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성·이중섭미술상 수상자 안창홍 '미완의 리허설'展

  •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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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05  |  수정 2022-12-04 15:14  |  발행일 2022-12-05 제21면
우손갤러리 23일까지 연장
반세기 화업 돌아보는 작은 회고전
안창홍
우손갤러리에서 열리는 안창홍 '미완의 리허설' 전시 모습. 왼쪽부터 안창홍의 '화가의 심장', '화가의 심장 2', '폭풍이 지나간 후'. <우손갤러리 제공>

갤러리 1층에 들어서면 캔버스에 강렬한 붉은 색의 식물인 '아마란스'가 담긴 대형 작품이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는다.

작가의 동네 어귀 넓은 땅에 심겨 있던 아마란스다. 작가는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아 무성하게 웃자란 잡초들과 치열한 생존의 혈투 중이었던 이 아마란스를 포착하고, 가을 태풍이 몰아친 후의 풍경을 눈과 카메라에 담아 화폭에 옮겼다. 작품명은 '폭풍이 지나간 후'로 두 개의 작품을 붙여 전시했다.

작가는 "폭풍우가 지나고 난 뒤, 엎어지고 자빠지고 뒤엉킨 아마란스 밭은 우리네 삶의 장이자 그냥 그대로 그림이었다"면서 "개인 소장가로부터 빌려와 전시하게 된 작품"이라고 했다.

안창홍의 개인전 '미완의 리허설(Unfinished Rehearsal)'展이 대구 봉산문화거리에 위치한 우손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1953년 밀양에서 태어난 안창홍은 정규 미술대학을 나오지 않고 독자적으로 화업 인생을 지속하면서 모험과 실험정신이 강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제10회 이인성 미술상(2009)과 제25회 이중섭 미술상 (2013)을 수상한 바 있다.

우손갤러리에서 여는 안창홍의 첫 개인전으로, 내년 3월에 열리는 '아트바젤 인 홍콩'에 참가하는 우손갤러리 부스에 안창홍의 작품을 다수 선보이기 이전에 여는 초대전이다.

전시는 안창홍의 초기작품부터 근작에 이르기까지 그의 화가 인생 50년의 궤적을 파노라마식으로 구성했다. 이에 작가의 전환기적 작품을 중심으로 작가의 사유적 변천사를 되돌아보는 작은 회고전 형식으로 꾸며졌다. 그의 회화, 드로잉, 부조, 입체조각, 오브제와 콜라주 등을 포괄한 총체적인 작품의 양상을 부감하듯이 만나볼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장동광 객원큐레이터는 "본격적인 회고전에 앞선 하나의 시놉시스(Synopsis)이자 영화의 트레일러(Trailer)와 같은 전시"라면서 "그의 작품세계를 관류하고 있는 변화무쌍한 주제 의식, 일탈적 시선, 인간 세태에 관한 통렬한 발언 등을 재조명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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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작품 '화가의 심장 2' 앞에 선 안창홍 작가.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1층 전시장에는 아마란스의 모습을 담은 '폭풍이 지나간 후'와 함께 △가시에 둘러 쌓인 인간의 붉은 심장을 재현해 창작의 고통을 가시화한 '화가의 심장' △화가로서의 고뇌와 숙명을 담은, 무게가 300㎏에 달하는 '화가의 손' △역사의 페이지에서 소외된 평범한 사람들의 얼굴을 담은 '얼굴들' 연작 등의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2층 전시장에는 고교 시절의 작품을 비롯해, △피카소나 프란시스 베이컨풍의 주제 의식을 연상시키는 청년기의 작품 △인도 등 해외에서 보고 경험한 풍경과 사유를 담은 드로잉 △설치와 회화·영상으로 선보이는 '유령패션' 연작 등이 전시돼 있다. 특히 '유령패션'은 '인간 이후'(1979) 작품이 담지하고 있었던 허구성의 미학을 채굴하듯이 캐내어 새롭게 구현한 작품이다.

작가는 "예술가들의 삶 자체가 자신만의 길, 길 없는 길을 찾아 모험하는 미완의 여정"이라면서 "사회의 밝은 면보다는 그 이면의 고통과 실존에 관심이 많다. 음습한 뒷골목, 사회문제, 치열한 전쟁 같은 현장 등을 향해 더듬이가 발달돼 있다. 결코 짧지 않는 반세기가 넘는 세월, 불통의 작가적 고집과 그렇게 생겨 먹은 작가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전시일 것"이라고 했다.

전시는 오는 23일까지로 연장돼 진행된다. 일요일은 휴관.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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