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일보 문학상 詩 부문, 장기복역수 한이로씨 '데칼코마니' 수상

  • 백승운,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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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02 06:47  |  수정 2023-01-02 09:07  |  발행일 2023-01-02 제1면
"유폐된 시간 창작으로 의미 찾아
보속하며 살아가는 게 최선의 삶"

2023 영남일보 문학상(신춘문예) 시 부문에 교도소에서 장기복역 중인 한이로(필명)씨가 당선됐다. 수상작은 '데칼코마니'이다. 장기복역수가 당선된 것은 국내 신춘문예 100여 년사에 유례가 드문 일이다.

1973년생인 한씨는 현재 부산교도소에 복역 중이다. 지난해 12월28일 부산교도소에서 진행한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씨는 "오래전 같은 교도소에 복역 중이던 한 시인을 만나 시를 가까이하게 됐다. 이후 몇 년 동안 시 작법서로 독학을 하다가 한계에 부딪혀 중단했다. 그러던 중 문학의 기본기를 닦기 위해 방송통신대 국문학과에 입학했고 문학동아리에도 가입해 편지를 주고받으며 시를 본격적으로 배웠다"고 말했다.

한씨는 또 "유폐된 시간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기 위해 '창작'을 택했고, 시인이라는 새로운 꿈과 목적이 있어 나 자신을 놓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과정을 통해 조금이나마 성장한 듯하다"며 "형기를 마쳐도 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작품활동을 통해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보속(補贖)하며 살아가는 게 최선의 삶이라 생각한다. 끝으로 제 손을 들어주신 심사위원님과 영남일보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문단에서도 한씨의 당선을 고무적으로 평가했다. 원로시인 A씨는 "문학이 교정의 역할을 한 상징적인 사례다. 시를 통해 속죄하고 문학을 통해 성숙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라고 평했다.

한편 단편소설 부문에는 아신(필명)씨의 'NIRVANA'가 당선됐다. 2023 영남일보 문학상에는 시 1천702편, 단편소설 203편 등 총 1천905편의 작품이 접수됐다. 별도 진행된 제6회 영남일보 구상문학상에는 신미나 시인의 시집 '당신은 나의 높이를 가지세요'가 선정됐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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