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 화재 '악조건' 겹쳐 피해 키운 정황·의혹 잇따라

  • 노진실,서민지,윤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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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26 13:05  |  수정 2022-10-27 08:20  |  발행일 2022-10-26
화재 직접적 원인과 함께 초기 급속 확산 원인에도 의문 제기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 화재 악조건 겹쳐 피해 키운 정황·의혹 잇따라
26일 오전 대구 북구 매천시장에서 지난 밤 발생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는 합동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지난 25일 발생한 대구 농수산물 도매시장 화재와 관련, 화재 발생 당시 여러 '악조건'이 겹치며 피해를 키웠다는 의혹과 정황이 속속 나오고 있다.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과는 별개로 당시 순식간에 불이 퍼져 광범위한 피해로 이어진 원인에 대한 분석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샌드위치 패널', 화재 키웠나


우선 이번 화재와 관련해 '샌드위치 패널 구조'가 급격한 연소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영남일보 10월25일 온라인·26일자 1면 보도)이 제기됐다. 샌드위치 패널의 경우, 그 특성상 화재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오랫동안 받아왔다.

화재 발생 초반 대구소방안전본부는 "이번 화재는 샌드위치 패널 구조의 외벽 및 구조물을 타고 연소가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소방 브리핑에 따르면, 소방대가 현장에 도착하였을 때는 화재가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불길이 너무 퍼져 화재 초기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실제 화재 당시 시장에서는 큰 규모의 불길과 연기가 시커먼 하늘로 치솟고 있었다. 연기의 색은 마치 유독성 가스를 내뿜는 것처럼 검고 탁했다.

이 같은 정황을 종합해볼 때, 샌드위치 패널이 화재 확산에 영향을 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과 추측이 소방당국 등에서 제기된 것이다.  

 

◆'스프링클러' 작동했나


일각에서는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대구 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 만난 일부 상인은 영남일보 취재진에게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도 제대로 작동 안 됐다"고 주장했다.

다만, 소방 관계자는 "스프링클러는 일부 설치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화재 당시) 작동했는지 여부는 확인해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스프링클러는 일정 공간에는 효과가 있지만, 광범위한 공간에는 효과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 화재 악조건 겹쳐 피해 키운 정황·의혹 잇따라
25일 밤 대구 북구 매천시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진화에 힘쓰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밤 화재' 다행인지 불행인지


일각에서는 화재가 늦은 시간에 발생한 것이 한편으로는 다행, 또 한편으로는 불행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점포 대부분이 영업을 마친 시간대에 화재가 발생해 상인·손님 등의 인명피해는 최소화할 수 있었지만, 시장 안이 비어있던 탓에 초기 대응도 그만큼 늦을 수 밖에 없었다는 것. 결과적으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재산피해는 커질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날씨' 마저도 악조건으로 작용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번 불은 시장 A동 기준 동편에서 발화해 강한 바람을 타고 서편으로 넘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화재 원인을 두고서는 곳곳에서 여러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일부 건물 안에 작업용 페인트와 시너 등이 있었다는 주장 △발화 지점은 지붕이라는 주장 △전기 누전 등의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 △자연 발화라는 주장 △바닥 에폭시 작업과 관련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 등 여러 주장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다 과거 화재 발생 장소에 대한 소방점검에서 '가스가 좀 새고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 것으로 알려져, 가스와의 연관성 여부에 대해서도 일부 의심이 제기된다.

당국은 현장감식 등을 통해 원인 조사에 나섰다.

경찰 한 관계자는 "아직 화재 원인을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으며 자연발화와 실화, 방화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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