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는 대양 축소판…해양 생물·에너지원 풍부"

  • 홍석천
  • |
  • 입력 2022-12-27 06:57  |  수정 2022-12-27 08:07  |  발행일 2022-12-27 제3면
[연중기획-바다를 향하여. 15·〈끝〉] 해양 전문가 '동해의 미래' 좌담회

2022122501000792100031911
지난 19일 경북도 광역행정TF팀 사무실(대구 북구 산격동)에서 열린 영남일보 연중기획 '바다를 향하여' 좌담회에서 심재설(왼쪽부터)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연구소장, 김남일 경북도 환동해지역본부장, 홍석천 영남일보 기자가 '동해의 미래'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바야흐로 대구경북이 공항과 항만이라는 투포트(Two-Port) 시대를 맞고 있다. 대구에 편입된 군위에 들어서는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이 보다 빠른 하늘길을 기대하게 한다면, 포항 영일만항은 국제 크루즈터미널 항로 취항으로 보다 넓은 바닷길을 열어준다. 여기에다 동해남부선(포항~부산)과 동해중부선(포항~강원 삼척)은 답답했던 대구경북의 교통·물류 대동맥을 뚫어줄 것으로 보인다. 김남일 경북도 환동해지역본부장과 심재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연구소장에게서 무궁무진하게 펼쳐질 동해의 미래에 관해 들어봤다.

2022122501000792100031912

■ 김남일 경북도 환동해지역본부장
울릉 입도세 거둬 생태섬 조성 재원으로
어촌문화는 '국가어업유산'에 등재해야
클러스터 전략 통해 심층수 양식 확대를


▶영남일보는 지난 5월 '바다의 날'을 맞아 울릉도·독도를 품고 있는 경북 동해(안)의 발전방향, 가치, 잠재력을 가늠하기 위해 연중기획 '바다를 향하여'를 13차례에 걸쳐 연재했다. 경제·문화·산업 등 다양한 분야의 성장 가능성, 문제점, 해결방안 등을 담았다. 전문가적 관점에서 봤을 때 경북 동해(안) 발전을 위한 핵심 방향은 무엇인가.

△김남일 본부장(이하 김)= "동해의 발전에 있어 크게 다섯 가지 방향이 있다고 본다. 해양과학, 해양문화, 해양산업, 해양생태, 울릉도·독도가 주요 카테고리다."

△심재설 소장(이하 심)= "동해의 갈 길은 심해연구라고 생각한다. 심해연구를 통해 해군 해양이나 방위, 안보에 관련한 연구로도 확대될 수 있다."

2022122501000792100031913

■ 심재설 해양과기원 동해연구소장
우주보다 심해연구로 얻는 자원 더 많아
가파른 수온 상승…'블루카본' 분야 중요
동해안 난개발·기후변화로 침식 확대 중


▶지역에서의 심해연구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심= "우주탐사에 로켓·우주선·우주망원경 등 최첨단 장비가 필요한 것처럼 심해연구도 마찬가지다. 최첨단 장비와 전문가, 많은 인원이 있어야 가능하다. 깊은 바다를 탐사할 수 있는지가 그 나라의 해양과학기술 역량의 척도가 된다. 미국·프랑스·러시아·일본·중국 등 소위 과학기술 강국만이 수심 6천m 이상의 심해를 탐사할 수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김= "항공우주는 얼마나 높게 올라가느냐의 경쟁이지만 심해연구는 얼마나 깊게 들어가느냐의 경쟁이다. 현재 우주연구는 활발하지만 심해연구는 인력·지원이 빈약한 편이다. 내년에 심해연구촉진법 제정과 예산확보를 통해 연구를 본격화해야 한다."

△심= "동해에는 청정해역 울진과 울릉도가 있다. 청정해역을 이용하는 사례 중 심해연구에 가장 관심이 크다. 중국은 심해가 없어도 연구가 활발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무관심했다. 외국 해양학자들은 동해를 대양의 축소판이라고 한다. 하지만 동해연구소가 설립된 지 14년이나 됐지만 동해에 관한 연구는 아직 연안 수준에 머물러 있다. 우주 개발보다 심해 개발로 얻을 수 있는 자원이 더 많은데도 우주에 비하면 해양에 투입되는 연구·개발 예산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적다. 우리나라는 우주 연구에 2조원 정도를 투자했다. 심해연구에 2천억~3천억원만 투자해도 효과가 엄청날 것이다."

▶동해연구소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다. 어떤 활동을 하나.

△심= "동해연구소는 독도와 동해를 심층 연구하고 동해권 해양산업 발전을 위해 설립됐다. 독도와 울릉도를 품고 있는 동해는 지정학적으로 중요할 뿐만 아니라 최대 수심 4천49m로 생물과 에너지원이 풍부해 대양의 축소판이다. 바다 생성 과정과 내부 구조, 해양 현상도 대양을 닮았다. 해양과학기술을 활용해 동해권 해양산업과 지역발전을 촉진하는 것도 주요 기능이다. 특히 독도 연구에서 독보적 위상을 확보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과 어업 전환을 통해 스마트양식도 해양생태산업의 중요한 부분으로 부각되고 있다.

△김= "현재 양식산업의 문제는 고령화와 시설 낙후화에 있다. 때문에 양식장을 집적화하는 클러스터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를 통해 심층수 양식을 확대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이미 심층수 양식을 통해 생산량, 배양 속도가 크게 늘어난 것이 입증됐다. 심층수로 양식을 하되 청년이 하는 양식클러스터를 추진하고 있다. 청년 유치와 현대화를 통해 소득을 증대할 수 있다."

▶동해안에서 중요한 곳 중 하나가 울릉도다.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켜야 하나.

△김= "동식물의 낙원인 갈라파고스를 간 적이 있다. 이곳에 '입도세'라는 것이 있었다. 모아이 석상으로 유명한 이스터섬에도 입도세가 있다고 한다. 이것이 무엇인가. 일종의 환경기여세라고 본다. 당연히 울릉도도 한국의 갈라파고스로 만들어야 한다. 섬에 들어오는 사람에게 입도세로 불리는 환경기여세를 받고, 이 돈으로 울릉도의 자연·환경·동식물 보호에 사용하면 된다. 지속가능한 생태섬으로 가야 한다. 이를 통해 유네스코생물권보존지역으로 지정되면 외국 생태섬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노하우도 배울 수 있다."

▶해양인문과학 분야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국가어업유산제도가 있다. 서남해안에는 11개의 국가어업유산이 있는데 동해안은 하나도 없었다. 올해 들어서야 돌미역 떼배가 국가어업유산에 등재됐다. 지역에는 미역바위닦기라는 문화가 있다. 어촌문화가 국가무형문화재가 된 것은 아직 없다. 미역바위닦기 유산은 국가무형문화재뿐만 아니라 유네스코문화유산 등재도 충분히 가능하다. 최근 안동대에 해양문화연구원이 설립됐다. 해양문화연구원을 통해 152개 어촌계에 대한 전수조사를 해 보존된 동해안의 어촌문화를 전승해야 한다. 서남해에 30개나 되는 해양보호구역도 동해는 울릉도 1곳이었다가 내년에서야 4곳으로 늘어난다."

▶동해안 개발이 대구경북에 미치는 영향은.

△김= "동해안 발전과정에 있어 화룡점정이 '영일만대교' 건설이다. 그 옆의 호미반도 국가정원에 국립어업박물관과 국립바다도서관 등도 유치해 동해안 핵심 생태 문화거점을 만들어야 한다. 대구 동구 불로고분군에서 상어요리 흔적이 나왔다. 경산과 합천에서도 고래고기가 나왔다. 이 지역이 바다생활권이라는 증거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지역민이 바다를 잊은 채 살고 있다. 앞으로 대구경북은 투포트 시대가 될 것이다. 통합신공항이라는 에어포트와 포항 씨포트로 대구경북이 재편될 것이다."

△심= "기후변화의 관점에서 봤을 때 동해안의 수온 상승이 두 배 이상 빠르다. 해수면 상승도 마찬가지다. 심각하다. 동해가 해협이 막혀 있어 열팽창이 크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대응 차원에서 '블루카본(해양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 분야가 중요하다. 또 심해 생물을 채집한 후 배양해 유전자 분석을 할 수 있는 바이오 분야가 필요하다."

▶끝으로 동해안 발전 방향에 있어 어려움을 꼽자면.

△심= "동해에서 제일 어려운 부분은 침식이다. 침식의 첫째 원인은 난개발이다. 어항이 너무 많고 항만·방조제 건립이 직접적 원인으로 꼽힌다. 둘째는 기후변화다. 예전과 달리 기후변화로 파도의 방향이 바뀌어 침식이 확대되고 있다. 해양부에서도 내년부터 5년에 걸쳐 200억원을 투입한다. 나를 포함한 연구자들이 10년째 연구 중이지만 해결책 마련이 쉽지 않다. 그렇다고 개발을 안 할 수 없지 않나. 어항 건립 시 방파제 모양의 시뮬레이션을 거쳐야 된다. 그런데 현재 시뮬레이션 작업을 비전문가가 하고 있다. 항만을 만드는 비용이 400억원이면 침식해결을 위해 1천억원이 소요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상황이다."

△김= "동해안 연안침식이 심각하다. 연구시설과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 서해·남해·동해는 구조가 너무 다르다. 해양 연구도 특징을 잘 아는 전문가에 의해 분권이 진행돼야 한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기획/특집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