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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대구 북구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한 상인이 지난 밤 화재로 잿더미가 된 상가를 바라보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
26일 오전 9시쯤 전날 화재가 발생한 대구 북구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은 입구부터 매캐한 탄 냄새가 풍겨 나왔다. 시장 내부 벽은 그을음이 져 있었고 불에 탄 천장의 천막이 거리에 굴러 다녔다. 몽땅 불에 탄 집기 등이 여기저기 내 버려진 가운데, 까맣게 변한 감 무더기가 한 편에 자리 잡고 있었다. 화염으로 녹아버린 지게차나 냉장고도 보였다.
불이 난 '농산 A동'으로 향하자 답답한 표정을 짓고 있는 상인들의 모습이 보였다.
이 곳에서 30년째 장사를 하고 있는 오모(70)씨는 "오후 3시30분만 되면 퇴근한다. 어제도 집에 있었는데 오후 8시쯤 연락을 봤고 와보니 이미 다 탄 상태였다"며 "지게차, 냉장고, 과일 등 어림잡아 손실은 최소 2억원이다. 올해 겨울은 뭘 해 먹고 살아야 할지, 보상보다도 다시 장사할 수 있도록 빨리 복구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상인 한모씨는 "가게가 전소돼 과일은 물론 상품권 1천500만원 가량, 냉장고, 에어컨 등이 모두 소실됐다"고 허탈해 했다. 거래처 장부 등이 모조리 타버렸다며 막막한 심정을 표출하거나, 답답한 마음에 눈물짓는 이들도 이곳저곳에서 목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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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대구 북구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 일부가 지난 밤 발생한 화재로 잿더미로 변해 있다. 윤관식 yks@yeongnam.com |
김모(65)씨는 "발화가 시작된 C청과에서 바닥 공사를 시작한 지 며칠 됐는데, 광을 내는 시너와 약품을 뿌렸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C청과 관계자는 "바닥 청소를 한 상태였고 시너 같은 건 뿌리지 않았다. CCTV 확인 결과 천장에서 발화가 됐다고 하는데, 누전이 문제가 아닌가 싶다"고 했다.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은 2013년 8월29일에도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났다. 당시 A동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해 지상 2층, 지하 1층 규모 건물 대부분이 타면서 소방 추산 10억여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한편 상인 일부는 이번 화재로 놓고 상인 간 오해 등은 없다고 강조했다. C청과 과일부 조합장은 "서로 간 원망은 없다"며 "피해를 입은 사람도, 지켜보는 동료도 마음이 아프고 안타까운 상황이다. 장사는 치열하게 하지만, 동료애는 각별하다. 가족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사이다"고 말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이자인기자 jain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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