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하나 서울토박이가 경북 상주서 양조장 차렸다

  •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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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04 17:07  |  수정 2022-10-05 08:19  |  발행일 2022-10-05 제3면
상주주조 이승철 대표 "상주는 내꿈을 실현시켜 주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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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주조 이승철 대표가 바에서 자신이 만든 전통주 너드펀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경북 상주는 쌀·포도·사과·복숭아 등 술의 재료로 활용할 수 있는 질 좋은 농산물이 많이 나는 곳입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는 조건이 아주 좋은 곳이지요."


상주 시내에서 농업회사법인 '상주주조'를 운영하고 있는 이승철 대표. 그의 나이는 이제 겨우 서른 하나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가 서울서 나고 자란 서울토박이라는 점이다. 서울토박이 청년과 시골 상주, 그리고 술…. 언뜻 상상하기 쉽지 않은 조합이지만 그의 답변은 명쾌했다. 상주가 젊은이에게 좋은 기회를 주고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에 이보다 좋은 곳은 없다는 것.


그는 "상주는 우리 같은 젊은이들이 원하는 일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곳"이라며 "일찍부터 술에 관심이 많았는데 청년들이 주변에서 쉽게 마실 수 있는 것은 소주하고 맥주뿐이더라. 좀 더 다양한 술을 만들면 여러 사람이 각자 취향에 맞는 술을 마실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직접 술을 만들게 됐다"고 사업에 뛰어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청년들이 지역(비수도권을 의미하는 듯)에서 일을 하려면 농촌도시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고 지역 특성을 제대로 인식하는 게 무엇보다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술 제조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이유만으로 대학 전공도 화학을 선택했다는 그는 졸업 후 서울에서 다른 일에 종사하면서도 양조업을 할 수 있는 길을 계속 찾았다. 그러던 중 상주시에서 '청년창업 지역정착 지원사업'을 한다는 정보를 얻었다. 상주시의 청년창업지원 프로그램에 참가한 그는 지난해부터 양조업 창업을 준비해 최근 상주소방서 인근에 양조공장까지 설립하게 된다. 규모는 작지만 발효를 의도대로 컨트롤할 수 있는 시설과 시험 설비를 갖춰 놓았다.


상주주조라는 이름은 상주의 대표 양조장이었던 '상주주조 주식회사(1928~1985)'에서 따왔다. 역사성을 이어받아 한국의 대표 양조장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가 담긴 브랜드다. 여기에선 상주에서 나는 찹쌀과 누룩으로 막걸리를 만든다. 상주주조가 만드는 찹쌀 막걸리의 이름은 '너디 펀치(Nerdy Punch)'다. '나다운 삶을 꿈꾸는 술 덕후들을 지지하고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 만들었단다. 너디펀치의 맛은 디저트 요거트처럼 새콤달콤해 여성 취향이다. 마신 후에 냄새가 나지 않고 두통이 없으며 숙취도 잘 못 느낀다는 게 이 대표의 말이다.


공장 2층은 너디펀치뿐 아니라 각종 전통주와 칵테일을 시음할 수 있는 바(Bar)로 꾸며 놓아 벌써부터 상주지역 젊은이의 명소가 됐다. 이 대표는 "대구에서 너디펀치를 시판하겠다는 제안이 들어오고 있다"며 "전통주의 새로운 문화를 전국에 보급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이하수기자 songa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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