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人사이드] 이재하 대구상공회의소 회장 "대구發 원천기술 확보 위해 연구개발 전념할 수 있는 환경 절실"

  • 이효설,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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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28 07:05  |  수정 2023-11-29 15:22  |  발행일 2022-12-28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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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하 대구상공회의소 회장은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을 조속히 건설해 공간 이동이 편리해지면 청년들이 지방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이재하 대구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하는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의 조속한 추진을 제안했다. 그는 "대구에 좋은 일자리가 없으니까 대구 청년이 계속 빠져나간다"면서 "통합신공항을 빨리 건설해 교통 인프라를 갖추면 젊은 인력이 지방에 남을 것이다. 교통인프라에 고급인력이 있는 지방에는 대기업도 유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1일 오후 이재하 대구상의 회장이 그룹 대표로 있는 대구 달서구 삼보모터스〈주〉 본사를 방문, 대구 경제에 대한 의견과 CEO로서 걸어온 길에 대한 소회를 짧게나마 들어봤다.

"물가가 싼 대구는 임금 올라가면
기업 경쟁력 떨어질 수밖에 없어
대기업 유치 통한 임금상승 유도
지역의 실정에는 맞지 않는 대책
지방대 살리고 교통 편하게 해주면
좋은 기업 오고 인재들도 남을 것

주 52시간제는 기업 발목 잡는 정책
일감 몰려도 일 더 못해 납기 지연
현행 근로시간 관리단위 개편되면
업종별 효율적 사용 여건 조성돼야"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을 건설하면 젊은 인력들이 지방에서 일할 것이라 예측했는데.

"통합신공항이 건설되면 신공항 연계 교통망 구축과 공항 배후도시 조성, K-2 부지 개발사업 등을 기반으로 우리 지역이 한층 더 발전할 것이다. 인력 부족은 우리 지역의 가장 큰 애로사항이다. 대구 청년인구가 지속적으로 유출되고 있는데, 젊은 고급 인력을 끌어들일 수 있는 좋은 일자리가 부족해서 그렇다. 윤 대통령이 지역에 방문해 건설, 교통 등 인프라에 대한 약속을 여러 차례 했다. 인프라가 갖춰져야 젊은 인력이 지방에서 일하려고 할 것이다. 경기도민들은 서울로 출근하는 데 불편이 없다. 대구 역시 인근 도시로 편리하게 출퇴근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신공항 건설로 장거리 국제선이 운항되면 출장, 휴가를 위해 대구에서 인천공항까지 반나절 걸려 이동하는 불편이 확 줄어든다.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차별받지 않고 생활할 수 있어야 좋은 일자리도 생기고 좋은 기업도 유치된다."

▶대구상공회의소는 지역 기업의 애로사항을 주기별로 수합하는데, 대구 기업들의 가장 큰 애로는 무엇인가 .

"올해 세계 경제를 뿌리째 뒤흔든 것은 '3고(高)'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이다. 세계적 인플레와 미국의 금리 인상이 국내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쳤고, 환율이 급등해 수입가격도 급등했다. 여기에 유가까지 치솟아 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소비마저 위축돼 자금사정 악화로 힘들어하는 지역 기업들이 즐비하다. 연말이 되면서 자금 사정은 더 힘들어지고 있다. 금리 때문이다. 문제는 내년에도 더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는 점이다. 현재 미국과 우리나라의 금리 차이가 1.25%포인트인데, 더 벌어지면 외국인 자금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유출될 것이고, 원화가치도 따라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국내 금융 외환시장의 상황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글로벌 경제 위기가 장기화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지역 경제에 무엇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위기 속에서 우리 지역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대내외 환경 변화에도 끄떡없는 기초체력을 갖추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지역 경제의 현안해결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대구상의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구 경제의 가장 큰 현안은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 광역교통망 구축, 미래차·로봇·헬스케어 등 미래 신산업 육성과 동력 확보, 대기업 유치 및 중견기업 육성, 지역 특화산업 경쟁력 강화다. 우리의 미래 먹거리를 위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특히 중소기업이 많은 대구 특성상 연구개발(R&D)을 통한 원천기술 개발이 기업 성장에 꼭 필요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역기업들이 연구개발에 전념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서둘러 조성해야 한다."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현행 1주에서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개편하는 데 대부분의 기업들이 찬성하고 있다.

"대구상의가 최근 지역기업 270여 곳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86.9%가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개편하는 데 긍정적으로 답했다. 특히 업종별로는 제조업의 90.9%, 비제조업의 77.1%가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제조업의 긍정 답변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인력이 중요한 제조업은 주 52시간제도에 민감하다. 예를 들면 농기계업체는 상반기에 일감이 몰려도 일을 추가로 할 수 없어 납기를 맞추지 못하기도 한다. 고무화학제조업체는 신규인력을 못 구해 설비를 멈추기도 한다. R&D는 또 어떤가. 기업 생존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기업연구소에서 주 52시간만 근무하는 게 가능하겠나. 결론적으로 주 52시간제는 그동안 기업의 경쟁력에 발목을 잡는 정책이었다. 개편되면 업종별로 여건이 다른 만큼 근로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대구시와 지역 경제를 위해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경제라는 것이 어느 한 주체만 잘해선 되는 것이 아니다. 기업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주체 모두가 자신감을 갖고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내년엔 올해보다 더 좋은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현재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경제 발전의 주역은 바로 우리 지역 상공인'이라는 자부심으로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자는 것이다. 기업들은 지역 경제가 힘들 때마다 경제를 앞장서 이끌어왔다.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정부의 힘만으로 감당할 수 없는 문제의 해결에 동참하는 것이야말로 뉴노멀 시대의 기업 역할이다. 또 '기업이 곧 국가'란 말도 되새길 필요가 있다. 국가발전을 위해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다. 기업과 경제는 국민 생활과 직결돼 있다. 그만큼 기업인의 역할은 중요하다."

▶대구 근로자들의 임금, 왜 이렇게 낮나.

"물가가 싼 대구는 임금을 올리면 기업 경쟁력이 떨어진다. 대기업을 유치해 대구 중소기업들의 임금상승을 유도한다는 대책도 우리 지역엔 맞지 않다. 대기업 입장에선 교육, 교통 등 환경이 안 좋아 대구로 안 내려온다. 지방대를 살리고 교통을 편리하게 해주면 대기업도 오고 지역인재도 계속 남아 있는다."

▶성공한 CEO라는 평을 받고 있는데,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오지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 다 잊고 살겠다. 1979년 사업을 시작해 43년간 내 시간 없이 쉼 없이 달려왔다. 마음 편한 날이 없었다. 이제 혀 빠진 칠십 아닌가. 사람들은 내가 이룬 삼보모터스를 떠올리며 대단하다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무슨 일이든 43년 한길을 파면 이 정도는 다 해낸다. 겸손이 아니라, 한 가지에 매진 안 하니까 못하는 거지 능력이 없어서 못 하는 건 없다."

▶사람을 뽑을 때 무엇을 가장 먼저 보나.

"집념이 있나를 유심히 관찰한다. 척 보면 안다. 능력 있어도 떠날 사람은 안 뽑지만, 능력 좀 부족하더라도 일할 마음이 있는 사람은 두말없이 뽑는다."

▶CEO는 어떤 사람이 해야 하나.

"법인(法人)이 뭔가. 한자 그대로 법이 만든 사람이다. 사람은 누구나 한 가지씩 잘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CEO는 이런 능력자인 사람들을 잘 조합해 이끌어가는 사람이다. 굳이 특별한 재능을 갖출 필요까진 없다. 대신, 사람들을 잘 보살펴 어우러지도록 조율하는 지휘자 역할을 맡아야 한다. 지금은 머리 좋은 한 사람이 중요한 시대가 아니다. 해가 강하면 그림자가 짙어진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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