idiots'를 썼다. 원어보다 다소 강도가 낮고 뉘앙스가 살짝 다르다. AFP와 CNN은 'these fxxxers'로 표현했다. '이 ××들'보다 더 원색적이다. 진짜 욕설 '×××'이 이에 해당한다.

야당이 '빈손 순방'과 '비속어 사용'을 세트로 묶어 공세의 고삐를 죄자 대통령실과 여당이 방어전선을 구축했다. 한데 주군의 실책을 윤색하려는 성심은 가상하나 도무지 방어기제가 작동하지 않는다. 화만 키우는 형국이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국회에서 이 ××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는 원문을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으로 수정했다. 수정문에선 '바이든'이란 주어가 사라지고 '쪽팔린다'는 술어만 남는다. 누구 '쪽'이냐는 의문이 생긴다. 쪽은 얼굴의 속어다. 정리하면 "국회에서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 (내가)(한국이) 쪽팔려서 어떡하나"가 된다. 음성 분석가까지 동원했지만 진실게임은 오리무중이다. 김 수석의 방어전략은 너무 굼떴다. 처음엔 "사적 발언"이라고 해명했다가 10시간이 지나서야 내용을 수정했다. 이미 온 세상에 원문대로 알려진 뒤였다. 무능하다고 할 수밖에.

일부 국민의힘 의원은 한술 더 뜬다. "이 ××들"이 아니라 "이 사람들"이라고 우긴다. 김은혜 수석이 "이 ××들"이라고 확인했는데도. 국민을 얼마나 낮잡아 봤으면 이따위 우격다짐을 벌일까. 김학의 동영상을 판별 불가로 판단한 검찰의 심정이 이랬을까. 아니 지록위마(指鹿爲馬)의 장본인 진나라 조고의 언행에 더 부합한다. 충정은 눈물겨우나 도를 넘으면 되레 주군에 누를 끼친다. 이들이야말로 윤석열 정부의 진정한 X맨이 아닐까 싶다. 차라리 홍준표 대구시장이 제시한 해법이 명쾌하다. "거짓이 거짓을 낳는다. 정면 돌파하라. 잘못을 인정하고 수습하라."

'외교 참사'라는 비판도 인정해야 한다. 한미 48초 환담과 한일 30분 약식회담이 우리의 빈곤한 외교력을 웅변한다. 기시다 총리를 찾아가 애걸복걸하다시피 회담을 해야 할 이유가 뭔가. 그 순간 한일은 갑을 관계가 되고 만다. 정상회담 한 번으로 한일 간 난맥이 해소되고 새 장이 열리진 않는다. 성과에 집착하면 나쁜 그림만 남는다.

섣부른 정상회담 발표는 아마추어리즘의 극치였다. 김태효 대통령실 안보실 1차장은 지난 15일 "미국과 일본이 흔쾌히 정상회담에 응했다"고 밝혔다. 양국 공동발표 관례를 깼다. 일본이 한일정상회담을 꺼리는 배경을 간파하고나 있는지 의문이다. 기시다 총리의 지지율이 30% 언저리까지 떨어져 보수층의 표심을 잃을까 노심초사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일방적 발표라니. 기시다 총리가 격앙했다는 후문이다.

바이든과는 기껏 48초 동안 환담해놓고는 '플랜 B'를 가동했다고 호들갑이다. 리셉션에서 두 번의 만남은 인사치레 정도였다. 통역 있는 48초는 사실상 24초다. 바이든 12초, 윤 대통령 12초다. 그 짧은 시간에 인플레 감축법 우려를 전하고 금융 안정화 협력, 대북 확장 억제까지 협의를 했다고? 외교 프로토콜의 혼돈이다. 물빛 모르는 외교라인 역시 윤 정부의 X맨으로 손색이 없다.

참모들이 부실하다고 윤 대통령의 책임이 면제되는 건 아니다. 어쩌면 가장 강력한 X맨은 대통령 본인일지 모른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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