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각본 없는 드라마 '월드컵'

  • 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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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14  |  수정 2022-12-14 06:51  |  발행일 2022-12-14 제30면
포르투갈전서 일어난 기적

'손캡' 침투 패스-'황소' 마무리

팀워크 빛난 두뇌 플레이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 쾌거

"대~한민국! 짝짝~ 짝! 짝짝!"

[동대구로에서] 각본 없는 드라마 월드컵
진식 체육부장

누가 스포츠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했던가. 2022 카타르 월드컵은 관중을 웃기고 울리는 한편의 감동 드라마로 손색이 없다.

이번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 우루과이전부터 16강 브라질전까지 대한민국은 축구에 매료됐다.

절정은 단연 16강 진출 여부를 결정짓는 포르투갈전이다.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이끄는 포르투갈을 맞아 과연 한국이 이길 수 있을까. 사실 우리는 '반신반의'했다. 솔직히 포르투갈의 우세를 좀 더 점쳤다.

전반 5분 만에 한국이 먼저 점수를 줬을 땐 '역시 포르투갈은 강하네. 우리보다 한 수 위'라며 패배감에 휩싸였다. 전반 27분 김영권의 동점 골이 터졌을 때도 실낱같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을 뿐 포르투갈을 이기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런데 정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후반 90분을 다 소화하고 추가 시간 1분이 흐를 즈음일 게다. 1-1 무승부로 끝날 가능성이 짙었고, 이대로라면 한국은 조별리그 탈락이 확실시되던 때였다.

포르투갈의 코너킥 이후 흘러나온 공을 '캡틴' 손흥민이 잡아 단독 드리블로 상대 진영을 향해 내달렸고, 페널티 박스 주변에서 상대 수비수 3명이 에워쌌다. 순간 손흥민은 왼쪽에서 저돌적으로 침투하는 '황소(황희찬)'를 보고 수비수 가랑이 사이를 가르는 감각적인 '킬 패스'를 보냈다. 이를 받은 황소가 논스톱 오른발 슈팅으로 포르투갈의 골망을 갈랐다.

경기 막판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역전 극장골이었다. 우승 후보로도 꼽힌 포르투갈을 잡아내는 짜릿한 한 방이었다. 잘 짜인 드라마 각본과 같은 극적인 반전 상황이 현실에서 벌어진 것이다. 이래서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하는 것일까.

대한민국 축구사에서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고, 월드컵을 생각하면 언제나 1순위로 떠오를 명장면이라는 데 토를 다는 이는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손흥민의 번쩍이는 기치가 빛나는 골이었다. 자신이 슈팅할 줄 알고 수비수들이 몰려들자, 빈자리를 노려 황희찬에게 절묘한 패스를 건네 포르투갈의 수비진을 한 번에 무력화한 두뇌 플레이의 '극치'다.

손흥민에게 달리 '월드 클래스'라는 칭호가 붙은 게 아니다. 그는 진정 축구를 할 줄 아는 사나이였다. 아시다시피 축구는 11명이 뛰는 경기다. 제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선수라도 한 명이 '독불장군'처럼 나설 수 있는 종목이 아니다. 유기적인 협조, 즉 말하면 '팀워크'가 살아나야 빛을 낼 수 있다.

팀워크는 자신을 낮추고 남을 먼저 배려하는 마음에서부터 나온다. 손흥민이 수비수 3명에게 둘러싸인 상황에서 골 욕심에 직접 슈팅을 날렸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손흥민도 인간이기에 득점 욕심이 났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개인적인 기록보다 팀을 먼저 생각하고 득점 확률이 더 높은 패스를 선택했고, 결과는 한국의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낳았다.

요즘 같은 어려운 시기, 국민은 태극전사들 덕분에 잠시나마 시름을 잊고 행복했다. 고물가에다 고금리까지 월급 빼곤 다 올라 서민 가계 주름살이 늘어만 갔는데, 월드컵으로 재충전의 기회를 얻었다.

자랑스러운 태극전사들을 다시 한번 응원한다.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

진식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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