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 반도체·방위산업 두 마리 토끼 잡는다

  • 조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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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27  |  수정 2022-10-26 17:25  |  발행일 2022-10-27 제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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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9월 24일에 열린 KEC 창립 15주년 기념 및 반도체 3공장 가동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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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4월2일 박정희 대통령이 구미산단에 첫 입주한 한국도시바(현 KEC)를 방문해 생산현장 근로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KE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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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8월 17일에 열린 대한반도체 구미공장 기공식. <구미시 제공>
실트론
구미에 본사를 둔 SK실트론의 300mm 실리콘 웨이퍼 제조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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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바라본 구미국가산업단지. 낙동강을 중심으로 오른쪽에는 1단지, 왼쪽에는 2단지가 조성돼 있다. <구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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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넥스원 구미하우스 생산시설에서 '대포병 탐지 레이더Ⅱ'를 양산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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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넥스원 구미하우스 생산시설에서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천궁Ⅰ'을 양산하고 있는 모습.
경북 구미시가 '반도체 소재·부품·설계 특화단지'와 '방산혁신클러스터'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섰다. 내륙 최대 산업도시인 구미는 지난 50여년간 국가 경제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대기업의 수도권 이전 등으로 어려워진 구미는 반도체와 방위산업을 통해 경제 위기를 타개하려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도체·방위산업의 역사, 구미
1969년에 구미산단 1호 기업으로 입주한 반도체 전문기업 KEC는 한국 반도체 산업과 역사를 같이해 왔다. KEC의 전신은 한국도시바다. 창업주 고(故) 곽태석 회장이 일본에서 돈을 번 후 고향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 구미에 설립했다. 1970년 4월 2일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사업장을 깜짝 방문해 곽 회장으로부터 현황을 청취하고 수출 공헌에 대해 격려했다.

KEC는 설립 초기만 해도 단순 하청의 기능만 했을 뿐 기술 이전을 받지 못했다. 때문에 직원들이 일본 현지까지 건너가 어렵게 정보를 수집한 후 국내에서 수많은 실험을 거쳐 기술 재현에 성공했다.

50년 넘게 반도체 기술 국산화에 매진해온 KEC는 현재 전력반도체를 설계·생산할 수 있는 비메모리 종합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했다. 기술력과 제조경쟁력까지 갖춰 현대차·GM·테슬라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200억원을 투자해 반도체 생산라인을 고도화했다.

1983년 구미에 둥지를 튼 원익큐엔씨는 40년간 쿼츠(반도체 웨이퍼를 보호하는 핵심부품) 등 반도체 부품을 생산했다. 현재 전세계 쿼츠 시장의 25%를 차지해 글로벌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밖에 SK실트론·매그나칩반도체 등도 구미에서 수십년간 반도체 사업을 하고 있다. 인수·합병 등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진 삼성반도체통신·대한반도체·현대반도체 같은 반도체 기업도 많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구미에는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고, 지금도 수많은 기업이 반도체 사업을 하고 있다. 한마디로 구미는 반도체 도시다. 이 강점을 살리면 반도체특화단지를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미는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초석도 다졌다. LIG넥스원의 모태로 1976년 구미산단에 설립된 금성정밀공업(금성사의 자회사)은 토종 첨단무기 방위산업체의 효시다. 당시 금성정밀공업은 국가의 요청에 따라 첨단무기체계 국산화에 앞장서며 국가안보의 일익을 담당했다. 1977년 호크·나이키 미사일 창정비(정비 개념 중 최상위의 정비 단계) 업무를 개시했고, 군용레이더도 생산했다.

국내 대표 방산기업으로 구미에 본사를 둔 한화시스템은 1978년 설립된 삼성항공이 모태다. 삼성항공은 1991년 삼성전자 특수사업부로 명칭을 바꾼 후 2000년 프랑스 탈레스 그룹과 합작해 삼성탈레스로 출범했다. 이후 2014년 '삼성·한화 빅딜'로 한화가 삼성탈레스를 인수했고 현재 한화시스템으로 활발히 사업하고 있다.

올해 초 LIG넥스원·한화시스템·한화디펜스는 중거리 지대공미사일(천궁-Ⅱ)의 아랍에미리트 수출(4조1천여억원 규모)을 확정지었다. 단일 유도무기 수출로는 국내 방위산업 사상 최대 규모다. 한화시스템(2천억원)과 LIG넥스원(1천100억원)은 얼마 전 구미에 대규모 투자도 발표했다.

◆반도체+방위산업, 시너지 효과 극대화
"반도체와 방위산업은 뗄레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LIG넥스원 구미하우스에서 PGM생산본부장을 맡고 있는 권종화 전무는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학회 메인 주제로 논할 만큼 방위산업에 있어 반도체는 메인 컨트롤 핵심 부품이다. 특히 미사일의 탐지·추적·유도·타격 등의 알고리즘을 구현하는 데 필수"라고 말했다.

한국국방기술학회가 다음 달 3일 서울 SETEC에서 '국방 반도체, 첨단과학기술軍(군)의 미래를 준비하다'라는 주제로 추계학술대회를 열 정도로 국방반도체 통합전략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권 전무는 "구미에는 반도체와 방위산업의 기반이 되는 전기전자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기 때문에 두 사업을 모두 유치할 경우 생기는 시너지 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구미산단은 통신장비·전자부품(1단지)부터 반도체·IT부품(2단지), 모바일·디스플레이(3단지), 5G·기초소재(4단지), 부품소재·배터리(5단지) 등이 주요 생산품으로, 반도체 및 방위산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구미산단은 지난해 전국 국가산단 전기전자 업종 중 생산 1위(23조1천783억원), 수출 1위(162억9천만달러), 고용 1위(4만3천297명)를 차지했다. 최근 반도체·방위산업 대기업의 투자도 잇따르고 있다.

조영열 구미시 신성장산업과장은 "구미는 오랜 기간 대기업, 수많은 중소기업과 함께 발전해 왔기 때문에 반도체와 방위산업에 필요한 첨단 전자부품 제조역량은 전국 최고 수준이다. 여기에 반도체 특화단지와 방산혁신클러스터 유치로 R&D(연구개발) 역량이 강화되면 지역 경제 활성화로 제2의 도약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명분과 당위성, 최적의 입지조건
두 사업 유치와 관련, 구미시의 당위성과 명분은 차고도 넘친다. 구미는 지난 30여년간 기초지자체 수출 1위를 기록하며 한국경제를 든든히 뒷받침했다. 하지만 2010년 충남 아산에 추월당하면서 현재 7위로 하락하는 등 수출도시 위상이 떨어졌다. 이에 구미시는 현 정부의 핵심정책인 반도체와 방위산업 육성을 돌파구로 택했다.

차세대 반도체 특화단지 지정에 따른 K-반도체 벨트 영남권 확장은 수도권 편중 현상과 대기업의 수도권 이전 등으로 위기를 겪는 구미와 대구·경북의 신성장 동력이다. 윤재호 구미상공회의소 회장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조화로운 균형 발전은 국가 생존을 위해 정부가 최우선으로 추진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구미는 사업 유치를 위한 최적의 입지 조건도 갖췄다. 금오공대가 구미 1~5단지 산업체 리스트를 기준으로 추산한 반도체 관련 업체 수는 △장비 관련 366개사 △소재·부품·환경유지 관련 217개사 등 반도체 업종으로 전환 가능한 업체는 800여곳에 달했다. 방위산업 분야의 방산중소벤처기업도 구미 130개사를 포함해 대구경북에 총 237개사가 있다. 국내 유도무기·탄약과 감시정찰·통신 분야 최대 생산거점도 바로 구미다.

구미는 차별성과 확장성면에서도 강점을 가진다. 부산·대전 등 경쟁지역과는 달리 구미는 대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잇따르고 초순수·공업용수·전력·토지 조성이 완비돼 국정 성과 도출이 단기간에 가능하다. 이밖에 △국토 중앙에 위치하고 △20분 거리에 국제공항이 계획돼 있고 △마이스터고 및 국립대를 통해 반도체 인력 양성이 가능한 점도 경쟁력으로 꼽힌다.

 

조규덕기자 kd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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