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건 대구간송미술관 관장<영남일보 DB>
전인건 대구간송미술관장이 경찰 조사를 받는다. 전시 행사 정산금 문제가 원인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대구간송미술관의 대표 전시작인 국보 제68호 '청자상감운학문매병'까지 가압류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전 관장을 사기 혐의 피의자로 오는 11일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5일 밝혔다. 전 관장은 지난해 8월 서울 동대문디지털플라자(DDP)에서 개막한 '구름이 걷히니 달이 비치고, 바람 부니 별이 빛난다' 전시 행사에서 참여 업체들에게 정산금을 미지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전인건 관장은 영남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미디어 제작사들이 지분 투자를 통해 참여했고, 원금 보장을 약속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계엄 사태로 행사가 어려워지고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면서 현재 민사 소송이 진행 중이다. 투자자분들은 제가 갚을 능력이 있는데도 고의로 갚지 않는다고 오해하고 계신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불가피한 상황으로 발생한 일인 만큼 오해를 풀고 원만히 해결하려고 노력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청자상감운학문매병.<대구간송미술관 제공,ⓒ 간송미술문화재단>
대구간송미술관 전경.<대구간송미술관 제공>
하지만 해당 사건의 불똥은 국보급 문화유산의 가압류 사태로까지 번졌다. 영남일보가 전 관장에게 문의한 결과, 국보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이 현재 가압류 상태에 놓이는 초유의 일이 발생했음을 확인했다. 전 관장에 따르면 해당 가압류는 자신의 전시 행사 관련 업체가 법원에 신청한 것이다.
전 관장은 "현재 '청자상감운학문매병' 가압류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과 집행정지 신청을 낸 상태다. 아무리 실제 집행 가능성이 낮다 하더라도 문화유산을 개인 채무의 가압류 대상으로 삼은 법원의 판단이 아쉽다"고 말했다.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은 고려청자를 대표하는 걸작으로 대구간송미술관을 상징하는 최고의 문화유산 중 하나다.
끝으로 전 관장은 "문제가 된 전시 행사는 우리 문화유산과 고미술을 활용한 좋은 콘텐츠를 만들려던 취지였을 뿐, 간송미술문화재단과는 직접적 관련이 없는 사업"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의미있고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만들어주신 미디어 콘텐츠 제작사들의 안타까운 상황에 대해 깊은 사과를 전한다. 일련의 일로 인해 간송미술관의 전통과 명예에 흠집을 낸 것에 대해 국민여러분께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구간송미술관 관계자는 "현재 가압류 여부와 상관없이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의 전시 및 향후 휴식 일정은 정상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술관 측에 따르면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은 내년 1월 중 전시를 중단하고, 빛 등 외부 요인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휴식기에 들어갈 예정이다.
지난해 8월 초대 대구간송미술관장에 선임된 전인건 관장은 일제강점기 당시 막대한 사재를 털어 해외 유출 문화유산을 지켜낸 간송 전형필 선생(1906∼1962)의 손자다.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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