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중학교 자유학기제, 중1은 '꿈 탐색'·중3은 '꿈 키움'…성장과정 따라 자유학기 다르게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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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05 07:12  |  수정 2022-12-05 07:16  |  발행일 2022-12-05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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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곡중 자유학기제 수업 중 하나로 마련된 진로탐색활동에서 학생들이 특수분장사 체험을 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서울시립대 1학년 오승현(융합응용화학과)씨는 중학교 1학년이던 2015년 대구 범물중에서 자유학기제를 처음 경험했다. 당시는 대구 일부 중학교에만 자유학기제가 도입된 상황이었다. 그는 "시험이 없어 좋다"라는 정도로만 자유학기제를 이해했다. 그러다 자유학기제 프로그램 수요조사를 통해 여름방학 전에 주제선택활동을 결정했고, 코딩 수업을 신청했다. 초등학교 때까지 코딩 관련 수업을 받은 적이 없어 호기심에 한 선택이었다. 이후 고등학교에 진학해 코딩 수업을 들었을 때 중학교 때의 경험 덕분에 어려움 없이 수업에 참여할 수 있었고, 대학에서도 관련 강의를 듣고 배워나가고 있다. 그렇게 자유학기제를 통해 시작된 코딩과의 인연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오승현씨는 "자유학기제를 보내면서 내가 가진 장점과 취향을 알아보고 하나의 주제에 깊이 있게 다가갔던 경험은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전공계열에 따른 선택과목의 결정, 진학 경로의 설정 등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지금 자유학기제에 참여하는 학생이 스스로 학습에 참여하면서 배움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갓 졸업한 중학교 1학년 학생들
교육과정 적응위해 1학기 중간·기말 치르고
2학기엔 시험없이 동아리 활동 등 자유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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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중 학생들이 자유학기제 주제선택활동 중 하나로 책만들기 앱을 활용해 나만의 온라인 책을 만들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달라진 대구 중학교 자유학기제

중학교에서 이뤄지는 자유학기제는 조금씩 변화해 왔다. 교실 수업의 개선과 평가 방법에 대한 우려 등 중학교 교육활동에 대한 사회적 기대와 변화에 대한 요구를 동시에 받아 오면서 변화해 온 것. 그러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됐고, 2년 이상 장기화하면서 선택중심 교과 운영 및 학생 체험활동 위축으로 이어졌고, 자유학기제에 대한 변화를 바라는 목소리가 더 커졌다.

이에 대구시교육청은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중학교 1학년 때 자유학년제로 1년간 시행하는 것보다 아이들의 성장 과정에 따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중학교 1학년 학생에게는 중학교 교육활동에 대한 이해와 자기주도학습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과정 적응기 운영이 필요한 반면 고등학교 진로 결정 시기인 중학교 3학년 학생에게는 맞춤형 진로진학교육 및 정보 제공이 필요한 만큼 이를 제대로 실현해 낼 수 있도록 자유학기제 정책 효용성 검토에 들어갔다.

그 결과로 단순히 자유학기를 한 학기 줄이는 것이 아니라 대구형 자유학기제인 '꿈 탐색 자유학기, 꿈 키움 진로학기'를 내놓게 됐다. 자유학기제를 운영하면서 쌓은 경험과 성과 등을 바탕으로 현장에 있는 교사와 학생 등 교육공동체의 의견을 수렴해 가장 필요한 방식을 찾아낸 것이다.

이에 대구시교육청은 올해부터 대구지역 모든 중학교에서 대구형 자유학기제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중학교 1학년에서 두 학기에 걸쳐 운영되던 자유학년을 조정해 1학년 2학기에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길러 자신의 꿈을 탐색하는 자유학기를, 3학년 2학기에 고교 연계 학업 진로 탐색으로 꿈을 키우는 진로학기를 운영하고 있다.

2013년 처음 시작된 대구지역 중학교 자유학기제는 2018년 1학년 2학기 동안 이뤄지는 자유학년제로 전환됐다가 올해부터 이 같은 방식으로 변경된 것이다.

다시 말해 1학년 2개 학기 동안 이뤄지던 것을 아이들의 성장과 향후 진로 등의 상황변화를 고려해 1학년 때는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를 찾아내는 시간으로, 3학년 때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고등학교 진학은 물론 그다음 단계까지 고려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형태로 세분화한 셈이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에서 자유학기를 한 학기만 전면 시행하는 곳은 대구가 유일하다. 대부분의 시·도에서는 자유학년으로 운영되고 있고, 일부 시·도의 경우 한 학기 또는 두 학기를 학교의 희망에 따라 적용해 운영하고 있다.

3학년 대상 진로연계학기 전국 최초 도입
교과·창의적 체험활동 51시간 이상 확보
학교 특색에 맞게 진로프로그램 탄력 운영

◆1학년은 꿈 찾기, 3학년은 꿈 키우기

중학교 1학년 2학기에 이뤄지는 자유학기제의 핵심은 학교 수업을 통해 학생들의 꿈과 끼를 찾아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학교 교육과정 중 중간과 기말고사 등 시험을 치지 않는다. 각 수업시간에 진행되던 기존 수업 대신 진로 탐색과 본인 적성에 맞는 것을 찾을 수 있는 다양한 체험활동 위주로 운영된다. 예를 들어 음악 과목의 경우 음악이론이나 감상 등 기존 수업 대신 악기를 배우는 등의 형태로 학생들이 자신이 해보고 싶은 내용 등으로 수업이 진행되는 식이다. 기존의 경우 중학교 1학년 1, 2학기 모두 시험이 없는 상태로 1년을 보낸 탓에 중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중학교 시험을 치게 되면서 부담이 더 커지는 부작용 등이 없지 않았다.

이에 중학교 1학년 1학기는 중간, 기말고사를 치르면서 2학기 자유학기제를 준비하는 시간으로 보내고, 2학기에는 시험 부담 없이 자신의 꿈을 찾는 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동아리 활동, 예술과 체육활동, 주제선택 활동 등 다양한 주제와 형식으로 학생들은 자신의 꿈 찾기에 나서고, 학생부에는 성적 대신 학생의 꿈과 끼와 관련한 내용이 자세하게 기록된다. 중학교 3학년은 그렇게 접한 꿈을 조금 더 키우는 시기로 자유학기제를 운영한다.

대구시교육청은 지난달 초부터 전국 최초로 중학교 3학년 대상 진로연계학기(꿈 키움 진로학기)를 도입,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중학교 3학년 기말고사 이후는 사실상 교육 공백기 또는 학년 말 취약시기라는 불명예를 꼬리표처럼 달고 있었다. 하지만 이 시기는 고등학교 등 상급학교로의 진학을 앞둔 학교급 전환시기로 진로연계교육 및 고등학교 생활 적응을 위해 다양하고 내실 있는 교육활동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상황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던 것.

이에 교육과정 기반으로 교과와 창의적체험활동을 51시간 이상 확보, 운영하고 있다. 이 시기는 미니 고교학점제, 주제탐구형 진로체험 등 학생 맞춤형 진로프로그램을 학교의 특색에 맞게 다양하고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고교진학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해결할 기회로 활용하는 동시에 고교생활 적응력 등 상급 학교 진학을 앞둔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대구시교육청은 예상했다.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은 "올해부터 전격 시행된 대구형 자유학기제 '꿈 탐색 자유학기, 꿈 키움 진로학기'를 통해 미래를 살아갈 우리 학생들이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바탕으로 미래역량을 단단하게 길러나갈 수 있도록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와 교육청이 힘을 모아 적극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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