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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갑균 대구오페라하우스 예술감독이 제19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폐막작 '심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
지난 10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만난 정갑균 대구오페라하우스 예술감독은 제19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폐막작 '심청'(18~19일)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심청'은 경남 통영 출신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의 작품으로, 1972년 독일 뮌헨 올림픽 문화축전을 위해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총감독 귄터 레너르트가 윤이상에 위촉했다. 독일어로 된 작품으로 한국에선 1999년 예술의 전당에서 초연했고, 20여 년 만에 대구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오른다.
"세계 유수 오페라 축제를 보면 그들은 모차르트, 바그너와 같은 작곡가의 유산을 갖고 있습니다. 대구국제오페라축제도 우리만의 정체성을 확립할 때가 왔습니다. 대구가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라는 점에서 창의적 개념의 오페라를 전 세계에 소개할 수 있어야 하는데, 한국적이면서 현대적인 '심청'이 적합하다고 봤습니다."
"세계적 작곡가 윤이상 작품 '심청'
설화 일부 각색, 동양 사상 잘 녹여
대구오페라하우스 브랜드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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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폐막작 '심청'의 연습 장면. <대구오페라하우스 제공> |
정 감독은 "작품에서 심청은 하늘의 선녀로 설정되어 있는데, 이 세상에 빛을 위해 내려오고 용궁에서 다시 환생한다. 심 봉사도 철저한 자기반성의 고백 후에 비로소 눈을 뜬다. 이 작품에는 '효(孝)'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의 가치를 재조명해주는 그런 메시지까지 확장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작품 준비는 1년여 전부터 시작됐다. 독일에 있는 윤이상 재단, 작품 관련 판권을 가진 출판사들과 각종 자료를 공유했다. 5개월 전부터는 매월 2차례 정기적으로 음악 연습을 진행했다. 공연 2개월 전부터는 매일 음악 연습을 했고, 5주 전부터는 연기를 더 해 연습하고 있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심청' 국내 초연 당시 산파 역할을 했고, 윤이상의 마지막 제자로 알려진 김승근 서울대 교수와 많은 회의를 했습니다. 독일의 출판사와 윤이상재단에는 1972년 공연 음원을 요청했는데, 처음에 없다고 하다가 나중에는 있긴 한데 줄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작품을 잘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설득했고, 외부에 유출하지 않는 조건으로 저희에게 보내줬습니다."
'심청'은 음악이 난해해 무대에 올리기 쉽지 않다. 정 감독은 '심청'의 음악에 대해 "쇤베르크, 바그너의 음악보다 더 급진적이고 현대적"이라고 했다. 이번 공연을 위해 내로라하는 국내 성악가들을 접촉했지만, 처음에는 승낙했다가 나중에 악보를 보고 거절한 이들이 상당수였다. 주요 배역인 심청 역에는 소프라노 김정아·윤정난, 심봉사 역에는 바리톤 제상철, 베이스바리톤 김병길이 캐스팅됐다. 지휘는 국내 초연 당시 지휘했던 최승한 지휘자가 맡았다.
"음악 난해…무대 올리기 쉽지 않아
영상 활용 다채로운 공연으로 구성
해외활동 대비해 이동식 세트 제작"
"윤이상이 자신의 자서전에 '나의 심청은 한국 오페라 그리고 한국 음악'이라고 했는데요. 음악을 들어보면 우리 악기 특성이 서양 악기에 들어가 있습니다. 피리나 대금의 느낌을 플루트로, 아쟁의 소리를 첼로로 표현하는 식입니다. 창법은 판소리를 기반으로 하는데, 마치 시조창을 듣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연출과 무대 디자인을 맡은 정 감독은 윤이상의 음악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현대적인 이미지로 무대를 구성했다. 또한 영상을 활용해 다채롭게 무대를 구현해낼 예정이다. 무대 세트는 해외 공연에 대비해 컨테이너로 이송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심청'은 2024년에는 불가리아 소피아국립극장, 헝가리 에르켈국립극장, 이탈리아 볼로냐시립극장, 2026년에는 독일만하임국립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르게 된다.
"피카소의 작품을 관람하는 느낌으로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현대음악의 어떤 전형을 느껴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유럽에선 윤이상을 높게 평가했는데 그의 음악에는 현재도 있지만, 미래를 열 수 있는 동력이 있습니다. 기존 고전적인 음악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의 음악을 감상한다는 느낌으로 보시면 더 편하실 겁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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